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흙 운동장 교체’ 방침…
광주시교육청 96% 이행
35곳, ‘인조잔디+우레탄’→
‘인조잔디+마사토’ 부작용
“인조잔디 흙 유입, 잔디도 걷을 판”

▲ 광주의 한 중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에서 중금속이 과다 검출돼 마사토로 교체했으나 기존의 인조잔디와 부조화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광주지역 학교 운동장에 깔린 우레탄 트랙에서 중금속이 과다 검출돼 흙 운동장으로 교체됐지만, 학교별 운동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운동장을 마사토로 채움에 따라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 운동장은 우레탄 트랙이 인조잔디 운동장을 감싸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 테두리가 마사토로 채워지면서 중심부 인조잔디에 흙 알갱이가 유입되고 배수 상 문제가 생기는 등 이용에까지 지장이 생긴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광주시교육청이 흙 운동장으로 전면 교체할 것을 밀어붙였고 다른 선택지 없이 마사토로 운동장을 채우면서 우려했던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 성토하고 있다. 이슈가 된 우레탄 교체에만 몰두하다 인조잔디에 대한 대책은 뒷전으로 밀렸고, 결국 재질이 상극인 마사토와 인조잔디가 겹시공돼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

 지난해 7월 광주지역 52곳의 학교에서 유해성 검사 결과 납 등 중금속이 한국산업표준(KS) 기준치(90㎎/㎏) 이상 검출돼 해당 우레탄 트랙에서의 교육 활동 중단과 함께 출입까지 통제됐다.

 광주시교육청은 해당 학교 학부모 설명회에서 운동장을 마사토로 전면 교체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현재까지 96%를 이행했다. 이는 우레탄 학교를 흙 운동장으로 전환한 비율과 같다.

 당시 교육청은 마사토로 교체를 위해 학교당 1억 원의 비용을 책정하고 인조잔디나 우레탄으로의 교체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폈었다. 해서 이용 상의 장점 때문에 인조잔디·우레탄을 설치했던 학교들은 교육청의 마사토 교체 방침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특히 수명 연한(7년)이 다 한 인조잔디에서도 유해물질이 검출된 바 있어 우레탄만 교체하는 것은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비판(본보 관련보도, 2016.9.26. `광주 학교 35곳 우레탄+인조잔디 겹시공, 대책 반쪽’)도 제기됐다.

 결국 교육청은 “급한 불부터 꺼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지난 1여 년 간 해당 학교 중 공립학교 운동장을 전면 마사토로 교체했다. 일부 사립학교에선 교육청 방침인 마사토 교체를 받아들이지 않아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가장 문제가 크게 발생한 곳은 인조잔디와 마사토가 겹시공 된 학교들이다. 광주 광산구의 한 고등학교 체육 교사 A씨는 “마사토 교체 공사 이후 운동장에 폭탄 하나를 안고 사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청의 방침이어서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원칙대로라면 인조잔디는 우레탄과 깔려야 하는데 대신 흙이 시공되면서 잔디에 모래가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배수에 문제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이어 “학생들은 비가와도 금방 마르고 공도 잘 차지는 잔디를 더 선호하는데 마사토가 깔린 뒤로 활동 반경이 잔디 안쪽으로 좁아졌다”며 “건강을 위해서 오히려 건강을 확보하기 위한 공간이 줄어든 셈”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중학교 운동장도 비슷한 경우인데, 이 학교 관계자는 “잔디로 들어간 모래를 쓸어내고 천연 잔디도 곳곳에 심어놓았지만, 예비차원일 뿐”이라며 “인조잔디 수명도 다 돼가는 마당에 잔디까지 걷어내고 아예 마사토를 깔아야 할 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조잔디 시공업자에 따르면 마사토 구간에서 흙이 인조잔디로 들어가면 충격 흡수 등 잔디 구장의 본연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인조잔디 안에서 흙 뭉침 현상이 발생하면 슬라이딩 기능도 반감된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마사토 대신 인조잔디가 깔리게 된 이유 중 하나가 흙에서 미생물들이 서식하며 세균번식이 가능하다는 점 이었다”며 “인조잔디와 흙이 공존할 경우 관리가 더욱 세심하게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우레탄에서 중금속이 과다 발견된 학교 52곳 중 인조잔디와 함께 깔린 학교가 35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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