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학생 수’ 재정 효율성 말고
사회적 합의로 기준 세워야

▲ 광주시교육청이 적정 규모 학교 기준을 두고 학교 통폐합을 추진중인 가운데, 학급당 20명 정도의 규모가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광주시교육청 제공>
 최근 학교 통폐합 정책이 급물살을 타면서 ‘적정규모 학교’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적정규모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학교는 저절로 통폐합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지정한 적정규모 기준은 다른 근거들을 제시하지 않고 ‘전체 학생 수’만을 지정한 한 것이어서 논란이다. 학생들의 교육적 성장과 발달에 가장 적정한 규모의 학교와 학급을 구성하기 위한 기준은 아닌 것이다.

 광주시교육청도 관내 초·중학교 통폐합을 추진하며 적정규모 학교 기준을 적용해 통폐합 가능 여부를 판단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올해 초 삼정초는 율곡·두암초로 통합, 천곡중은 첨단중으로 통합, 중앙초는 서석초로 통합, 상무중은 치평중으로 통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학교 특성 따른 세부 기준 없어

 그러나 교육부의 적정규모 학교 기준에는 ‘학생 수’로 표현되는 수치 외에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게 문제로 지목된다. 큰 틀에서 지역(도시·농촌)에 따라 기준을 구분해 일괄 적용했을 뿐 학급당 학생 수나 학교의 특성에 따른 세부 기준은 없다. 사실, 학생 수 기준 자체에도 논란이 크다.

 교육부가 발표한 적정규모 학교 기준은 지역에 따라 구분이 돼 있다. 면·도서·벽지지역은 학교급과 관계없이 60명 이하, 읍지역의 경우 120명 이하, 중등학교 180명 이하다. 광주와 같은 도시지역은 초등학교 240명 이하, 중등학교 300명 이하가 적정 기준이 된다.

 광주시교육청의 경우 교육부 지침보다 많게 적용해 적정규모 학교 기준을 초등학교는 ‘18학급 이상 36학급 이하, 학생 수 360명 이상 1080명 이하’ 중학교는 ‘학생 수 450명 이상 1260명 이하’로 적용했다. 이를 학급 단위로 해석하면, 초등은 한 반에 20명, 중등은 25명을 최소 기준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정규모 학교·학급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학급규모는 평균 15명 또는 20명을 적정하다고 제시한다. 교수학습활동에 따라 선호되는 규모가 다르지만, 교사 및 학생을 대상으로 한 여러 설문 조사 결과를 통해서 확인된 내용이다.

 ‘교육과정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한 학급·학교 규모에 관한 시론적 연구(2011,아시아교육연구12권2호,민부자·홍후조)에 따르면, 학급당 학생수는 일반적으로 20±5명 정도가, 교사당 학생수는 15±5명 정도가 적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광주교육청, 교육부 기준 초과

 교육청이 교육부에 비해 더 많은 학생 수를 기준으로 적정규모를 적용하고 있는데다 교육현장에서 선호되는 규모마저 초과한 기준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광주시교육청은 교육부가 제시한 적정규모 학교 기준에 해당하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통폐합을 추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폐교 대상지인 4개교 중 삼정초와 중앙초를 제외하고, 천곡중과 상무중은 2016년 기준 각각 420명(16학급), 399명(15학급)으로 통폐합 대상이 되기 어렵다.

 소규모학교인 삼정초와 중앙초는 광주시교육청의 ‘작은학교 살리기’ 정책으로 매해 수 천 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방과후 학교 등 특별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입소문을 타고 해당 자치구 내 학생들의 희망지원까지 이뤄지는 상황.

 이에 비해 과밀학급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수완지구는 택지조성 당시 17개교를 계획했으나 14개교만 세우면서 학교 수요 예측에 실패한 사례로 남았다.

 광주지역 초등학교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22.8명인데 반해 수완지구 초등학교는 새별초 24.5명, 성덕초 27.6명, 장덕초 24.3명, 은빛초 27.8명, 큰별초 29.7명, 고실초 33.4명, 수완초 34.8명으로 과밀학급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이에 학교의 적정규모에 대해 학교 운영의 재정적 효율성만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도시 계획이나 교육과정 운영 등을 고려해 ‘학급규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학생수 감소가 바람직한 현상”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4~5명의 학생을 기준으로 5개 정도의 모둠을 만들 경우 학생들의 역할이 다양하게 주어질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이 가능하다”며 “한 학급의 학생 밀집도가 컸던 과거에 비교했을 때 학생 수가 줄고 있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으로 강의식 수업만을 하지 않고 다양한 체험활동 공동학습 형태를 구축하는 게 현 추세”라면서 “학생 수가 적정한 규모로 유지될 수 있도록 도시 계획에 따른 학교 수요 예측을 정확하게 하고 학생 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우리 기자 uri@gdj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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