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입학 광주 1위…1/3이 ‘인 서울’
‘수준별수업’ ‘심화수업’ 자랑처럼 홍보

▲ 광주시 교육청 양정기 교육국장(왼쪽)과 김용철 감사관이 13일 교육청 별관 2층 브리핑룸에서 시험지 사전 유출 의혹 등으로 물의를 빚은 광주 고려고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향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 사립고 K고등학교의 ‘시험 문제 유출사건’에 대한 교육당국의 감사 결과, ‘서울대를 많이 보내는 명문고’라는 타이틀에 가려졌던 ‘성적지상주의의 민낯’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K고는 매년 10명 안팎이 서울대, 100여 명이 수도권 대학에 가는 것으로 유명한 학교여서 더 충격을 안겨주고 있는 상황.

실제로 지난 13일 발표된 광주시교육청 특별 감사 결과 ‘기말고사를 앞두고 특정 수학동아리반 학생 31명에게 고난이도 문제와 답안지가 제공됐고, 제공된 문제를 변형 없이 그대로 출제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그 파장이 만만찮다.

본보는 K고 사례가 이 학교만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K고에서 일어난 학사·평가 운영의 민낯을 세세하게 분석하고, 학교가 어떤 편법으로 입시경쟁의 공정성을 해치는지 실태를 고발코자 한다. 그 첫 번째 연재로 K고가 ‘명문고’로 불리는 배경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
▲이같은 사태 K고 만의 일일까?

‘시험 문제 유출’ 사태를 빚은 K고는 광주지역 고등학교 중에서 ‘입시 성적이 좋다’고 소문난 곳이다.

‘뺑뺑이(일반고 평준화)’라 불리는 교육청의 배정방식에 따라 입학을 받지만, 광주 일반고 중 서울대 합격 비율이 종합 1위를 차지할 만큼 소위 ‘명문고’ 반열에 올라 있다.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소재 주요대학, 전남대 조선대 등에도 가장 높은 합격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9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 10명, 연세대 7명, 고려대 11명, 경찰대와 육·해·공사 등 특수대학 및 교육대 17명, 의대 15명, 치대와 수의대, 한의대 11명,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16명을 비롯해 서울 소재 대학 110명(졸업생 339명 중)의 입학생을 배출했다.

졸업생 3명 중 1명꼴로 소위 ‘인 서울’에 성공한 셈이다.

일반 고등학교에서 서울대는 많아야 1~2명, ‘인 서울’ 명문대로 진학하는 비율이 20%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K고 2016학년 대입의 경우 서울대 7명, 고려대와 연세대 15명, 서울소재 주요대학 88명, 전남대 101명, 조선대 69명이 합격했다.

2017학년도 서울대 합격자는 5명이나 늘어난 12명, 고려대와 연세대 18명, 서울 주요대학 125명으로 수도권 실적이 크게 늘었고, 전남대 75명, 조선대 80명이다.

K고 전경.


▲2019입시 서울대 10명, 1/3이 ‘인서울’

이에 K고는 광주시가 7~8개년 연속 우수한 수능성적 결과를 나타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2년 전 K고 진학부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6년간 K고 졸업생 내신성적과 대학진학 현황을 보면 학급 1~3등(내신 1~2.5등급)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진학하며, 내신 2~3등급은 서울 주요대학, 2~3.8등급은 교대에 입학하는 우수한 수능성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화려한 입시 성적의 이면에는 성적지상주의와 학생들을 옥죄는 입시위주 교육이 자리 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K고는 자체 수시프로그램뿐 아니라 정시 수능성적과 지원전략에 상당한 공력을 들여왔다.

일례로 이 학교는 1학년 교사부터 대입관련 자체연수를 함께해 대입 준비를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등학교에서의 입시 대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다양한 교과와 진로를 탐색하고 습득해 가야할 1학년 시기부터 학생들은 문제풀이 훈련이 반복되는 주입식 수업 등 과도한 경쟁에 내몰려 줄 세워진다는 게 문제다.

