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자유롭기 위해 작아지다
교육과정 전반 ‘자율성’ 확보…학년 자치 강조

▲ 학교사랑 사진 콘테스트에 출품된 사진.
 ‘학교 안에 또 다른 학교가 있다.’ 이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도 학년별 혹은 학급별로 운영방식이 다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몰스쿨(작은학교)’은 규모가 큰 학교에서 주로 도입되는 운영방식. 마치 각 학년이 가꾸는 텃밭으로 학교라는 정원을 꾸미려는 시도다.

 올해 혁신학교 5년차를 맞는 무등중은 올해 ‘스몰스쿨’에 방점을 찍고 새로운 시도에 돌입했다. 혁신학교 1기(4년)을 거치면서 혁신에 필요한 요소들을 시도했다면, 2기 첫 해에는 학년 간 역할을 분담하고 구체화해서 혁신의 질적 성장을 도모한 셈이다.

 그동안 학년별 연구와 교류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주제통합수업과 생활교육이 더욱 강조되는 상황에서 학년끼리 더 단단히 뭉쳐 해결방안을 모색해갈 필요가 있었다. 무등중 김선희 혁신부장은 스몰스쿨 체제의 일환인 “학년자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학교의 학사일정과 학생들의 교육활동 중 어느 것 하나도 소홀할 수 없잖아요. 학교가 원하는 방향으로 학생들을 끌고 간다면, 학생들과 괴리는 커질 수 있습니다. 교육과정 전체를 통틀어 학년별로 자율권을 갖고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유에요.”

 무등중은 학년별로 학년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생활교육까지도 학년별 특성에 따라 접근한다. 따라서 각 학년 부장 체제를 유지하고, 학년별 교사 1명씩 혁신 업무를 분담토록 했다. 보통 업무분장은 부장, 교무, 학생, 혁신, 인문, 기획으로 나뉜다. 인적구성 등 큰 틀은 비슷하지만, 세부 목표와 실천계획은 학년별로 달라진다.
 
▲학년별 생활교육·특색활동, 수학여행도 스스로
 
 “1학년은 생활교육에서 경계세우기가 중요한 시기에요. 때문에 생활 관련한 규범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어요. 1학년의 경우 급식 때 학급별로 함께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이유도 급식예절이나 공동체성을 자각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교육활동과 연계한 특색활동도 다양해지고 있다. 2학년은 수학여행 계획을 짜고 수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학년 내에서 고민한 결과, 지난 5월 만족스러운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수학여행 코스를 짤 때부터 학생들과 함께 상의했습니다. 수학여행은 학사 일정 중 하나이지만,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교육활동이기도 하잖아요. 학생들이 직접 수학여행 안내문을 만들어보고, 안전보고서를 작성해 보는 등 관련 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했어요.”

 2학년 도덕 시간엔 수학여행 관람지 예의범절에 대해 학습했고, 과학 수업에선 수학여행버스의 안전한 운행을 위해 장착된 거울의 종류와 기능을 공부했다. 또한 미술 시간엔 수학여행지에서의 풍경사진 찍는 법을 배웠고, 국어 수업으로 수학여행 안내문 작성하기에 참여했다.

 무등중의 학년자치가 새로운 시도들을 낳고 있다면, ‘학생자치’는 또 다른 축으로 기능한다. 혁신학교 3년차부터 학생 중심에 가치를 두고, 학생동아리와 학생자치회 활성화를 꾀했다.

 학생자율동아리 12개 가운데 절반정도는 학생들의 희망을 반영해 매년 다르게 구성된다. 올해는 마술, 댄스, 슬라임, 기타 동아리 등이 생겨났다. 민주인권, 방송, 독서토론, 밴드 동아리 등은 지난해에 이어 지속되고 있다.
 
▲“업무분담 효율적, 학년 특성 따른 교육도 가능”
 
 무등중 학생자치회는 학생 대표의 역할을 넘어 학생 관련 활동을 기획하고 주도하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매년 세월호 추모기간, 5·18민중항쟁 추모행사를 주최하고 있으며, 전교생이 점심시간 친목을 쌓는 ‘무등 해피런치타임’과 팥빙수 나눔 등을 실시하고 있다.

 무등중 이정희 교감은 “학년, 학생에 자율권을 부여하기 위해 관리자로서 격려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무업무를 총괄하는 입장에서 교사들의 업무 분담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자율성이 부여되는 만큼 많은 책임감도 따르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교사들이 있을 수 있어요. 제 역할은 어려움을 편안하게 털어놓고 의지할 수 있는 관리자로서 업무를 조율하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자치회의 활동도 한 발 떨어져 지켜보면서 필요한 지원을 하려고 합니다.”

 1970년 개교한 무등중은 광주 동구에 위치한 공립 남녀공학 중학교다. 2009년 인근의 지원중학교와 통폐합했고 현재 총 학생 수 389명이 재학 중이다. 2014년부터 빛고을혁신학교를 운영해왔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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