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해고 위협, 체육교육이 위태롭다”
10~11개월 단위 쪼개기 계약…
재작년까진 2~3개월 월급 없어

▲ 광주의 한 학교에서의 체육 수업 장면.
 “한 학생이 장래희망을 ‘스포츠강사’라고 했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저를 보며 환하게 웃어 주는 아이에게, 스포츠강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수많은 차별 속에 있는지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광주에서 12년째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매일 학생들과 만나 즐겁게 체육활동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연말이 되면 재계약을 반복하는 학교 비정규직 신세임을 깨닫고 절망한다.

 특히 학생들을 대할 때만큼은 전문 지도자로서 최선을 다해도 다른 ‘선생님’들과 다른 신분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어 난감하고 또, 버겁다.

 A씨를 비롯해 광주지역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강사직종은 올해로 41명. 이들은 2018년 11개월 쪼개기 계약을 벗어나서도 여전히 ‘1년 단위’ 계약직 신세로 극심한 고용 불안을 겪고 있다.

 초등 스포츠강사 제도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학교체육 활성화’ 사업을 도입한 이후 학교체육진흥법을 제정하면서 법제화됐다. 이들은 초등학교 정규 체육 수업을 지원하고 학내 스포츠클럽을 지도하는 등 체육교육에 필요한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2018년 들어 1년단위 계약 정착

 광주에서는 도입 당시 24명으로 시작 점차 증원 89명의 스포츠강사가 활동했으나 현재는 50명 이하로 절반의 인원이 학교를 떠나갔다. 10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열악한 처우 탓에 이직률이 높은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됐던 건 10개월, 11개월로 쪼개기 계약을 하다 보니 1년 중 2~3개월은 월급을 못 받고 실업자 신세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스포츠강사들은 계약이 만료되면 실업급여를 타서 생활고를 해결해 왔다.

 스포츠강사 B씨는 “매년 1월이 되면 광주지역 스포츠강사들을 ‘고용안정센터’에서 만나게 된다”며 “모두들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센터를 찾다보니 의도치 않은 만남이 매년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런 열악한 조건 탓에 광주지역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는 2013년 89명에서 2016년 69명, 2017년엔 45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2018년에서야 1년 단위 계약이 시행됐고, 더 이상 쪼개기 계약이라는 악습에선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산 넘어 산이 기다렸다. 교육부가 학교 비정규직 무기계약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스포츠강사’ ‘영어회화전문강사’ 등 일부 강사직종이 의무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광주의 한 학교에서의 체육 수업 장면.

 2017년 9월 9일 교육부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전심위)가 초등스포츠강사에 대해 “학교회계직에 준하는 처우개선과 계약기간 연장, 계약절차 간소화 등 고용안정 방안 및 초등 스포츠강사 제도의 합리적 개선 방안 마련을 권고”했지만,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육부 전심위 결정사항은 권고사항일 뿐 지킬 의무가 없다’며 처우개선 이행을 하고 있지 않은 것.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는 무기계약 전환이 된 학교운동부지도자 및 생활체육지도자와 동일한 국민체육진흥법 제2조 6항에 따른 국가자격증 소지자다.

 이 중 100퍼센트 이상은 중등교원 자격증 소지자로 국가대표 및 엘리트 선수 출신, 체육 관련 대학원을 졸업한 스포츠 전문가.

 이들은 다른 정규 교직원들과 동일하게 출퇴근을 하고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면서도 ‘일자리 창출’로 만들어진 신규직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위태로운 계약 상태에 방치돼 왔다고 말한다. 스포츠강사는 평균 주21시간 수업을 맡고 있어 초등체육 교사들보다 약 2~3배 수업시수가 많다.

 특히 올해부터 광주시교육청이 광주지역 스포츠강사 채용을 교육청 채용에서 학교장 채용으로 전환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1년 단위의 불안한 재계약 실정은 그대로인데, 채용권한을 학교에 맡겨 버리면 매년 학교의 눈치를 보면서 차별을 묵인해야 하는 상황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
 
▲출퇴근, 상시·지속 업무 불구…

 또 스포츠강사의 급여도 제자리걸음을 이어왔다. 급여가 실수령액 150만 원 남짓인 채로 9년 동안 동결됐는데, 최근 1~2년 사이에 최저임금 수준 정도로 맞춰졌다.


 더욱이 2012년부터 학교비정규직에게 지급되고 있는 가족수당·교통보조비·명절상여금·장기근무가산금 등 각종수당은 받지 못했다가 2017년에서야 교통비와 급식비를 받기 시작했다.

 매년 학교 내 차별의 간극이 벌어질수록 스포츠강사들의 마음에는 “올해도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보다 ‘나도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쌓였다.

 진급 없는 말년,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계약 신세, 열심히 가르친 스포츠클럽이 대회에서 우승해도 이름조차 거론 안 되는 현실 등은 이들의 하루하루를 옥죄는 ‘죄 없는 형벌’이 되고 있다.

 학비노조 측은 “스포츠강사 중에는 임신이란 축복을 학교에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10년 넘게 가르친 그 자리에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재계약에 전전긍긍 하며 임신 사실을 숨기다 유산하는 여성 스포츠강사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부분 남성인 스포츠강사들이 한 가정의 가장이기 때문에 학교 근무만으로는 생계유지가 불가능해 대리운전이나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열심히 일할수록 고통을 받는 현실에 울분이 쌓여가고 있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학비노조는 “광주시교육청이 스포츠강사들의 채용을 학교장 채용으로 전환한 것부터 다시 시교육청 채용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무기계약 전환 등 노동자로서의 기본권 회복”을 절박하게 외치고 있다.

 시행 이후 매년 실시하는 만족도 조사에서 스포츠강사의 만족도는 90%를 상회하는 등 높은 호평을 받고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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