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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혁신교육 현장을가다Ⅲ]<7>광주풍향초 ‘학부모 참여’
‘별밤캠프’ 학부모가 더 신이 난 까닭은?
학교 곳곳 누비며 ‘가족소통 미션’ 수행
학부모 활동 10여개…연수·수업참여도
김우리 ur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9-08-09 06:05:01
▲ 교실 내 가족사진 찍기 미션.

 교문을 들어서는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소풍가듯 가볍다. 동행한 자녀를 뒤따라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도 했다. 학부모들이 그 어느 때보다 부담을 덜고 설레는 마음으로 걸음을 재촉한 까닭은 학교의 ‘특별한 초대’에 응했기 때문이다.

 광주풍향초(광주 북구 군왕로 51번길77)는 올해도 ‘별밤가족어울림캠프(이하 별밤캠프)’를 개최해 학생의 가족들을 학교로 초대했다. 빛고을혁신학교 재지정 3년차인 풍향초에선 매년 별밤캠프뿐 아니라 학부모가 주체가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별밤캠프는 자녀와 학부모가 게임하듯 미션을 수행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갖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학교 안을 놀이공간처럼 누비는 동안 서로간의 심리적 거리를 한층 좁힐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지난 6월21일 방과 후 저녁시간에 진행된 별밤캠프는 1~6학년 가운데 신청한 가족 약 100여 명이 참석해 별이 뜰 때까지 계속됐다.

 아직은 해가 지지 않은 오후 6시50분. 풍향초 강당 앞에 모인 가족들이 미션 카드를 한 장씩 받아 들었다. ‘풍향가족 학교를 거닐다’는 주제로 진행되는 미션들을 안내해 놓은 카드다. 총 5가지의 미션과 장소가 적혀 있고 미션을 완수할 시 확인을 받도록 한 확인란까지 있다.

 미션 카드를 목에 건 가족들은 촉각을 앞 다퉈 미션 수행 장소로 향했다. 미션 장소가 학교 본관, 후관 등 학교 곳곳에 마련돼 있어 건물 전체를 누벼야 하는 상황. 학교 지리에 깜깜한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가이드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빠와 협동 미션. 손그리기를 수행하고 있는 학생.
 
 ▲피드백 당연, 매년 보완·참여 기회 넓혀
 
 “엄마, 첫 번째 미션은 본관으로 가야해. 나만 따라와요.”

 학생들이 의기양양하게 앞장서자 가족들의 걸음도 빨라졌다. 학교 시설에 익숙하지 않은 저학년 학생들은 1층 현관에 걸린 학교 위치도를 보면서 미션 장소부터 찾기로 했다. 안면이 없는 가족들 간에도 위치 정보를 주고받으며 가까워졌다.

 본관 1층 영어체험실에서 진행된 ‘가족 손 그리기’ 미션 현장. A4용지 안에 가족들의 손이 다 들어가도록 그리는 게 핵심이다. 그러면서도 각자의 손 그림이 모여 하나의 주제를 담아내야 한다.

 가족들은 이렇게 혹은 저렇게 손 모양을 맞춰가며 하나의 형상을 구현해 냈다. 가장 작은 학생의 손은 더듬이가 되고 커다랗게 펼쳐진 아빠, 엄마의 양 손은 날개가 돼 나비가 완성됐다. 서로의 손을 모아 따라 그리면서 가족의 온기로 완성된 손 그림이었다.

 본관 2층 학생실에 마련된 ‘가족 평화’ 미션 현장에선 테이블 마다 평화와 관련한 그림책이 놓여 있었다. 책을 읽고 가족의 평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칠판에 적어 보는 활동이다. 가족들은 삼삼오오 테이블에 모여 앉아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용은 짧지만, 존중과 평등에 대한 메시지가 확실한 책이었다. 한 권의 책을 온 가족이 집중해서 읽어보는 경험은 하나의 주제의식을 공유하며 ‘가족의 평화’에 대해 토론했다. 한 가족은 ‘차별하지 않는 게’ 평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또 다른 가족은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미션을 위해 후관으로 이동했다. 후관 2층 음악실은 ‘교실 미로 탈출’이라는 쉽지 않은 미션이 기다리고 있었다. 책걸상 배열은 뒤죽박죽, 북과 장구 등 악기들이 사방팔방 길목을 가로 막은 교실 미로를 통과하는 미션이다. 단, 가족들의 손을 절대로 놓아서는 안 된다.

