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없는사회 “어플 판독 결과 공정성 침해 심각”
광주시교육청 “공개된 기출…수학과목 특수성”

▲ 학벌없는사회가 19일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학 문제 참고서 베끼기를 확인하는 어플을 시현하고 있다.
앞서 ‘광주지역 일부 고교가 지필평가 수학 문제를 특정 참고서에서 베꼈다’는 자료를 낸 시민단체가 19일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고 “평가지침 위반” “성적 관리의 공정성과 신뢰성 훼손”을 이유로 광주시교육청에 감사를 요청했다.

이에 광주시교육청은 “평가에 사용하는 교과서나 부교재 등에서의 출제는 평가 대상인 전체 학생들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공정성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감사할 사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19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하 학벌없는사회)이 광주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 관내 고교에서 이뤄진 참고서에서 시험 문제 베끼기 실태를 고발했다.

▲실태 어떻길래

학벌없는사회의 이날 자료는 10개 학교 35개 지필평가 수학 과목 시험 문제를 조사·분석한 결과다. 공립 5곳, 사립 5곳이 대상인데 학벌없는사회 박고형준 활동가는 “공·사립 구분없이 관내 대다수 일반고등학교에서 이같은 일(문제 베끼기)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S고에선 특정 참고서에서만 시험 문제를 그대로 베낀 사례다. “이는 사교육을 조장함은 물론 수학을 주입식 암기 과목으로 변질시키는 교사의 게으름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단체의 주장.

M고에선 수많은 참고서를 문제은행처럼 활용해 시험문제를 출제했다.
공립G고에선 지문과 객관식 답안 제시항목까지 동일해 문제 베끼는 행태가 가장 노골적이었다는 지적을 당했다.

학벌없는사회는 “이 학교는 성적관리 선도학교로 운영되고, 해당 학교장은 최근 광주시교육청 인사에서 본청 중요 직책으로 영전하게 됐다”면서 “단위 학교의 성적 관리도 제대로 못한 인사가 광주교육 전체의 성적 관리를 책임지는 자리에 발령났다”고 비판했다.

학벌없는사회는 이같은 문제점을 인공지능기슬이 적용된 어플리케이션(Q)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학벌없는사회가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각급 학교의 베끼기 유형 시험 문제들.

이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당 어플을 시현했는데, 학교에서 출제된 시험 문제를 카메라로 촬영하니 비슷한 유형의 기출문제를 찾아서 보여줬다. 어플이 제공하는 정보는 출판사 및 참고서 이름, 풀이과정, 정답까지 망라한다.

학벌없는사회가 이같은 방식으로 10개 학교 35개 지필평가 수학과목을 검색했고, 일부는 특정 참고서 기출문제와 수치 하나 틀리지 않았다. 내용을 약간 수정했으나 동일한 문항도 많았다.

▲뭐가 문제인가?

학벌없는사회는 우선 평가지침 위반을 지적했다. 2019년 광주광역시 고등학교 학업성적관리지침 12조가 근거다. ‘출제에 있어 다음과 같은 사례가 없도록 유의한다’는 지침은 ‘가. 시판되는 참고서의 문제를 전재하거나 일부만 변경하여 출제하는 일’ ‘나. 전년도에 출제하였던 문제를 그대로 출제하는 일’ 등 두 가지 항목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학생들이 해당 어플을 활용하면 교사들이 어떤 참고서에서 문제를 출제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성 상실이 우려된다.

만약 이같은 정보가 특정 학생 그룹에만 제공됐을 경우 ‘특혜’ 소지도 큰데, 교육청은 “그와 같은 일은 벌어질 수도 없고 벌어진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저작권법 위반 지적도 나왔다. 학벌없는사회측은 시험지 끝부분에 ‘이 시험 문제는 학교의 저작물’이라고 표기하고 있으나, 실상은 학교들이 특정 출판사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가 브리핑룸에서 학벌없는사회의 문제지 베끼기를 반박하고 있다.

▲시교육청 강력 반박

광주시교육청은 학벌없는사회의 기자회견 뒤 바로 언론 브리핑을 열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공정성 문제. 광주시교육청은 “수능 및 전국연합, 모의고사 기출, EBS 교재 등 문제들은 모든 학생에게 공개된 것”이라면서 “학교 교육과정과 연관하여 학생들의 학습 특성에 적합한 문제를 선정해 학교 시험에 출제하는 것은 공정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수능시험의 수학 문제도 EBS 연계 등을 기존 수능 유형문제가 출제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교육청 학업성적관리시행지침상 ‘시중에 유통되는 참고서의 문제를 전재하거나 일부만 변경하여 출제하는 사례가 없도록 유의한다’라는 대목의 의미는 전체가 아닌 일부 학생들이 본 교재에서 문항이 출제됨으로써 유불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수많은 수학 문제의 풀이를 암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숫자를 하나만 바꾸어도 제대로 된 풀이를 하지 못하면 정답을 구할 수가 없다”면서 “교사가 활용하는 특정 문제지 등을 구매해 단순 암기한다는 주장은 수학 교과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오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교육청은 “수학 개념이 만들어진 후, 수학의 중요한 개념은 불변하는 것으로 이를 적용한 수많은 문제들이 만들어지고 이를 수업 시간에 다루는 것은 수학 교과의 성취기준에 타당한 것”이라면서 “수업 중에 가르친 것을 평가하지 않는다면 이는 오히려 문제푸는데 익숙한 사교육을 조장하는 일이며, 교실 수업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청은 시민단체가 분석 근거로 제시한 어플리케이션의 정확성도 문제삼았다. “해당 어플은 문제에 대한 풀이를 찾는 어플이어서 문제의 출처에 대한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

또 “해당 어플에 문제 데이터가 많다고 하더라도 시중의 모든 참고서나 문제집의 문제를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이 어플이 출처로 제시하고 있는 특정 문제집의 경우도 원본 문제는 모의평가인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학벌없는사회는 이날 철저한 전수조사를 통해 수학 교과의 평가 실태를 파악하도록 광주시교육청에 촉구하고 감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반면 광주시교육청은 “그동안 우리 교육청에서는 특정한 학생들에게만 자료를 제공되거나 평가의 공정성을 훼손한 사안은 관련자 징계 등을 통하여 강력하게 대처해 오고 있다”면서 “이번 사안은 시험 문제의 공정성을 침해한 사례로 보지 않기 때문에 감사할 사항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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