▲ 전교조 광주지부는 지난 2일과 6일 두차례에 걸쳐 4·16 공동수업에 대비한 `노란 테이블’ 토론형 수업 연수를 교사들과 함께 했다.
-전교조 광주 4·16 공동 수업 대비 교사 연수
-계기식 수업 한계 느껴…`토론형 수업’ 고안

 전교조 광주지부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학생들과 이 사건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교사 연수를 마련해 주목받고 있다.

 전교조 광주지부는 지난 2일과 6일 학생들과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4·16 공동수업 ‘노란테이블 교사연수’를 지부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이날 참여한 교사들의 고민은 세월호의 교훈을 어떻게 수업으로 풀어낼 것인가였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광주시교육청에서도 계기수업을 통한 추념행사를 계획 중이지만, 교사들은 일방적인 훈시로 끝나는 수업은 한계가 있다고 고민하고 있다.

 그리하여 전교조가 기획한 ‘노란 테이블’은 학생들이 4·16을 다시 생각하는 토론형 수업으로, 단순히 참사를 추념하는 것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어떤 고민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이야기해보자는 데 목적이 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모든 학교에서 세월호 참사는 잘 알고 있지만 가장 말 꺼내기 어려운 사건이다”며 “교사의 입장에서만 세월호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고,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사건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너무 자극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까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처럼 교단에서는 세월호 사건을 학생들과 직접 풀어가기에 부담이 큰 게 현실이다.

 이에 ‘노란 테이블’ 수업안을 제안한 손연일 교사는 “세월호를 말해야 하지만 그 무게 때문에 고민하는 교사들이 많았다”며 “교사 개개인이 이를 풀어내기보다는 정형화된 수업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연수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기획된 ‘노란 테이블’ 수업은 테이블당 6명으로 조를 짠 후 토론 형식으로 진행한다. 각 조에서는 1년 동안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회적 이슈가 어떤 게 있었는지를 종이에 적어본다. 이어 참가자들은 자신이 왜 이를 중요한 이슈라고 꼽았는지, 설명한다. 이후 각자 말한 이슈 중 각 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정하고 그 이슈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를 적어보는 ‘문제 발견’ 카드를 놓는다. 참가자는 자신이 써놓은 ‘문제 발견’카드를 통해 왜 이것이 문제였는지를 발표한다. 이후 이 이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털어놓는 ‘변화 상상’ 카드를 적으며 수업을 마무리한다.

 이 날 교사 연수에선 ‘세월호’ 관련 이슈 외에도 이를 제대로 바로잡지 못한 ‘편향된 언론’,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 하는 황금만능주의’, ‘세월호를 책임지지 않는 정부’ 등이 언급됐다. 이와 함께 각자 세월호 당시 교단에서 있었던 일을 자연스럽게 털어놓기도 했다. 이모 교사는 “지난 수학여행 때 세월호 참사로 일정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서둘러 학교로 돌아온 기억이 난다”며 “그날 단원고 아이들도 우리 학교처럼 무사히 돌아왔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을 통해 앞으로 교사들이 어떻게 세월호를 잊지 않고 행동할 수 있을지를 다짐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김모 교사는 “우리 조에서는 생명보다 돈이 중시되는 사회’를 이슈로 꼽았다”며 “세월호 참사도 배의 안전보다 돈벌이에 혈안된 이들이 벌인 비극적인 참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세월호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며 “교단에서 아이들에게 성적만을 강요하지는 않았나, 또 어떤 가치가 중요한지를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쳤나는 생각을 하며 반성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날 교사들과 함께 진행한 노란 테이블 수업은 오는 4·16 수업주간에 각 학교로 전파돼 이뤄질 전망이다.

 끝으로 손 교사는 ‘벌새 이야기’ 설화를 들려주며 ‘노란테이블’ 수업을 마쳤다. “아프리카 설화 중 ‘벌새 이야기’는 숲에 큰 불이 나자 벌새 한 마리가 불을 끄기 위해 물 한 방울을 머금고 불을 끄는 이야기입니다. 숲에 사는 다른 동물들은 벌새보다 더 많은 물을 가져올 수 있음에도 불이 너무 크다며 끌 엄두를 못냈죠. 동물들은 불이 커 벌새의 행동은 소용없는 짓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벌새는 ‘이 거라도 해야한다’라며 불 끄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세월호도 마찬가지 입니다. 더 이상 바라만 볼 게 아니라 물 한 방울이라도 뿌리는 행동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이호행 기자 gmd@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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