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학교 혁신의 주체로 우뚝 서다”
학부모 협력수업…교육과정 연계 ‘학교 숲 체험’

▲ 학부모 협력수업 중 학교 숲 체험 모습.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아이들이 삼삼오오 ‘엄마 선생님’을 따라 학교 숲을 거닐었다. 학교 구석구석에 피어난 예쁜 꽃 이름을 맞춰보고, 신기한 식물 앞에선 눈도장을 찍으며 자연과 가까워지는 시간. 어떤 이에겐 ‘엄마’ 혹은 ‘친구의 엄마’가 ‘선생님’으로 변신한 특별한 날이기도 하다.

 지난 9일 광주 동산초의 2학년 1~2교시 수업은 학부모 협력수업으로 채워졌다. 학부모 선생님 한 명에 대여섯 명씩 조로 나뉜 학생들은 두 시간 동안 학교 숲의 꽃과 나무, 풀 등 식물들의 면면을 배워 나갔다.

 “여러분, 냉이 알죠? 나물로 무쳐 먹는 냉이 말예요. 이 식물은 냉이 종류긴 한데, 황새냉이라고 불려요. 냉이 모양이 꼭 황새가 걸어가다 거꾸로 파묻힌 것 같지 않아요?”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 해지며 “정말인지” 물었다. 식물마다 모양과 특징, 식물에 얽힌 설화까지 실감나게 설명해주는 학부모 선생님 덕분에 아이들은 봄 소풍을 나온 듯 학교 숲 배움에 참여했다.

 만져보고 냄새 맡기 위해 열매 하나를 딸 때에도 “미안해, 잘 자라줘서 고마워”를 식물에게 속삭였다. 또 학생들은 학교 숲 탐방이 처음이 아닌 듯 교목인 ‘향나무’를 곧장 알아보고, 자신의 숲 친구로 맺어진 ‘나무 친구’와도 인사를 나눴다.
 
▲자주트임터·한자리 모임 등 학부모 참여 체계화
 
 동산초는 2015년 상반기 삼성화재 드림스쿨 숲 조성사업 공모를 통해 기존 중정원 숲과 더불어 운동장 주변, 유치원 일대에 200여 평의 학교 숲을 조성했다. 학년별로 학교 숲 활용교육이 가능해지면서 숲을 주제로 한 학부모 협력수업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었던 것.

 그 사이 학부모들은 학교 숲 전문가가 됐다.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숲 교육을 하기 위해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광주생명의숲 주관 숲 연수를 받고 학교 숲 식물로 도감을 만들어서 공부했다. 수업이 있을 땐 다섯 번 정도 학교 숲을 찾아 생태계의 변화를 미리 살핀다.

 이날 숲 선생님으로 나선 동산초 학부모회 회장 임혜영 씨는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엄마들이 학교 숲과 사랑에 빠졌다”며 “식물도 늘 관심 갖고 바라봐야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사람 사이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숲 공부를 하면서 저도 아이가 되는 기분이에요. 내 아이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만나는 경험도 좋고요. 학부모가 학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생각보다는 그 누구보다 학교 숲을 잘 아는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어요.”

 학부모들은 학교참여와 역량강화를 위해 ‘숲 해설사’ 입문과정부터 시작해 심화과정, 학교 숲 알기, 학교 텃밭 연수를 실시했고 자체 사업화로 발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비폭력 대화 연수 등 학교 교육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하기 위한 학부모 워크숍, 연수 등이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여기엔 학부모를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고 적극 수용했던 학교의 노력이 있었다. 동산초의 학부모회는 혁신학교로 지정된 2011년 새롭게 정비돼 운영을 시작했다. 학생 임원 제도가 없어지고, 반 강제적으로 운영되던 녹색어머니회 등의 강제성을 배제하는 ‘자발성’ 강화가 핵심이었다. 학부모의 자발성이 강조되자 혁신학교 1기에는 갑작스런 변화에 학부모 참여가 저조하기도 했다.
 
▲혁신 가치 공유하려 ‘독서회’…읽기놀이터 봉사로
 
 어느덧 혁신학교 8년 차. 학교는 학부모들과 혁신의 방향과 가치를 공유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다양한 모임 구성을 갖고 독서회 등을 통해 이를 실천할 구체적 계획을 수립했다. 동산초의 학부모회는 기본적으로 각 반 대표, 학년 대표 등으로 구성되는데 모임의 특성과 역할에 따라 학부모 동아리, 교사·학부모 협의체(자주 트임터), 학부모 독서회 등으로 다양하다. 마을교육공동체 역시 학부모들이 중심이 돼 교육과정에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학교 예산 지원이 가능한 학부모동아리 활동과 교사·학부모 한자리모임이 정착돼 면서 학부모회 활동도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특히 교사와 학부모가 동반자적 관계로서 협력하기 위해 2013년부터 시작한 ‘자주트임터(교사·학부모 협의체)’는 매월 1회 학부모와 교사들이 만나 안건을 협의한다.

 학년별로 모이는 교사·학부모 한자리 모임도 운영 중이다. 학기당 최소 1회 이상 자율적으로 운영되며, 학년교육과정과 생활교육,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다. 지난해 1학년 한자리모임에선 ‘혁신학교에 이해와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이해’를 위해 2차례 모였으며, 5학년의 경우 ‘주차문제, 핸드폰 사용 문제’ 등을 놓고 토론했다.

 3년 전부터는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학습이 뒤처지는 아이들의 학습을 돕는 ‘읽기 놀이터’도 문을 열었다.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도서관에 모여 학부모와 학생이 1:1 짝을 이뤄 인디언 텐트에서 함께 책을 읽고 감정을 교류하는 활동이다. 학습이 뒤처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놀이처럼 느끼도록 배려한 일종의 “비밀 모임”이다.

 동산초 윤숙자 교장은 “교사와 학부모가 터놓고 소통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서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이가 되면서 교사들이 먼저 학부모들에게 필요한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학부모님들도 학교를 방문하시는 게 편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산초 배영민 교감도 “학생들 역시 엄마가 참여하는 수업에는 더 진지하게 참여하고 있다”면서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학생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학교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967년에 개교한 광주동산초등학교는 도심 속 작은 마을의 중심에 있는 학교다. 2011년 빛고을 혁신학교로 지정된 이래 학부모회 활동을 새롭게 정비해 운영해 오고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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