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학모델’ 만드는 중…법 개정 시급”
“금품 주고 채용된 교사 `임용취소’, 당연한 조치”

▲ 낭암학원 김선호 이사장.
 ‘사학 비리 척결’을 내세운 광주시교육청의 일차 타깃이 된 낭암학원(동아여중고). 현재 비리교원 임용취소, 교장 공모 등의 후속 절차가 속속 진행중인데, 이의 성패에 광주지역 사학 개혁의 운명이 달렸다는 분석이 많다. 이같이 막중한 사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는 김선호 이사장이다.

 직무대행으로 취임하고 이사장으로 선출된 지 두 달 만에 과감하게 매스를 들이대고 있는 김 이사장을 만나 사학 개혁의 소신을 들어봤다.

 교육청이 김 이사장을 직무대행으로 파견한 건, 지난해 7월 낭암학원에서 이사회 부실 운영과 교직원 채용 과정에서의 금품 수수 및 불법행위가 적발되고 임시 이사 체제로 전환된 탓이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교직원 3명이 구속됐고, 최근엔 금품을 주고 채용된 교사 6명에게 ‘임용 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인터뷰(11일) 다음날엔 조카를 채용해 달라며 금품을 건넨 교사까지 해임됐다.

 

◇“학업 손실 최소화…방학 맞춰 임용 취소”

 김 이사장은 “사학에 고질적으로 뿌리내린 채용비리 관행이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반드시 몰아내야 하는 악습”이라고 강조했다.

 “새롭게 교체된 8명의 이사진이 모두 만장일치로 해당 교원의 임용취소 결정에 동의했다. 채용당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전거래를 조건으로 한 계약이 있었다. 시험 보기 한두 달 전에 금품수수를 먼저 해버린 것이고 이는 누가 보더라도 사회적 정의에 합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민법상으로 사회적 정의를 거스르는 행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낭암학원의 이번 임용취소 조치는 광주 사학 최초로 채용비리가 발각돼 검찰 조사, 법원 판결을 거쳐 교육청의 감사 결과에 따라 이행됐다.

 김 이사장은 “낭암학원 이사장직을 맡기로 결정할 때만 해도 손에 피를 묻히는 각오”로 임했지만, 막상 임용취소 조치를 이행하려니 “낭암학원이 ‘학교’라는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시민들은 주시하고 있는데 반해 학교에선 조치가 늦어지고 있어 비리교원의 임용취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더라. 하지만 낭암학원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다. 어찌됐든 교원들이 당장 그만두게 되면 학교에 동요가 일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또 교육일정을 중단하고 대체할 기간제 교사를 뽑아야 하는데, 이사진도 구성이 되지 않은 상태였고. 학교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방학 하자마자 이사회 열고 조치를 이행했다.”

 임용취소는 징계 조치와 달리 임용 자체를 무효화하는 조치로 해당 교사들의 경력·자격 이수 등이 모두 무효화될 수 있는 조치다.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승소하지 않는 한 임용이 취소된 날로부터 경과시기가 지난 다음에야 교육청이 관장하는 교육공무원 임용에 재 응시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원들의 비리에 관대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우려와 함께 ‘솜방망이’ 처벌로 무마되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이사장도 이러한 우려에 동감했다.

 

◇ 사립학교 이례적 교장 공모도 진행

 “일부 비리 교원들이 소청심사를 통해서 구제되는 사례가 있다. 공직사회가 너무 내 식구 감싸기 경향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국가 차원에서 나서서 잘못한 부분에 대해 공직에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현장에선 어려움이 많다.”

 김 이사장은 “채용비리를 개선할 수 있는 구조 개혁이란 채용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바꾸는 것이고 이는 현행법을 이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에 교사를 선발할 때 민주적 과정과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채용했었다. 시험 출제, 수업 시연, 면접 테스트 등 채용 과정의 계획과 실행에 괴리가 있었던 것이다. 올해는 불가능하겠지만, 교육청이 내년부터라도 전 사학에 홍보해서 정규교사뿐 아니라 기간제교사도 위탁으로 대신 뽑아준다면 좋겠다.”

