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학교의 고민, ‘작은학교’에서 답을 찾다”
학년교육과정 활성화…학급당 운영비 증액
학년마다 ‘프로젝트’ 수행, 학년 간 연계도

 큰 학교에선 큰 학교만의 고민이 있다. 학교 규모가 큰 만큼, ‘변화의 속도가 더딘 게 아닐까’하는 고민도 크다. 그래서 쪼개고 나누는 방법은 지름길이 된다. 선명한 목표를 세우고 내딛는 걸음이라면, 더욱 그렇다.

 혁신학교 2년차를 맞은 운남초등학교(광주 광산구 운남동)는 큰 규모의 학교로서 ‘작은학교 체제’를 도입했다. ‘작지만 동력이 큰’ 소규모학교의 장점을 큰 학교에 적용하는 전략이다.

 운남초는 2016년 예비혁신학교를 거치며, 학교가 가진 특성을 진단했다. ‘담임업무 제로(0)화’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38학급이 혁신과제를 완수하기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

 먼저, 혁신학교 1차년도에 ‘작은학교 체제’ 운영을 통해 혁신의 토대를 세웠다. 학교가 주도적으로 시행했던 ‘특색사업’을 폐지한 건 그 시작이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시되는 사업에 집중하기보다는 학교 구성원들이 최대한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지난 5월 말, 운남초 4학년 학생들은 1학년 학생들을 교실로 초대해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두 달간 공부하고 연습한 ‘사계절 세시풍속’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자리. 이른바 ‘꼬마선생님’ 프로젝트다. 4학년 학생들은 교과목, ‘창체·사회·국어·미술·체육·도덕’ 등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다양한 체험활동을 수행하며 세시풍속을 익혀왔다.

 한 학년이 하나의 학교처럼 유동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작은학교 체제 안에서 학년교육과정은 자율적이면서 동시에 창의적인 활동이 가능한 것이다. 동학년에서 구축된 ‘열린’ 교육과정은 학년 간 연계로도 이어진다.
 
▲“자율성 갖고 창의적 활동 대폭 확대”
 
 운남초 박상숙 미래혁신부장은 “모든 학년 안에서 ‘혁신학교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지향점으로 ‘자율성’을 꼽았다.

 “학교가 혁신이라는 명목 하에 구성원들을 끌고 가는 것은 우리학교의 방향이 아니에요. 5·18, 세월호 등 특정 계기교육조차 학교가 주관한다면, 교사들은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학년을 가장 잘 이해하고, 교육과정에 접목할 수 있는 주체는 그 학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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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남초는 작은학교 운영비를 학급당 50만 원에서 80만 원으로 증액하고, 경제적 지원을 강화했다. ‘창의적체험활동(창체)’ 시간을 포함해 학년(학급)에서 자율적으로 운용 가능한 시간을 연간 8~41시간으로 확보해 둔 점도 물리적 여건 마련을 위한 토대다.

 이렇게 업무지원팀은 한 발 물러서 학년교육과정을 지원하고, 체계를 만드는 역할에 그친다. 그 결과, 각 학년에선 주제중심의 교육과정 재구성에 더해 프로젝트 학습 계획을 세워 새 학년 시작 전 수립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1학년의 경우, 체험으로서의 놀이활동과 ‘온작품읽기’를 접목한 재구성, 2학년은 ‘미덕아 놀자’라는 주제로 외부전문가의 강의를 접목한 인성교육을, 3학년은 체육과 국어 등을 연계한 ‘놀이활동’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4학년은 학습과 교수를 접목한 ‘꼬마선생님’을, 5학년은 인사실천과 관련한 ‘감사행’ 프로젝트를, 6학년은 진로·직업활동을 적용한 활동 등을 추진한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동학년 연구 동아리 활동도 진행 중이다. 월1회 개최되는 교직원 회의 ‘운남톡투유’를 통해 안건뿐 아니라 연수 등 교육활동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많은 혁신학교들이 중점과제를 가지고 변화에 주력하고 있었어요. 소위 ‘잘나가는’ 몇몇 혁신학교들의 경우엔, 변화의 중심축을 이루는 교사가 있고요. 하지만 우리학교는 규모가 큰데다 중추적 역할이 부재했습니다. 비로소 우리학교의 현실을 마주하면서 과제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담임교사 연구 전념…특색 교육 정착”
 
 운남초 혁신 업무지원팀의 전상수 교무부장은 쉽지 않았던 혁신의 첫 걸음마를 떠올렸다. 작년까지 혁신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연구부장에게 학교 철학을 세우는 일을 맡도록 해 다른 혁신학교들의 사례를 모았다. 그렇게 탄생한 ‘운남교육가족의 약속’엔 아이들·교사·학보모의 정체성과 학교의 역할에 대한 정의가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학교는 ‘배움이 즐거운 곳’으로 목표를 설정하니 ‘학년별 교육과정’이 다양해졌어요. 작은학교 체제 안에서 자율성을 부여받고 동학년 간의 교류와 연구활동도 활성화 됐고요. 점차 혁신학교의 성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것 같아요.”

 학교의 관리자들도 “예상보다 빠르게 혁신의 성과를 체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운남초 김준철 교감은 “혁신학교로 전환되면서 업무전담팀이 행정업무를 맡고, 담임교사들은 수업에 대해 연구하고 재구성할 여유가 생겼다”면서 “교육과정 재구성은 혁신학교 3~4년차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욕적인 분위기 속에서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운남초 김정희 교장은 “학년 중심으로 작은학교가 운영되다보니 자연스럽게 특색 있는 교육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연구하고 애를 쓰는 선생님들의 노고가 더욱 빛이 난다”고 덧붙였다.

 운남초는 내년 ‘자율적 교육연구문화 활성화’, ‘작은학교(학년중심) 교육과정 개발’, ‘마을교육공동체 기반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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