이 학교는 1987년 개교 이래 실시해온 ‘영/수 수준별 수업’의 노하우와 ‘국/영/수 3개년 연계학습’ ‘심화수업’ ‘소그룹 토론 및 동아리활동’을 자랑으로 꼽고 있다.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워 반을 나누고 심화 수업을 하는 게 자랑인 학교였다.

이 학교는 현재 1학년 9학급, 2학년 10학급, 3학년 10학급을 운영 중이며, 각 학년별로 심화반 3개 반씩을 꾸려 운영중이다. 1학년은 3학급당 한 학급, 2·3학년은 인문계열 4개 학급에서 한 학급, 자연계 6학급에서 2개 심화반을 운영하고 있다.

현행법상 ‘스카이(SKY) 반’ ‘심화반’ 등 성적 우수자들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이들을 특별관리하는 것은 불법이다.

▲수학 심화반 칠판 3개, 수업 전 문제 빼곡

특히 10여 년 간 운영해 온 ‘국/영/수 3개년 연계학습’은 교과별로 어느 정도의 시기까지 어느 정도의 진도를 완료하는 게 핵심인데, 이는 교육과정 외에 방과후수업과 방학과제까지 타이트한 학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학의 경우 최상위권은 따로 칠판이 세 면인 교실에서 미리 세 면의 칠판에 문제를 적어뒀다가 수업이 시작되면 한 명씩 돌아가면서 발표하고 질의 응답하는 것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집중 훈련을 받고 있었다.

광주시 교육청 양정기 교육국장(왼쪽)과 김용철 감사관이 13일 교육청 별관 2층 브리핑룸에서 시험지 사전 유출 의혹 등으로 물의를 빚은 광주 고려고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향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 지역에서 K고 최상위권 학생들의 수학 성적이 월등하게 높다고 평가되고 있다.

학교는 또 ‘과학Ⅱ 수업’을 모두 개설했다고 홍보한 적도 있는데, 이는 사실, 부당한 교육과정 운영이다. 다른 일반계 고등학교에선 소수 학생만이 선택하는 물리학Ⅱ와 같은 과목의 경우 최상위권 학생의 내신 성적에 유리할 뿐이다.

또한 K고는 일반학생과 기숙사 입사학생 간의 비인간적인 차별 대우가 논란이 되고 있다. 기숙사는 원거리 배정이나 사회적배려대상자 등을 우선 선발하는 게 원칙인데도 사실상 심화반(성적 우수자) 학생들이 독차지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고 사태와 관련해 교육계 관계자 A씨는 “이 학교에서 다른 일반고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입시 성과를 내고 있었던 배경에는 법인과 학교가 함께 손잡고 대입경쟁에 올인, 입시에 성공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해 온 역사가 있다”며 “다른 사립고에서 ‘K고의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며 야단을 떠는 모습도 봤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런데 그 노하우를 가진 학교라는 곳이 사실상 학생들을 닦달해서 척박한 입시 경쟁으로 몰아넣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하는 입시사관학교였다”면서 “특정 학생들에게 특혜를 준 것은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을 짓밟고 학창시절을 갉아먹는 짓일 뿐 아니라 특혜를 받은 학생들에게도 경쟁의 ‘폐해’를 가르치는 총체적 난국”이라고 비판했다.

▲교사노조 “문제 핵심은 성적순 운영 기숙사”

광주교사노조는 시교육청의 특별감사 결과 발표 다음날인 14일 성명을 내고 “이 학교는 특별반 운영 등 구시대적 학사 행태가 확인됐고 교장·교감을 파면·해임토록 할 정도의 심대한 비위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관리자들을 엄중 징계하고, 기숙사 운영에 대한 혁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특히 “후속대책이 나오긴 했으나 해당 학교를 중점관리하겠다고 이야기하는데 그쳤다”며 “종합대책의 핵심은 성적순으로 운영되는 기숙사 문제인 만큼 운영방식 혁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