 낭암학원은 당장 1월 중 기간제 교사를 20명가량 선발한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의 관습을 깨고 서류심사, 면접 과정에서 모든 것을 계량화해서 합리적 방법으로 선출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낭암학원은 정규교사 채용 시에도 교육청에 임용시험을 위탁하는 조례에 따라 최대한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낭암학원은 이번에 사립학교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인 ‘교장 공모’에 나섰다. 낭암학원에 따르면, 이번 동아여중 교장직 공모는 동아여중·고에 재직 중인 교육경력 15년 이상의 교원과 낭암학원 교육경력 10년 이상의 교원이면 교감·교장 자격증 유무와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

 “관리자를 채용할 때 이사장의 독단적인 행보가 아니라 가능하면 폭넓게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서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동아여자중학교 교장직을 공모제로 뽑는다. 과거엔 교감의 교장직 전환이 100% 보장됐지만, 이번엔 공개 모집을 거쳐 이사진들의 난상토론으로 최종 평가를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낭암학원 자체에선 물론이고 광주 사학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채용 전 구성원 의견을 묻고, 공개채용을 결정하고, 이사진 평가를 거치게 되는 것 자체가 모두 최초인 셈이다.”

 김 이사장은 교장 공모를 위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사학이 갖고 있는 ‘억압적’인 분위기를 절감했다. 이에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 교사들의 소원수리를 진행했고, 중학교 143건, 고등학교 275건이 접수됐다고.

 “그동안 이사장이 모든 것을 막 해버려서 그런지 구성원들의 자율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사학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사장에게 잘 보여야 살아남는 구조였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일부러 낭암학원에 첫 발을 디딜 때 의도적으로 구성원들과의 접촉을 피했다. 해당 교사들에게 처분을 내려야 했기 때문이다. 대신 소원수리 접수를 받았다. 그동안 교직원 협의회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 소통이 거의 되지 않는다는 사실 뼈저리게 느꼈다. 내규 규정을 정비해 자연스럽게 토론할 수 있는 문화 정착시킬 것이다.”

 낭암학원을 “사학의 새로운 모델로 만들겠다”는 김 이사장의 포부는 사학 전체를 향해있다. 교육의 미래, 사회 전체의 건강함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학법 개정이 필수라는 것도 그런 포부에서 연유한다.

 “해방 이후 일제강점기를 지나온 우리나라에서 국가에서 교육기관을 만들어낼 수 없었을 때 사학이 공교육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 공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사학이 거의 100%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면서 교원 채용은 자체적으로 하려한다. 사학이 부담해야 하는 법정부담금을 80%이상 납부하지 못한 학교의 경우, 국가기관에서 교직원을 채용한다는 규정으로 바뀌기만 해도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법인 운영비 미비, 소송당하면 변론비도 없어…

 김 이사장은 당장 직면해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털어놨다. 법인 운영비가 미비해 만약 채용비리로 임용이 취소된 교사들이 재판을 걸면, 대항할 수 있는 변론비조차 없다는 것. 실제로 처분을 받은 6명 가운데, 한 명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며 김 이사장을 찾아온 일도 있었다.

 “재단에서 쓸 수 있는 연간 운영비가 120만 원 정도밖에 없더라. 지난해 9월 직무대행으로 와 보니 40~50만 원밖에 없었다. 운영이 제대로 안 됐다는 이야기다. 이사회 참여해 회비도 내고 밥도 먹을 일이 있을 텐데 그런 일이 전혀 안 됐던 거다. 채용비리로 구속되신 분들이 도저히 정상참작조차 될 수 없는 이유를 알게 됐다. 재단에서 쓸 수 있는 돈은 100만 원밖에 안 되는데 7억 원을 자기 호주머니에 챙겼다니 더욱 화가 난다.”

 처음 가는 길은 늘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낭암학원 정상화에 사활을 건 이유에 강한 확신을 드러냈다.

 “이사진들과 함께 낭암학원을 사학의 좋은 모델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 우리가 가는 길은 바른 길이고 꼭 가야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세상 어디라도 부정부패가 있어선 안 된다. 돈이 없어서 교사를 할 수 없는 이들이 생겨선 안 된다. 사람을 키워내는 교육현장이라서 더욱 그렇다.”

 김 이사장은 광주효광중학교 교장, 광주시의회 교육의원을 지냈으며 낭암학원 ‘채용비리’사건이 터진 후 지난 9월 광주교육청의 관선이사로 파견돼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활동해 왔다.

 김 이사장 임기는 2018년 9월1일까지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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