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후 여론 수렴→4개월 뒤 집행 계획
대구교육청 `3년 전 예고’ 조례와 비교

▲ 폐고 대상지로 선정된 광주 상무중 교정에는 학생들이 통폐합을 반대하며 적은 메시지들과 학교가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설치한 수십 개의 바람개비가 눈에 띈다.
 폐교 대상지의 학부모와 학생, 동문들이 광주시교육청을 향해 분노했던 가장 큰 이유는 통폐합 정책에서 그들은 고려대상 조차 되지 않는 들러리 신세였다는 점이다. 교육청이 통폐합 대상지로 광주 관내 4곳을 선정하고 추진 방안까지 마련했는데도, 정작 학교의 주인이라 불리는 교육주체들은 폐교 소식을 몰랐다.

 청천벽력 같이 날아든 폐교 소식에 지난 3개월간 4개교의 학부모, 동문들은 한 목소리로 반발했다. “우리도 몰랐던 폐교 소식을 어떻게 언론이 먼저 알고 보도한 것인지” 찜찜함을 토로하며 “이제와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하는데 교육청이 이미 판을 다 짜놓은 상태여서 동의만 구하고 끝날 것”이라고 교육청에 대한 불신을 표했다. 통보받은 통폐합 기한으론 일정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계획에 따라 통폐합 추진 절차를 이행하려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저항과 시위에 부딪혀 2차 학부모 설명회가 무산되면서 더 이상 예정대로 진행되기는 어렵게 됐다. 특히 폐교 대상지 학교 4곳과 지역 교육단체 등이 연합으로 공동행동에 나서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교육청은 통폐합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 하겠다며 잠정적으로 백기를 든 상황.

 

“동의위한 형식 절차” 2차 설명회부턴 무산

 

 하지만 광주시교육청에 대한 불신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한 차례의 학부모설명회 등을 통해서 학부모들은 통폐합 추진 배경이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정상적 학교 운영이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또 다른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게 됐으며, 통폐합 정책에‘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와 학교를 살릴 방안 자체가 포함되지 않았음’을 확인한 것이다.

 특히 교육청이 지난 3월 발표한 ‘초등학교 및 중학교 통폐합 추진 계획’을 보면 학교 통폐합 이후 학교를 신설하는 과정이 타 시도와 달리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학교 통폐합 추진 일정에 따르면, 의견수렴부터 통폐합 학교 확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개월. 대부분의 학교에서 개학 후인 3월에 학부모 설명회를 진행했으므로 사실상 2개월 만에 의견수렴 절차를 마치려 했다는 말이다.

 또한 교육청이 제시한 ‘이해관계인 의견 수렴’ 과정은 ‘통폐합 필요성 설명 및 적극적 의견 수렴’과 ‘통폐합 시 야기되는 문제 및 요구 등 의견 수렴’으로 나뉘고, 이와 관련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수순이다. 이와 관련해 학부모들은 “통폐합을 전제로 깔고 설명회를 여는 건 의견을 수렴하려는 게 아니라 동의를 얻기 위한 설득의 과정”이라며, “행정적으로 필요하니 밀어붙이기식으로라도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교 통폐합 추진 일정에 따라 통폐합 학교가 확정되면 교육청은 6월 경 통폐합 학교 행정예고를 통해 학교 설치 조례 개정안 입법 절차에 돌입하고 내년 초 학교 통폐합을 본격 추진하려 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하나의 학교를 없애고 또 다른 학교를 세우겠다는 무리한 목표 설정이라는 지적이다.

 광주시의회 조오섭(북구2) 의원은 지난달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광주시교육청의 무분별한 학교 통폐합 정책에 관해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조 의원은 “(교육청이) 학교 통폐합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해서 성급하게 추진했다”면서 “충분한 의견 수렴 기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반대 여론에 따라 재검토를 한 교육청은 행정의 일관성과 신뢰에 큰 상처를 안겼다”고 비판했다.

 대구광역시의 경우 통폐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학교에 3년 전 사전예고 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대구교육청은 지난 2011년 ‘3년 사전예고’ 조례를 발의하면서 “갑작스러운 폐교로 일어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매년 학교별 학생수용 중장기 전망을 검토해 3년 후 학생수가 통폐합 대상 기준 이하로 예상되는 학교를 선정, 사전예고 함으로써 학교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며 “학교별 현실을 감안해 ‘학교 살리기’를 3년 정도 추진한 후 학교 활성화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교육부 “소규모 학교 문제 새롭게 접근”

 

 하지만 대구 역시 박근혜 정권에서 교육부가 추진한 ‘학교 총량제(학교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일부 학교를 통폐합해야 하는 정책)’에 따라 지난해 학교 통폐합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홍역을 치러야 했다. 교육부는 특히 통폐합 대상 학교의 학생 수가 많을수록 인센티브를 많이 지급하는 정책을 폄으로써 교육청 입장에선 “예산 지원도 받고 학교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쪽으로 계산이 섰던 것이다.

 이에 새 정권에서 학교 통폐합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가 교육청의 통폐합 졸속 추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열쇠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내 학교 통폐합과 신설 검토의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지만, 교육부가 재정 효율성을 강조해 퍼주기식 통폐합 정책을 펼칠 경우 교육청은 여기에 쉽게 편승해 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교육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7월 발표한 ‘적정규모 학교 육성 강화 및 폐교 활용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 적지 않은 질타와 질의가 이어진 게 사실”이라며 “소규모학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제기되는 반대여론을 어떻게 대응할지 새롭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청 통폐합 계획에 따르면, 중앙초는 인근의 서석초에 통합하고 기존 건물은 역사박물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삼정초는 율곡초·두암초와 통합한 뒤 특성화고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또 상무중은 치평중에 통합되고 그 자리에 특수학교를, 천곡중은 첨단중에 통합해 여고 설립을 계획한 바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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