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속 등교 수업 고3생들 학교 생활
“이산가족 상봉한듯 껴안고 빙글빙글”
“저학년·초등생들은 어쩌나 싶어 걱정”
 

 코로나19 사태 속 5차례 연기된 끝에 드디어 이뤄진 등교 개학. 20일 첫 등교, 79일만에 학교를 다녀온 고3 학생들은 어떤 심정일까?

 본보가 등교 개학 첫날을 보낸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말 그대로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어쩌면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광주 고교생 A군. 20일 등교 개학 후 집에서 기자와의 통화에서 첫 마디는 “불안하다”였다. A군은 “교문에 들어서서 발열 체크를 하고 교실에 들어가기 전 까지는 오랜만에 학교에 가게 되어 설레기도 하고 마음이 들떴다”고 했다. 하지만 그 설렘도 잠시, 방역 수칙이 무색한 광경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복도에서 ‘일방통행’하라는 수칙이 잘 안지켜졌어요.” “쉬는 시간이 되면 이산가족 상봉이나 한 듯 껴안고 빙글빙글 도는 건 기본”이라고 했다. 현장을 목격한 선생님이 주의를 줘도 그때 뿐. 선생님이 안 보이면 또 다시 ‘상봉행사’가 이어졌다.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해도 불안한 데 턱에 걸친 학생들도 눈에 자주 띄었다. A군의 우려가 큰 건 “고3학생들도 생활 속 거리두기를 이렇게 힘들어하고 통제에 따르지 않는데, 저학년이나 초등생들은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루 종일 마스크 수업, 한계 분명”
 
 하루 종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업을 듣는 데 따른 물리적인 한계도 지적했다. B학생은 “시간이 지날수록 두통이 오는 듯했고, 답답한 느낌이 컸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다른 지역에서 고교생 확진자 소식까지 들리자 긴장감은 배가됐다. “12년 인생을 다 날릴 것 같은 기분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집에서 공부하고 싶다. 차라리 학교 밖이 더 안전한 느낌이다.”

 반면 등교 개학을 반기는 목소리도 많다.

 광주전자공고 김용태 교장은 “학생들과 교사들도 오랜만에 등교하니 좋아하고 다들 즐겁고 반가운 표정이었다”면서 “교실 순회를 했는데 교사와 학생들의 K-방역에 이은 학교-방역에 대한 의지가 대단했고, 교사들이 지도하기 전에 학생들이 생활수칙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특성화고교 학생들은 자격증 취득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라면서 “코로나로 시험도 모두 연기돼 초조하겠지만 반복 훈련을 통해 숙달이 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다독였다.

 이처럼 의견이 갈리지만,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3생들은 “코로나에 걸리면 모든 기회가 날아간다”는 위기의식이 커 신경이 더 곤두서 있었다.

 등교 개학 다음날인 21일 고3 학생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비,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이하 학평)를 치렀다. 학평은 전국 단위에서 자신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어 대입 전략을 세우는 중요한 시험이다. 이렇게 중요한 시험이지만 마스크를 쓰고 치러야 하는 환경이라 최상의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여전했다.

 시험 전날 첨단지구 한 스터디 카페에서 만난 C군은 “집이나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다가 오랜만에 학교가서 하루종일 앉아있으려니 오히려 리듬이 흐트러졌다”면서 “당장 내일(21일) 학평을 치르는데 평소와 너무 다른 환경이라 더 긴장되고 떨린다”고 말했다.
 
 ▲대입 앞두고 “걸리면 끝” 신경 곤두서
 
 이런 가운데 20일 인천에서는 코로나 19 고3 확진자 2명이 발생하고, 인천시교육청은 10개 군·구 가운데 5개 구 고등학교의 학생 전체를 귀가 조치시켰다, 등교 수업 이틀째인 21일 대구에서도 등교 수업을 시작한 한 고등학교에서 코로나 19 확진자 가 나와 학교가 폐쇄되고 3학년 전원이 귀가 조치됐다.

 잇따르는 고등학생 확진 뉴스에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한 학부모는 “마지막 10대를 이렇게 보내는 것도 안타깝고, 자칫 그동안 준비해온 게 무너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21일 기자는 광산구의 한 고등학교에 나가 등교하는 학생들의 표정을 살펴봤다. 이른 아침부터 교사들이 교문에 나와 학생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맞았다.

 학생들은 마크스를 착용하고 교문에서 교실까지 표시된 거리두기 안내에 따라서 이동하고, 손 소독 하고, 발열체크를 하는 등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입실했다, 문제는 이후부터. 하루 종일 마스크를 껴야 하는 답답함, 반가운 친구들과의 교류, 교사들이 지켜보지 못하는 시간상의 공백…. 고3부터 시작된 등교수업이 코로나19 사태의 또다른 분수령이 되고 있다.
 유새봄 기자 newbom@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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