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말문 트이니, 학교에 생기 활짝
‘학생자치 모델’ 학교로 1년간 성과 도출

▲ 학생들이 학교 시설물 페인팅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학생들이 주인의식을 회복하자 학교가 들썩인다. 학교 일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 스스로 학교의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학교는 학생들이 ‘학교의 주인’의 자리에 우뚝 설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을 뿐이다. 때로는 그 판을 흔들고, 새 판을 짜기도 하는 역할의 중심엔 학생들이 있다.

 선창초등학교(광주광역시 광산구 신창로 35번길 67)는 ‘학생자치 모델’ 학교로서 지난 1년 간 학생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학교 안팎의 중대사에 깊숙이 참여하는가 하면, 먼저 제안하고 토론해서 결과를 도출해 왔다. 이에 학교 관리자와 교사, 학생이 한 자리에 모여 학생자치에 집중한 한해살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이 모인 곳은 학교 내 마을과 함께하는 커뮤니티 공간 ‘몽실몽실’. 선창초 추신해 교감과 김충현 연구부장, 이후재 학생회장은 “학생자치가 활성화 되면서 학교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으로 몽실몽실 공간이 만들어진 과정을 비롯해 학교 인근의 어린이공원 개선 프로젝트 등이 학생들의 참여로 한층 동력을 얻었다.

 이러한 성과에 앞서 학교는 학생자치가 바로 서야 할 이유를 교육적 관점에서 찾았다.

 “이전부터 학생자치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오다 올해부터는 학생들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고, 더 많은 목소리를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지시하고 통제하는 역할 보다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만 학생 한 명 한 명이 학교의 주인이자,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커뮤니티 공간구성·공원 개선에 학생 참여
 
 이를 위해 추신해 교감은 교직원들에게 “학생자치도 ‘긴 호흡의 수업’”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고 했다. 학생자치 활동을 수업과 같은 교육적 영역과 별개가 아니라 학생들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본 것이다. 그만큼 교사들도 학생자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협력해 주기를 바라며 전하는 요청사항이기도 했다.

 학교의 철학이 반영된 사례로 올해 4월부터 시작된 몽실몽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광주시교육청의 마을과 함께하는 공간 사업 예산과 광산구 문화플랫폼 엉뚱 사업 예산을 반영해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이에 학교는 수 개월간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회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주체적인 참여를 보장했다.

 “학생들은 놀 공간과 쉴 공간을 제안했습니다. 그 제안이 온열이 되는 무대와 다락공간으로 구현됐어요. 자신들이 원하는 공간이 만들어지니 애착도 커지더라고요. 학생들이 스스로 신발을 벗고 공간에 들어가자고 규칙을 만들고,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이 공간에 이름을 붙이기를, ‘선창낙원’이라고요. 학생들의 눈높이에서는 낙원이라는 말처럼 행복하고 편안한 공간이고, 학교는 학생들이 지은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어요.”

 김충현 연구부장은 몽실몽실 한 켠에 학생들의 공간인 선창낙원이 자리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6학년 학생들은 몽실몽실에 들어설 회의 테이블을 제작하기도 했다. 학생뿐 아니라 교직원, 마을도 함께 원하는 공간을 직접 구상해보고 설계에 반영하는 과정을 거쳤다.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커뮤니티 공간의 탄생이었다.

 공간의 변화를 몸소 경험한 학생들은 학교 밖 공간에서도 섬세한 관찰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과학교사인 김충현 연구부장의 수업 시간. 학생들은 학교 인근의 초록어린이공원에서 생태 관련 수업을 하다가 공원 시설의 미흡한 점에 대해 말문을 열고 한 마디 씩 꺼냈다. ‘천장에 비가 새고 있다’ ‘시설물 색깔이 좋지 않다’는 평가는 곧 ‘시설을 개선하면 좋겠다’ ‘포토존이나 해먹이 설치되면 더 자주 놀러올 것 같다’는 바람으로 바뀌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공간에 대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역시 현장을 많이 보고,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학생들의 아이디어는 곧 마을코디 겸 마을활동가이신 학부모 회장님께 전달됐고, 마을에서 이를 공론화하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하는 토론회 자리에 김충현 연구부장과 이후재 학생회장이 참석해 학생들의 생각을 전했다.
함께 모여 학교 안팎의 일들을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온 선창초 학생들.|||||
 
▲“학생 자치는 ‘긴 호흡의 수업’과 같다”
 
 “학생들의 제안이 무조건 들어지는 건 아니었어요. 주민들께서는 공원에 모래놀이터를 만드는 일과 같이 관리가 잘 되지 않았을 때,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부분을 걱정하셨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우리가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렸어요. 그러면서 걱정하시기보다 동의해주시는 부분이 늘어났던 것 같아요.”

 학생들에게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상호 간 이해의 과정은 결여됐을 터. 이후재 학생회장은 학생 눈높이에서 지역 주민들을 설득했고, 타협점을 찾아갔다.

 선창초는 학교 위원 5명, 학부모 5명, 지역위원 20명이 참여하는 초록어린이공원 기획단을 만들어 내년 3월부터 공간 개선을 위한 정식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선창초엔 학생회 외에도 학교활동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교 사랑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 곳곳을 돌면서 화장실 문고리가 고장 났거나 쓰레기가 쌓인 장소를 기록하고, 개선하는 활동이다. 이는 학생회 밴드에 공유되고 있다.

 학생들의 주체적인 참여가 늘어나면서 단순히 문제의식을 넘어 이를 해결하고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더해지는 추세다. 학생들은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학교 급식 문제도, 메뉴에 대한 요구와 급식실 소란에 대한 불만을 영양교사와의 간담회를 열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해결을 모색해왔다.

 “학생자치가 활성화 되면서 모든 일이 항상 원활하게 진행되지만은 않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그 과정조차 학생들에겐 배움이고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을 믿고 기다려주는 게 또 학교의 역할인 이유에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학생자치가 하나의 가치, 가치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노력하고자 합니다.”

 추신해 교감은 ‘사업’이라는 관점보다 학교의 문화, 가치관으로서 학생자치를 이끌어 가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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