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초·천곡중 학부모 반발 ‘교문 봉쇄’로 설명회 막아
“대상지 정해놓고 동의 구하는 방식, 막을 수밖에 없다”

▲ 11일 천곡중에서 예정된 2차 설명회를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선 천곡중 학부모들.
 광주시교육청이 통폐합 대상지로 지정한 학교 학부모들이 교육청의 “일방적 통폐합 추진 절차”를 저지하기 위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섰다.

 교육청은 폐교 대상 1차 학부모 설명회에 이어 2차 설명회를 진행하려는 계획인데, 이제 학부모들은 “통폐합 강행 수순일 뿐”이라는 이유로 설명회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통폐합 계획을 통보한 뒤 의견수렴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통폐합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는 불안감에서다.

 교육청이 통폐합을 추진 중인 4개 안 중 하나인 천곡중학교(첨단중으로 통합) 학부모 15명은 11일 오후 2시부터 교문 앞에서 교육청 관계자들의 출입을 막아섰다. 교육청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교내에서 학부모 대상 2차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천곡중에 따르면, 교육청은 지난 3월23일 설명회를 열고 학부모들에게 처음으로 통폐합 사실을 공지했다. 교육청에서는 지난해 이미 통폐합 TF팀이 꾸려졌었고, 대상 학교를 선정해 12월경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설명회는 학부모들의 참석이 어려운 시간 때에 강행된 이유도 있지만, 결국 학부모들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됐다.

 천곡중 운영위 소속 학부모는 “1차 설명회에서 느닷없는 통폐합 통보를 받고 충격을 받은 뒤 학부모들과 협의를 거쳐 행동에 나서게 됐다”며 “2차 토론회 역시 1차 때와 내용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설명회를 취소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천곡중 학부모들은 ‘첨단중 등 통폐합 무효화를 위한 천곡중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난 4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지역주민들에게 ‘첨단-천곡중 통폐합을 반대하며’라는 성명서를 배포하는 등 학부모들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전날 예정됐던 삼정초에서의 통폐합 관련 설명회 역시 학부모 10여 명이 출입문에서 반대 시위를 벌여 무산됐다. 인근 율곡초와 두암초로 통폐합 계획이 발표된 뒤 삼정초는 학부모와 시민사회가 연대해 ‘통폐합 반대 비상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삼정초 학부모들은 지난 3월13일 안내문을 통해 교육청이 통폐합 관련 여론 수렴 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삼정초 대책위와 연대 중인 학벌없는광주시민모임은 “교육청의 통폐합 추진 계획에는 5월 중 ‘이해관계인 통폐합 의견 조사’를 마치고 대상지를 확정하는 일정”이라며 “밀어붙이기식 통폐합 추진을 막기 위해서 학부모들은 행정절차라도 막아설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삼정초 대책위는 지난 20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민중연합당·학벌없는광주시민모임·참교육학부모회 등과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적 논리에 따라 우리 아이들이 희생양 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폐교 반대를 외쳤었다.

 5월 중 통폐합 대상지별 2차 설명회를 계획했던 교육청은 “학부모 반발로 설명회가 무산됐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오는 16일 2차 설명회가 예정돼 있는 상무중학교 학부모들은 자체적으로 진행한 통폐합 설문조사에서 “359명 학부모 중 86% ‘반대’라는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서” 설명회에 참석할 계획이다.

 한편 광주시교육청이 올해 초 발표한 통폐합 추진안에 따르면 삼정초는 율곡·두암초로 통합(2018), 천곡중은 첨단중으로 통합(2018), 중앙초는 서석초로 통합(2018), 상무중은 치평중으로 통합(2019)한다는 계획이 수립됐다.

 교육부가 지난해부터 학교 통폐합 지침을 내리고 예산(인센티브) 지원책을 발표한 가운데, 광주도 통폐합 고삐를 바짝 조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교직원은 물론이고 학부모, 학생,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통폐합 계획이 수립돼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광주시교육청은 혁신학교 공약의 일환으로 ‘작은학교 살리기’ 지원에 적극 나섰던 터라 이중적 행태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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