 참가자들은 장애물 밑으로 지나갈지, 아니면 몸을 최대한 움츠려 지나갈지 의논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었다. 몸체가 작은 학생들은 쉽게 지나칠 구간에서도 어른들은 식은땀까지 흘려가며 최선을 다했다. 어떤 가족은 통과 지점에 다다랐을 때 환희에 찬 표정으로 서로를 껴안았다.
 
 ▲“학부모와 아름다운 동행, 교육 더 효과적”
 
 다음은 ‘교실 속 가족사진 찍기’ 미션. 교실을 배경으로 포토존이 설치되고 교사들이 사진사가 되어 가족들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주었다. 할아버지와 함께 참가한 학생은 할아버지 손을 붙잡고 손 하트를 만들며 포즈를 취했고, 조부모까지 대가족이 참여한 가족은 처음으로 교실 배경 가족사진을 찍게 됐다. 촬영한 사진은 학교 측이 인화해 가족별로 선물했다.

 그리고 마지막 미션은 학교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일이었다. 학부모들도 동심으로 돌아간 듯 복도의 액자 사이, 창틀 사이, 발길이 닿는 곳마다 두 눈을 크게 떴다. 접힌 종이를 발견하는 순간,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산 모양을 완성한 손 그림.
 

 별밤캠프에 남편, 아이와 동행한 풍향초 2학년 학부모 신혜진 씨는 “모든 프로그램이 아이와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았고 아빠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다는 점도 뜻 깊었다”며 “평소에 집에서 느낄 수 없었던 서로의 유대감 존재감을 느낄 수 있어서 사뭇 다른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6학년 고혜림 학생의 가족 김진화 씨는 “작년에는 강당에서 저·고학년 나눠서 캠프를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학교 이곳저곳을 돌면서 미션을 수행하고, 다른 가족들이 미션 하는 것도 볼 수 있어 더욱 재미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아이가 고학년이다 보니까 함께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이 없는데 오늘 학교 행사 통해서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면서 “평소에는 학교에 선생님에게 볼 일이 있어서 학교를 찾았었는데 오늘은 편하게 학교와의 거리도 좁혀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풍향가족 학교를 거닐다’의 미션활동이 끝난 이후엔 단체 활동으로 ‘행복한 가족 만들기 프로그램’이 학교 강당에서 약 두 시간 동안 펼쳐졌다. 레크레이션 전문 강사를 초빙해 임의로 두 개의 팀을 나눠 애드벌룬 미끄럼틀, 순간이동 터널 통과, 줄다리기 등 협동심을 강화할 수 있는 게임들을 진행했다. 같이 뒹굴고 몸을 부대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풍향초는 이번 별밤캠프를 준비하며 지난해 행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프로그램을 보완했다.
 
 ▲“학부모도 학교와 함께 교육 주체로”
 
 풍향초 박준식 연구부장은 “보다 학부모, 학생들이 친밀하게 교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었다”며 “팀빌딩 활동처럼 서로 협동이 필요한 게임을 위주로 별밤캠프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풍향초는 학교 행사를 마치면 학부모 설문 등을 진행해 피드백을 받고 있다. 별밤캠프 뿐 아니라 9년째 이어오고 있는 아름다운 동행 프로그램 역시 학부모가 참여해 매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중이다. 아름다운 동행은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등산이나 숲 체험을 하며 소통의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이다.

 박준식 부장은 “이전엔 교사들이 프로그램을 다 짜서 운영했는데, 기획 단계에서부터 학부모들이 참여함으로써 더욱 풍성해졌다”면서 “학생을 키우는 주체가 교사만이 아니라 학부모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의 폭을 확대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풍향초 문서인 연구부장은 “학부모의 자발적인 참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경로를 열어두고 상황이나 시기에 따라 적극적으로 안내함으로써 편안하게 학교에 방문하실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최대한 많은 학부모, 가족이 참여하면 좋겠지만 관심 정도에 따라 참여하시는 부분에 차이가 있어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풍향초에선 연중 학부모 연수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 5월엔 ‘아버지 교육’을 진행해 교육 참여율이 적은 아버지들을 학교로 불러들였다. 이밖에도 학부모 독서회와 각종 동아리 활동으로 학부모들이 발전시킨 교육역량을 학생들의 실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기부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풍향초 김인숙 교감은 “학교만 교육을 맡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며 “학부모를 교육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기회를 넓히고 가족 공동체를 넘어 지역의 공동체가 함께 끈끈한 유대감을 키워갈수록 아이들의 성장에 더욱 동력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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