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상담 ‘선물금지령’·체육대회, 소풍 땐 ‘단체급식’
“관행적 접대 자취 감춰” vs “사제 간 소통 막는 장애물”

▲ 김영란법 시행 보름이 지난 가운데 학교 현장에선 작은 선물도 허용되지 않은 탓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보름이다. 세상은 관련 시행령에 따라 ‘더치페이’, ‘직무관련성’ 등 돌파구 찾기에 바쁘지만, 교육현장은 아예 꽁꽁 얼어버린 얼음장처럼 일동 긴장상태다.

 공직자인 교사와 관계를 맺고 있는 학생·학부모 모두 직접적인 직무관련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 1000원짜리 캔 커피 하나에도 손사래를 친다는 교사, 체육대회 때 학교출입을 막아 담벼락에 서 구경했다는 학부모 등…. 작은 선물조차 사라진 학교의 풍경이 전과 같지 않다.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은 공무원·언론기관 종사사를 비롯해 초·중·고등학교 교사·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으로 대학교에 재직 중인 교수진까지 포함된다. 학교와 직접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기간제교사·영양사 등도 해당된다.

 거의 모든 교육현장 대부분의 종사자가 김영란법 적용대상인 것. 이렇다보니 특히 사제 간·교사와 학부모 간 교류의 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콩 한 쪽도 나눠먹는다’는 정서가 학교 현장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하다.

 광주의 한 특성화고등학교 교사 A씨는 “요즘 캔 커피 때문에 골치 아프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학생들에게서 캔 커피를 심심찮게 받았다”는 A씨는 “학생들이 애써 사온 것을 돌려보내느라 무안하고 미안하다”는 것.

 

 학생들 캔커피까지…과잉 아닌가?

 A씨는 “학생들은 교사에게 친근감의 표시로 사탕이나 음료 같은 간단한 다과를 건네는 게 일상”이라면서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작은 성의까지 ‘부정청탁’의 이미지를 씌우는 것 같아 내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민권익위원회 유권해석에 따르면, 돈을 주고 산 상품을 교사 등에게 제공하는 것은 ‘대가성’으로 분류돼 불법에 해당한다. 다만, 공직자가 아닌 학생에게 음식 등을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 일례로 지난 9월28일 김영란법 첫 112 신고건이 ‘학생에게 캔커피를 받은 교수’라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반면,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체육대회·소풍 때 교사 챙기기 경쟁 등 과도한 향응이 자취를 감춘 점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초등학교에선 가을 체육대회 기간 점심시간에 학교급식을 의무화했다.

 야외활동의 경우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거나 학급별 간식 등을 제공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제 학부모가 교사들에게 제공하는 음식이 금액 상관없이 불법이기 때문에 애초에 여지를 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초등학교에선 아예 체육대회 기간 학부모들의 학교 출입을 통제했다. 한 학부모는 “운동회 날인데도 학교에 못 오게 해서 학교 담벼락을 끼고 있는 아파트 담 넘어 운동장을 구경했다”며, “운동회가 끝나고서야 아이를 중국집에 데려가 자장면을 먹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에 대한 반응은 각양각색이지만, 교육현장 면면이 급반전된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이에 대응을 고심하는 학교에선 시교육청으로 교육 요청을 의뢰하기도 했다.

 광주시교육청 감사관실에 따르면, 최근 두 학교에서 관련 연수 요청이 있어 국가인권위 관련 해설집을 토대로 연수를 진행했다.

 

“기준 불명확 혼란 당연…취지 이해 먼저”

 시교육청 관계자는 “어느 곳보다 학교현장에서 김영란법 후폭풍이 거세다”면서 “많은 학교들이 학부모들에게 관련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등 교사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축의금 등 경조사비와 관련한 것”이라며 “인권위 해설집에 따라 ‘3·5·10 원칙’으로 답변을 대신하곤 있지만, 판례가 없어 확신할 수 없는 기준”이라고 혼란한 상황을 대변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법 시행의 취지와 목적을 이해하는 게 먼저다”면서 “판례가 모이고 명확한 기준이 세워질 때까지는 청렴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협조하는 게 현명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이른바 김영란법은 직무관련성,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 원(연간 300만 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고, 100만 원 이하 금품 등을 받아도 직무관련성이 있다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이내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시행령에서 정한 음식물·선물·경조사비 한도는 각각 3만 원, 5만 원, 10만 원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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