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9박10일 ‘연구 활동’ 명목 1인당 국비 100만 원씩 지원
연구기관 방문 2곳뿐 대부분 관광, 학점 부여 빠지지도 못해
학교측 “프로그램 학부모가 먼저 요청, 일정 아직 조정 중”

광주의 한 특목고가 경비 일부를 국비 지원받아 실시하는 ‘유럽 수학여행’이 관광성 프로그램에 그친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연구 활동’ 명목이지만 유럽 8박10일 일정 가운데 박물관, 관광지 견학 등이 대부분이고, 취지에 부합한 교육 활동을 위한 방문은 2곳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11일 A고교에 따르면, 여름방학 중에 1학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 4개국을 방문하는 탐방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학교 측은 8박10일 간의 탐방 일정으로 연구소, 대학, 문화 탐방 등을 구성하고, 유럽의 주요 관광명소 견학도 일정에 포함했다.

문제는 해당 프로그램 비용 일부를 국가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점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연구 활동 명목으로 1인당 100만 원 이내의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며 “단순한 여행이라면 예산 지원이 어렵지만, 교육적 목적의 지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 측이 지난달 나라장터에 올린 여행업체 공고문에 따르면, 프로그램 일정에서 하루 이상 할애하는 연구소 방문은 M연구소, E연구소 등 2곳에 불과하다.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은 “교육기관 방문은 2회에 불과하고 일정 대부분은 에펠탑, 케이블카 탑승, 달팽이요리 시식 등 외유성 관광”이라며 “국가 예산까지 지원받아야 하는 성격의 프로그램인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현장 연구 1학점’을 부여받기 때문에 빠질 수도 없다”는 게 학부모들 하소연이다.

실제로 A 고교에선 교육관련 프로그램 16시간 이상 수료 후 1학점을 인정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이에 일부 학부모는 본보에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으면, 학점도 받지 못하고, 100만 원 지원금의 기회도 없어지는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개인 경비가 부담됨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인당 100만 원 지원금 외에도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200만 원을 넘는다.

게다가 일부 학부모는 “유럽 사전답사를 가는 교직원들은 공짜로 유럽여행을 할 뿐 아니라 국외출장비까지 받는다”며 논란을 추가했다.

이와 관련해 A고교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교직원 2명이 유럽 사전답사를 떠난 상태인 것은 맞다”면서도 “이번 유럽행 프로그램은 지난 2014년에도 추진된 유사 프로그램을 알게 된 학부모들이 먼저 학교에 제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프로그램 일정에 대해서는 “일부 연구기관에서 방문을 확정해 주지 않아 아직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지난달 구성한 일정에 더 많은 연구기관과 대학 방문을 추가하고 강연, 보고서 등 구체적인 학생 활동을 늘리는 방향으로 수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학점 이수와 관련해선 “이번 프로그램 외에도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인턴십 등 다양한 학점 이수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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