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도, 교사도 함께 갈 ‘짝’이 필요하다
1-6학년 ‘학생 짝 맺음’, 2-5학년 ‘교사협업’

▲ ‘짝 활동’으로 맺어진 6학년 선배와 1학년 후배의 아침 책읽어주기 활동 모습.
 한 교실에서 맺어진 짝꿍은, 원하든 원치 않든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동반자다. 교실을 뛰어넘어 학교 안 또 다른 짝꿍을 가질 수 있다면, 더 큰 배움이 가능할 터. 학생뿐 아니라 교사도 다른 학년과 짝을 맺고, 상상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혁신학교 7년 차인 광주봉주초는 학교문화 혁신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뒤 협력하는 문화로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한 교실 안에서, 교사·학생 개개인이 고군분투하기보다 ‘함께’ 가는 길을 고민하기 위해서다. 봉주초의 ‘짝활동’은 그 고민의 결과다.

 봉주초에선 1학년과 6학년이 짝을 맺고, 2학년과 5학년이 짝꿍이 돼서 동반성장 중이다. 1·6학년은 학생들 간 ‘짝활동’으로 맺어진다. 입학식 날, 1학년 옆자리마다 6학년 선배들이 앉는데, 이 때 맺어진 짝이 1년을 간다. 이날 6학년들은 교실까지 후배들을 데려다 주면서 심리적 거리를 좁히게 된다.
 
▲“학년부장 없어도 다른 주체 만나 시너지”

 처음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입학생들에게 고학년 선배들의 보살핌과 관심은 큰 위안이다. 지난해 1학년 담임을 맡았던 봉주초 한희정 연구부장은 “정서적인 안정감”을 짝활동의 효과라고 평가했다. “외동인 후배들은 언니, 형이 생겼다며 선배에게 의지하고, 선배들도 모범을 보이려고 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

 이미 학교생활 6년차인 선배들은 ‘학교 둘러보기’ 행사에서 후배들의 손을 잡고 학교 이곳저곳을 소개한다. 아침 시간엔 학교 도서관에서 후배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함께 급식을 먹는 날이 따로 있다.

 2~5학년의 경우엔 학생 간 짝활동 대신에 ‘교사 협력’ 모드로 선회했다. 지난해 2-5학년에선 학생 간 짝활동이 이뤄졌지만, 올해 2-5학년은 생활교육부터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교사들이 뭉치기로 한 것.

 학년 부장은 따로 없고, 팀 체제 협업이다. 학생들의 정서교육에 일가견이 있는 선배 교사가 멘토링을 맡고, 행정적 업무 경험이 있는 교사가 팀장을 맡는 등 교사의 장점을 살린 업무 분담이 이뤄지는 형태다.

 교사들의 협업은 생활교육과 수업혁신을 접목한 ‘교육과정 재구성’에서 정점을 찍었다. 2학년 국어 시간 ‘기분을 말해요’ 단원과 ‘감정’, ‘기분’과 관련한 교육과정을 학기 초인 3~4월로 끌어와 ‘역할극 수업’으로 재구성한 것이 그 예다.

 2학년 장은재 담임 교사는 “1년 내내 생활교육에 전전긍긍하지 않고도 학기 초 집중적으로 생활교육이 이뤄질 수 있었다”며 “정서 교육 전문가인 5학년 박은경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수업 속에서 효과적인 교육법을 적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2월에 미리 업무공유, 학생 이해 계기도

 학년 별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 재구성이 가능했던 이유는 교사가 ‘선행학습’을 한 결과다. 봉주초는 전년도 12월에 다음 년도 맡게 될 학년이 정해진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동시에 다음 년도를 준비할 수 있는 것. 학년별 특성과 특별히 관찰이 필요한 학생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전달받고 수업참관을 하는 등 준비가 가능하다.

 현재 봉주초는 업무혁신에 따라 담임교사들의 업무가 덜어지면서 수업과 생활교육 등 내실 있는 혁신의 토대가 마련된 상황. 학생 수 감소나 교사 교체 등의 불안감은 상존하고 있지만, 구성원 간 협의하는 문화 자체가 남아있는 한 서로의 어려움에 눈 감지 않을 것이란 확신도 있다.

 봉주초 한희정 연구부장은 “학년 간 협력의 문화가 학교 전체의 소통과 협력의 문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는 수업나눔 문화 확산 등 수업혁신을 통해 궁극적인 교육 환경 개선도 노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남구에 위치한 봉주초는 혁신학교 1기에 이어 2기까지 7년 째 혁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