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 추천’ 규정 무시 성적 우수자 단수 추천

▲ 광주지역 교육·시민단체들이 지난달 9일 기자회견을 열어 K고의 시험지 유출 사태와 관련, 엄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상위권 학생들에게 시험문제를 사전유출 해 논란을 빚고 있는 광주의 사립고 K고등학교가 마지막 대입 관문인 수시전형에서도 성적우수자에 유리하도록 편법을 사용한 것이 확인됐다.

 광주시교육청 특별감사 결과, K고는 대입 학교장 추천 전형에서 내신 성적만을 반영해 성적 우수자를 모든 대학에 단수추천 했다.

 K고의 학교장 추천 전형은 교과 성적 외에 다양한 활동 경험이 요구된다는 규정을 가졌음에도 성적만을 유일무이의 잣대로 삼아 다른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한 결과를 낳았다.

 특히 이는 K고가 학교 자체 규정까지 어기면서 성적우수자에게 특혜를 준 것이어서 성적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성적지상주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학교장추천전형은 `학생부종합 평가’ 수시 전형 중 하나로 단일한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학교마다 자체 규정에 따르는데 K고는 교과+비교과(출결·리더십·봉사 등)를 40:60 정도의 비율로 보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한 달 동안 특별감사반을 투입해 실시한 K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 감사 결과를 13일 발표하면서 `최상위권 특별관리’, `평가·학사관리 부적정’ 등과 함께 `대입 학교장 추천 전형 부실’ 건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수학능력시험장에 들어서는 학생을 배웅하는 학부모. <광주드림 자료사진>

 교육청 감사반은 “K고는 어느 한 교직원의 개인적인 일탈이 아니라 학교차원에서 최상위권 학생들의 이른바 명문대 진학을 위해 모든 교육 활동과 평가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면서 일반 학생들은 철저히 소외시킨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추천 학생에 대한 `증빙자료·학교운영위’ 자문 누락
 
 이어 “K고는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고등학교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가장 비민주적이고 비교육적인 방법으로 학교를 운영했다”고 덧붙였다.

 교육청에 따르면, K고 `대입 학교장 추천 전형’에 관한 자체 규정은 교과 내신과 비교과 점수를 반영해 선정하도록 돼 있으나, 비교과 영역 점수는 무시한 채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모든 대학에 성적 우수학생을 단수 추천했다.

 더욱이 감사결과 이 전형의 추천 학생에 대한 증빙 자료도 구비되어 있지 않았고, 학교운영위원회 자문도 받지 않는 등 절차상의 허점도 드러났다.

 K고 학교장 추천전형에 따르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모든 학생·학부모가 전형 내용을 사전 확인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희망원 접수 및 점수 산출을 위한 과정을 거쳐 추천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K고는 지난 22일 교육청 감사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입추천전형 부실 운영과 관련해 “절대 내신으로 추천하는 게 가장 공정한 방법”이라며 되레 공정성을 운운하고 나섰다.

 또한 성적 우수자를 단수 추천한 이유에 대해선 “K고가 내신에 비해 수능 성적이 훨씬 잘 나오는 학교여서 추천받은 대학이 오히려 정시로 갈 수 있는 대학보다 낮은 대학이라 희망자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물론 K고의 주장대로 “학생부종합전형(줄임말, 학종)의 경우 내신성적 대비 비교과 영역의 점수가 더 높을 경우 학부모 불신이나 공정성 시비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대목은 논란이 될 수 있다.

K고가 광주시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반박하며 학교 곳곳에 내건 현수막.

 그러나 이 같은 해명으론 K고가 비교과 영역을 보기로 한 자체 규정을 어긴 것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추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심의 과정에서 서류가 누락되는 등 학교가 스스로 불신을 자초한 면이 있다.

 결과적으로 K고의 대입전형 부실 운영은 교과 영역과 비교과영역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입 수시전형의 근간이 허물어진 결과를 낳았다.
 
▲“교과·비교과 종합 판단 취지 `수시전형’ 근간 무시”
 
 특히 성적만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 경험을 토대로 진학할 수 있도록 학교가 지원해야 하는데도 최상위권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학교장 추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K고야 말로 입시의 공정성을 훼손한 셈이다.

 이에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광주지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20일 성명을 내고 “K고의 총체적인 학사 운영의 부정은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에 씻을 수 없는 반교육적인 범법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어 단체는 시교육청에 “K고뿐 아니라 전체 일반계 고등학교에 대해 가짜 시간표 운영, 성적 몰아주기, 편법적인 교육과정 편성 실태를 조사하고, 적발된 학교에 대해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일반적으로 학교장추천전형은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야만 지원할 수 있어 벽이 높긴 하지만 수험생 입장에서 결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전형으로 통하고 있다. 경쟁률은 낮은 대신 합격률이 높아 비교적 성적이 높은 학생들에겐 놓치기 싫은 카드라는 것.

 실제로 서울 주요 대학 학교장추천전형의 합격선은 1등급대 초반에서 중반 선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K고 뿐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학교장추천전형에서는 지원 하한선이라는 것이 암묵적으로 존재해왔고, 내신 수준이 높지 않은 소위 `비전교권’ 학생에게 학교장추천전형은 선택지조차도 되지 못했다.

 하지만 점차 학교장추천전형 선발 규모가 모집 인원만큼이나 일부 대학의 지원 자격 역시 확대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내신을 보유한 학생이라면 성실한 생활태도와 다양한 비교과활동 이력을 무기로 삼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해졌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항목들은 인적사항, 학적사항, 출결사항, 수상경력, 자격증 및 인증 취득상황, 진로지도상황, 재량활동, 특별활동 상황, 교외 체험학습 상황, 교과학습 발달 상황,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 등이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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