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대신 사복, ‘자유’에 한 발짝

▲ 봉산중 행복한 아침맞이.
 학교는 이제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압박감의 끈을 조금씩 느슨하게 풀어가고 있다. 강요와 통제 대신, 협의와 자율을 더 큰 가치로 세우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혁신학교 7년차를 맞이한 광주 봉산중학교는 한 달에 한 번 ‘사복 데이’를 열고 있다. 혁신학교 초창기부터 전통처럼 이어져 온 월례행사다. 봉산중의 사복 데이는 교복이 의무라는 이유로 학생들의 불편과 불만을 외면했던 과거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한다.

 이 날 하루만큼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설레는 발걸음으로 등교에 나선다. 사복 데이에 사복을 입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자율적으로 교복을 입는 학생들도 있다. 이 역시 학생들의 선택 사항이다.

 학교는 이날 행복한 아침 맞이 행사를 개최한다. 모든 교사가 등교하는 학생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며, 행복한 하루를 빌어주는 시간이다. 매달 다른 주제로 캠페인도 여는데 지난 4월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며 ‘생명존중’을, 5월엔 ‘5·18’을 주제로 피켓팅을 했다.

 “이미 학생인권조례에서도 학생들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토록 하고 있습니다. 사복 데이를 통해서 교복은 무조건 입어야 한다는 강요가 아니라 자율성을 부여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 달에 한 번 사복을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학생들은 즐거워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교사들도 기분이 좋습니다.”

 봉산중 이동수 학생생활안전부장은 사복 데이의 의미가 학생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있다고 말했다.

 “교복 생활지도를 할 때면 학생과 교사 간에 갈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정형화된 복장에서 벗어날 경우 교사는 어느 선까지 지도하고 시정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학생들과 얼굴 붉히며 감정 소모를 하게 되죠. 하지만 사복 데이가 있으니, 다른 날은 교복을 잘 입자는 분위기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교복과 사복의 경계를 세우는 효과도 있습니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봉산중은 지난해 말, 사복 데이 존치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사복데이가 더 이상 교복에 대한 보상 차원에 머무를 수 없게 됐다는 인식 때문이다. 봉산중 김관호 교감은 구성원들을 대변해 사복 데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교복에 대한 로망이 있는 1학년 학생들은 평소에 교복을 잘 입습니다. 반면에 2~3학년은 몇 년씩 입는 교복에 대한 싫증이 있고, 성장 등을 이유로 교복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교복이 아닌 비슷한 형태의 사복을 입거나 주로 체육복을 입고 생활합니다. 사복 데이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결국 “교복이 있는 한 사복 데이의 역할은 존재할 것”이라는 판단은 여전히 유효하게 됐다. 사복 데이를 원하는 학생들이 있고, 학교는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결심이 굳건하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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