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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중 통폐합 갈등…“논의 방식부터 문제다”
당사자, 광주시교육청 불신 이유 따져보니
김우리 ur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9-06-17 06:05:01
▲ 지난 7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통폐합 반대’ 항의 시위를 연 상무중 학부모와 학생들.

 ‘상무중 통폐합 반대’를 외치고 있는 학부모, 학생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학부모들은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2년전에도 이와 비슷한 논의가 진행되다 사그라들었던 전례가 있어 불안감을 더 키우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통폐합 논의 자체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신이 크다. 국비를 확보해 SOC시설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부지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통폐합 논의가 촉발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크다.

 교육계 안팎에선 교육청이 학교 통폐합 논의의 근거로 내세운 “학생수 감소” 현상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통폐합 자체가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촉박하게 서둘지 말고 정보를 오픈해 대화와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므로 현재 첨예화된 갈등은 교육청이 이같은 절차에 어긋나게 논의를 진행한데서 빚어진 것이라는 책임론의 근거가 되고 있기도 하다.

 16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과 서구청은 상무중과 치평중을 하나로 합친 뒤 400억 원을 들여 진로체험센터와 복합문화센터를 신축하기로 하고, 현재 여론을 수렴 중이다. 지난 4월15일 발표된 국무조정실의 생활 SOC시설 복합화사업 구상을 기반으로 한 지역단위 추진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 주민 등으로 구성된 상무중 통폐합 반대 대책위(이하 반대 대책위)는 “상무중 통폐합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작 당사자들이 배제된 채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여론 수렴 없이 기사화…“당사자 배제”

 반대 대책위는 “비밀스러운 프로젝트의 존재와 진행 상황에 대해 학교 측은 그간 어떠한 정보 제공을 하지 않았고, 언론 보도 뒤에야 알게된 학부모회의 강력한 항의에 못이겨 학생들 편에 안내문 한 장을 달랑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상무중 학부모들에 따르면, 학교로부터 공식 안내를 받은 날짜는 지난 5월30일. 하지만 시교육청은 그 전날인 5월29일자로 ‘상무중·치평중 통합’ 관련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보도자료에서 교육청은 사업 대상지를 확정하진 않았지만, ‘상무중과 치평중 통합’을 사업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해당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은 학교에 항의했고, 다음날 전교생 학부모들에게 안내문이 나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학부모는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려 안내문을 받아든 엄마들은 내용의 부실함과 무성의함에 다시 한 번 분노했다”며 “자녀가 즐겁게 다니는 배움터인 상무중을 헐어낸 뒤 지으려고 하는 센터에 관한 홍보물인지, 무엇을 안내하려는 문서인지 알 수 없는, 산만하기 그지없는 종이조각 그 자체였다”고 비판했다.

 본보가 확인해보니 상무중이 배포한 해당 안내문에는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적정학급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통폐합 이유가 기술돼 있고, 남은 학교 부지에 들어설 시설에 대한 상세 설명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학교는 “학교 통합 논의는 상무중과 치평중 통합이 결정돼야 추진될 수 있다”며 “추후 논의기구 설치, 학부모 찬반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청의 상무중 통폐합 추진은 이보다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육청은 5월8일 경 상무중에 ‘통폐합에 대한 구성원 의견 수렴’을 지시했다. 상무중은 2년 전에도 통폐합 대상지로 거론된 뒤 큰 반발에 부딪힌 적 있었다. 이 때문인지 이번에 교육청은 공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꺼린 것으로 보인다. 각 학급을 돌며 ‘학교 통합’에 대해 구두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정규모 학교인데, 폐교 대상?” 불신

 이와 관련,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의 권고에 따라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 계획’을 수립했고 그 근거로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통폐합 조건과 절차에 대한 계획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아 임의적인 추진이 가능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교육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를 외면하고 정당한 절차 없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무중 통폐합 논의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 계획’에 따르면 상무중은 통폐합 대상지일까? 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상무중 전교생 수는 291명(13학급)이고, 치평중은 360명(15학급)이다. 인근 효광중이 16학급, 금호중이 15학급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본보가 확인해보니, 교육부는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 권고기준안에서 ‘적정규모’를 ‘학생수 200명 이하(도심지역, 농어촌 등은 60명 기준)’가 적합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무중은 이보다 91명이 많아 적정규모학교에 해당한다. 이같은 기준에 따르면 광주지역에서 적정규모학교에 못 미치는 학교는 4곳으로 “지역특성상, 인구유입 예상” 등의 이유로 통폐합 검토 대상에선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교육청은 “상무중이 속해있는 제3학교군은 공동주택 재개발 등에도 불구하고 학생 수가 감소 추세”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감소라기보다 전년대비 비교 증감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제 3학교군 내 중학교 학생배치 현황’을 보면, 2019년 전년대비 학생수 비교 증감은 +436명, 2020년은 +133명, 2021년은 +86명, 2022년에는 무려 +341명, 2023년은 +321명이다. 2022년부터 다시 학생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교육청이 학생수 감소 통계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어 학부모들 불신을 더 키우고 있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박고형준 활동가는 “적정규모학교는 학교 통폐합 뿐 아니라 학급수 조정, 학교신설, 학교 일부용도 변경 등을 통해 학생수 조정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단순히 교육청은 학교통폐합 성과 및 사업 이행을 위해 무리한 행정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광주 상무중학교 앞에 걸린 통폐합 찬성 현수막들.
 
▲“국비사업 추진 발단→무리한 폐교 수순”

 이런 가운데 교육청이 무리하게 통폐합을 추진하는 이유가 ‘SOC 사업’을 유치하기 위함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교육청은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며 “정부의 생활SOC 확충 지원과 연계해 지금이야말로 사업을 시행할 적기”라고 홍보해 왔다. 교육청이 제시한 사업 시한은 2022년. 만약 2022년까지 상무중 폐교가 추진된다면, 현재 1학년 학생들은 상무중에서 수업을 받는 마지막 학년이 될 공산이 크다.

 이에 학부모들은 “지금 상무중에 다니고 있는 우리 자녀들은 대한민국이 교육권을 보장해주고 있는 의무교육 대상자들”이라면서 “모교에서 아이들을 내쫓고 문화센터 수준의 센터 건립이 웬 말이며 진로체험센터가 웬말이고 또 공영주차장 설립이 무슨 경우냐”며 통폐합 계획 전면 취소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일부 서구 주민들은 벌써 SOC사업 찬성에 목소리를 보태고, 학교 통폐합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들은 “학교 시설 과잉 해소, 교육복지 시설 신설 건립 계획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상무중 학부모, 학생과 주민 간에 학교 통폐합 찬반 논란이 주민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시교육청은 “해당 사업 일정과 부지가 확정되지 않아 특정해서 언급하긴 어렵다”면서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주민, 학부모, 시의원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통폐합 학교 선정, 일정 등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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