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육정책연구소 ‘학교생활 영향 요인’ 연구
“친구보다 선생님이 ‘대체 불가’ 영향력”

▲ 삽화=김동인.
 중학생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친구’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친구 맞습니다. 그런데 친구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선생님’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것은 중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는 ‘친구’였지만 친구가 ‘만족도’를 결정하는 첫 번째 요인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중학생들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첫 번째 요인은 바로 ‘선생님’이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영향력이 크며 중요한 존재인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친구는 대체가 가능합니다. 반에 친한 친구가 없으면 다른 반에서 구하고 다른 반에도 없으면 초등학교 친구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대체가 불가능합니다. 담임선생님이 한번 정해지면 일년 동안은 그 선생님과 함께 생활해야 합니다. 학생은 자기랑 잘 맞는 담임선생님을 선택할 기회가 없습니다. 이건 담임선생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에게 잘 맞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에게 잘 맞춰가야 하는 상황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학생과 잘 맞는 교사vs 맞지 않는 교사

 교사는 학생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교사들의 말’은 학생들의 하루를 행복하게도 우울하게도 하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참여관찰과 심층면담 결과, 학교에는 좋은 교사와 안 좋은 교사가 있는 게 아니라 ‘학생과 잘 맞는 교사와 맞지 않는 교사’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것은 교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말로 ‘케미’가 잘 맞는 학생을 만나면 일년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담임교사와 학생들의 꿀케미’는 그 학급의 구성원 뿐만 아니라 그 학급에 수업하러 들어오는 모든 선생님을 행복하게 했으며 전반적인 학교생활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담임교사와 잘 맞는 학생들의 학교생활만족도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15%p나 더 높았습니다.

 모든 반에 한명씩 있기 마련인 ‘욱하는 학생들’의 ‘욱’ 발현도 담임교사와의 상호작용에 따라 현저히 낮아지기고 하고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작년까지 일주일에 한번씩 ‘욱’했던 성우(가명)는 올해 자신을 이해해주고 감싸주는 담임선생님을 만나 ‘욱’하는 횟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욱하는 순간은 눈에 뵈는 게 없지만 주먹질은 안하려고 노력합니다. 성우는 부모 없이 생활합니다. 작년까지는 어른한테 지는 게 싫어서 대들다가 재판 직전까지 간 전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좀 다릅니다. “아무리 예의 없고 싸가지 없게 해도 그럴 수 있다 해주는 담임선생님이 고마워서” 사고를 안치려고 노력합니다. 성우가 우리 부모는 왜 날 버린 거냐고 소리치며 울 때 담임교사는 성우를 안고 같이 울어줬습니다. 성우가 기분이 안 좋은 날은 성우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하거나 따로 불러 먹을 것을 챙겨주면서 기분을 바꿔 줍니다. 성우는 축구대회에서 결승골을 넣어 반 우승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반 친구들은 성우에게 “공부에는 관심 없지만 축구할 때는 반짝반짝 빛나는 친구”라고 말합니다. 성우는 “학교에 자신을 믿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고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가족도 포기하고 친구도 없고 그런 애들을 학교에서는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고 요청합니다. 케미가 좋은 반 학생들은 ‘가정환경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 학교생활의 즐거움이 가정생활의 어려움을 잊게 해줍니다. 가정이 힘든 아이일수록 학교에서 무조건 즐겁고 행복해야 합니다.
 
▲‘꿀케미’ 선생님들 말의 특징

 반 학생들과 ‘케미’가 잘 맞는 교사들이 쓰는 ‘말’의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모든 것을 공개합니다. 학생을 학급운영의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학교나 학급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협조와 이해를 구합니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은 불필요한 오해나 잘못된 소문에 휩싸이지 않으며 혼란과 불신을 겪지 않습니다.

 두 번째, 꾸중하지 않고 상황을 알려줍니다. 지각한 학생에게 “지각했네” 하고 말하지 않고 “수업 시작 했으니 어서 앉아서 땀 닦아”라고 이야기합니다. 지각한 학생에게 지각했네 라고 말하면 학생은 그 말을 꾸중으로 받아들입니다.

 세 번째, 말이 안 되는 말에도 대답합니다. 학생들이 엉뚱한 소리를 해대도 그것을 무시하지 않고 성의껏 응대해줍니다. 학생들은 일부러 말이 안 되는 말을 던져서 교사의 반응을 살핍니다. 교사가 진심으로 응대해주면 자신이 존중받았다고 생각하고 고마움을 느낍니다.

 네 번째, 이유를 물어봅니다. 교사가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달라고 학생에게 부탁합니다. 매번 지각을 하고 싸움을 벌이는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것을 들어주려고 노력합니다.

 다섯 번째, 학생과 ‘이야기’합니다. 케미가 좋은 반 교사는 “저는 학생을 지도한 적이 없어요. 그저 학생과 이야기를 할 뿐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지도하면 훈계하게 되는데 이야기하면 공감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내뱉은 거친 말은 미숙하고 서툰 구조요청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말보다는 아이가 느끼는 감정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칙 무어만 외,2009). 교사는 학생에게 사랑을 주지만 학생은 사랑을 느끼지 못합니다. 교사가 주는 사랑이 ‘학생이 원하는 사랑’이 아니라 ‘교사가 원하는 사랑’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학생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교사의 눈과 가치관으로 학생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의 눈과 가치관으로 학생을 봐야 학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교사가 주려는 게 사랑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중학교 아이들이 말합니다.

 “전에는 방학이 너무 좋았는데 지금은 학교에 가고 싶고 하루도 안가면 재미가 없어요. 담임샘이 잘해주니까 진짜 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김옥희 <광주교육정책연구소 연구원>

※ 본 원고는 광주교육정책소식지 공감톡톡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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