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동아여고 시험장에서 수능을 마친 학생들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나오고 있
 수능시험장을 찾은 수험생들의 손에는 쇼핑백 하나씩이 들려져 있다.
 그 쇼핑백 안에는 도시락 하나씩이 들어가 있다. 학부모들이 열렬히 준비한 `영양만점’ 도시락이다.
 23일 수능시험장에서 만날 수 있는 2018 대학수능 현장의 모습이다.
 
▲생애 처음 도시락을 싸다, 사다
 
 #1. 학부모 A씨는 수험생 딸을 위해 처음으로 보온도시락을 샀다.
 처음인 이유는 평소엔 학교에서 급식이 나오기 때문이다. 도시락, 특히 보온도시락은 필요하지 않았던 것.
 보온도시락엔 역시 영양만점 요리들이 차곡차곡 쌓여졌다.
 뇌세포를 활성화시킨다는 강황을 넣은, 혹여나 체할까 곱게 빻아 지은 강황 연근 소고기죽, 기분을 좋게하는 호르몬 `세로토닌’ 분비를 돕는 트립토판이 많이 들어있다는 소고기가 듬뿍 들어있는 수능 도시락이 마련됐다.
 물도 일반 물병은 언감생심. 찬물, 중간 미지근한물, 뜨거운물을 종류별로 나눠 준비했다.
 #2. 학부모 B씨는 수험생 아들을 위해 장을 두 번 봤다.
 인터넷 블로그를 뒤지며 유난히도 정성스럽게 준비했던 도시락은 포항 지진으로 인해 가족밥상에 올려졌다.
 또 다시 진행된 장보기에선 자신감이 붙어 이것저것 새로운 요리도 시도해볼 수 있었다.
 B씨도 역시 보온도시락은 처음이다. 이젠 이 도시락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고민이다.
 “직접 수능 도시락을 싸줘서 정말 다행이야…뿌듯해”하는 마음이 크지만 한켠엔 “이 한 번의 점심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3. 연예인 EXID 혜린 씨는 수능 날 쫄쫄 굶었다.
 EXID 혜린 씨는 수능날인 23일 MBC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 출연해 수능 일화를 소개했다.
 혜린 씨는 “급식을 주는 줄 알고 도시락을 안가져가서 쫄쫄 굶었다”며 “당 떨어질 때를 대비해 간식거리를 들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수능 점심 도시락에 관한 일화들이다.
 
 ▲당국 “부정행위 등 우려 출입 통제”
 수능날 수험생은 시험이 끝날때까지 `시험포기확인서’ 없이는 시험장에서 나갈 수 없다.
 50분 주어지는 점심시간도 마찬가지여서 시험장 밖 점심식사는 금지돼있다.
 외부 출입이 금지되는 이유는 `부정행위 방지’다. 혹여나 전자기기 등 부정행위 여지가 있는 물품들이 외부에서 반입될 수 있다는 것.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전자기기 등 부정행위 방식들도 날로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보안·관리 문제로 형평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1교시 시작 전에는 안내와 함께 금속탐지기 등 절차를 하고 있지만 매 시간마다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의 외출이 부정행위 방지 이유로 금지된 상황에서 점심식사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학부모들에게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교육청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세부계획’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관 유의사항’에는 입실 시간, 부정행위 등 주의사항이나 감독관 시험 진행 요령 등만 적시하고 있다.
 식사나 점심에 관한 내용은 언급조차 없다.
 학부모 김용재 씨는 이에 대해 “학교에 급식소를 갖추고 무상급식도 이뤄지는 마당에 현실은 이렇다”면서 “1년에 딱 하루 가장 중요한 시험이 있는 날인데 그것도 못챙겨주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1년 딱 한 번, 국가서 지원 필요”
 
 한편 다른 시험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국가고시 중 점심시간 외출을 제한하는 시험은 수능이 유일하다.
 대부분 오전 시간대 시험을 완료하고, 점심시간을 넘길 경우 13시 전후를 넘기지 않고 마무리된다.
 오후 4시 30분까지 진행되는 검정고시의 경우도 식사는 제공되지 않지만 외부 출입을 통제하지는 않는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박고형준 활동가는 “수능은 너무나 중요해서 통제해야 하고 검정고시는 중요하지 않아서 차이를 두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불가피한 이유로 통제가 이뤄진다면 도시락을 쌀 수 없거나 다른 사정이 있는 개인들을 위해 행정에서는 선별적으로라도 도시락 제공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고 꼬집었다.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 임진희 지부장은 이에 대해 “많은 학교에서 모이고 재수생도 있는 상황에서 급식비를 걷는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는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그냥 이뤄져왔던 것들을 학부모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더 논의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