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우수 동아리만 공휴일수업
문제 유출” 의혹

광주의 한 사립 고등학교 기말고사 시험문제가 일부 학생들에게만 제공돼 불공정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또 다른 사립고인 대동고에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지 유출이 사실로 드러나 논란이 된 지 1년 만이다.

8일 광주의 A사립고에 따르면 지난 5일 치른 3학년 수학 시험문제와 관련, 학생들의 이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학교 측이 일부 문제 재시험을 칠 것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학생들은 시험문제가 특정 동아리 학생들에게 제공된 유인물에서 출제됐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동아리는 31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대체로 성적을 기준으로 선발된 기숙사생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학 기말고사 시험 중 객관식 3문제, 서술형 2문제 등 모두 5문제(26점)가 이 동아리 학생들에게 미리 제공된 유인물의 문제와 유사하다는 것이 학생들의 대체적인 주장이다.

▲대동고 사태 이후 1년 만…“시교육청 대책 허점”

A사립고 재학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5일 기하와 벡터, 확률과 통계 시험을 봤고 이 중 서술형 시험 3~4번 문제가 수학 가형 모의고사 30번 난이도였다”며 “시험이 끝난 뒤 수학을 잘하는 친구(기숙사생)에게 물어봤는데, 서술형 문제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다 알고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학생은 8일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해당 사안을 올려 “소수의 부정당한 행동으로 집단의 피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학내에서 문제제기가 묵살된 정황도 밝혔다.

이어 “(문제의 출처를 알고 있던) 그 친구는 ‘ 이 유인물이 일요일에 따로 하는 수업시간 때 시험 출제자인 선생님이 나눠준 것’이라고 했다”면서 “담임 선생님께 유인물에 있는 문제와 시험지에 있던 문제를 대조해가며 보여줬더니 선생님은 수학 선생님과 이야기 한 이후 ‘알아서 문제를 구해서 풀어야 되지 않았느냐’고 오히려 문제제기한 학생을 나무랐다”고 말했다.

이에 A사립고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상위권 학생들이 주말마다 문제를 푼 동아리에서 여기서 나눠준 유인물에 있던 문제들이 그대로 시험에 등장했다. 신뢰가 깨진 만큼 전 과목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며 정확한 실태 파악을 촉구하고 있다.

학교 측은 일단 이날 성적관리위원회를 소집해 기말고사 마지막 날인 오는 9일 문제가 된 5문제에 대해선 재시험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9일 재시험 결정에도 “이번 뿐?” 항의 빗발쳐

학교 관계자는 “동아리 학생들이 풀어본 수많은 문제 중 일부가 변형된 만큼 특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차원에서 재시험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광주시교육청은 8일 중등교육과 장학관과 장학사 등 4명으로 현장조사반을 꾸려 논란이 된 A고에서 사건 경위와 일부 의혹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반은 우선 동아리반에서 풀어본 문제와 실제 시험문제와의 유사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교육청은 또 해당 수학동아리의 구성경위와 운영실태 등을 살펴보고, 대다수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지내는 점에 주목해 기숙사 운영 실태와 휴일에 운영된 배경 등에 대해서도 점검키로 했다.

또 9일 수학 재시험이 예정된 가운데 수학 이외 과목에서도 문제가 있었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시 교육청은 현황조사 후 필요할 경우 특별조사반을 꾸려 조사와 대응 수위를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광주에서는 앞서 지난해 사립고인 대동고에서 7월 6~10일 기말고사, 4월 25~27일 중간고사와 관련, 시험지 유출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사건에 연루된 해당 학교 행정실장과 학부모가 나란히 징역 1년6개월의 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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