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육정책연대 발족에 대하여

지난 11월2일 광주의 지역일간지들이 공통으로 주목한 교육계의 주요 뉴스가 있었다. ‘광주교육정책연대’라는 새로운 시민운동기구의 발족을 알린 것이다.

2018년 6월 지자체 선거에 대비해 ‘광주교육체제의 새로운 그림을 기반으로 공동의 교육정책을 만들고, 2018년 지방자치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에 반영되도록 영향력을 발휘하고, 시민사회와 함께 교육감 선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기사 제목을 “‘벌써, 교육감 선거’ 전교조 성향 광주사회단체 연대기구 결성”으로 뽑고 ‘이들 단체가 2014년 교육감 선거에서도 장휘국 현 교육감으로의 후보 단일화에 힘을 모았다’는 정치적 해석을 곁들여 SNS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선거만 되면 시민들의 순수한 주권행사도 누구 편을 드는 것인 양 해석하는 것이 사실 ‘황색 언론’의 적폐일 수도 있어서 억울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나름 오해(?)할만한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단체의 발족 장소가 광주시교육청 대회의실이니 일단 의심을 사지 않겠는가? 또한 12개 참여 단체 중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나 전교조는 현 장휘국 교육감을 당선시킨 일등공신이라 할 만한 단체들이다. 그리고 흥사단이나 YMCA, YWCA와 같은 전통적인 시민단체가 있고, 참교육학부모회와 여타의 교육시민운동체들이 함께 속하였다.

▲“계승할 점 극복할 점, 명확히하자”

발족선언문의 내용을 보면 일반적인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에 근거하고 있음을 서술하였을 뿐 현 시기 구체적 행동과 실천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개봉박두’분위기이다.

다만 막연하나마 앞으로의 교육체제의 정체성을 ‘시민교육체제’라고 언급하고 광주교육을 교육청의 울타리를 넘어 마을과 지역, 시와 구의 역할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밝힌 것은 선언적 수준이나마 눈길을 머물게 한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교육시민운동을 대표하는 이들 단체의 역할과 책임에 비춰볼 때 아쉬운 것이 한둘이 아니다. 광주지역의 교육시민운동으로 치자면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단체들이 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야말로 시민사회 그 자체라 할 정도의 대표성이다. 그런데 광주시민사회는 왜 지난 8년 교육감을 평가하지 않는 것일까?

이것은 괜한 의구심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초 70여개 시민단체가 속해 있었던 광주교육희망네트는 자체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1기 교육감 평가서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시민의 교육주권이 행사될 수 있도록 매개하고 행동해야할 시민단체가 1기 교육감에 대한 평가담론을 포기한 것이다.

참교육학부모회가 당시 상황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 역시 문제였다고 안팎으로 비판받은 바 있다. 그리고 다시 4년이 지나 시민단체 연대 기구 광주교육정책연대는 좋은 정책을 제안하겠다고만 언급하고 무려 8년을 책임진 현 장휘국 교육감의 평가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을 하지 않는다.

선거를 7개월여 남겨둔 상황에서 시민의 교육주권은 차기 교육행정 수장에 대한 권력 의지로 수렴되는 것이 상식이며 마땅한 일 아닌가? 최소한 지난 진보교육 8년의 성패에 대하여, 계승할 바와 극복할 바를 명확히 하는 것이 시민단체가 해야 할 역할이다.

▲“진보는 심판받지 않은 권력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국회와 달리 지역은 너무 좁고 지자체와의 거리는 너무 가깝기 때문일까, 주목할 만한 경쟁자가 보이지 않아 뒷감당이 두려운 것인지 도무지 권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입에 담지 않는다. 때로 교육지방권력은 그 지역의 주류이다.

시장선거와 달리 정당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교육권력에 대해 궂은 소리 하고서 인심 잃으면 행여 지방의회선거나 비례의원 입성에도 장애물이 될 것임을 염려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광주시민은 어느새 불쌍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시의회와 교육청 정문에서는 혁신학교 지정 문제나 예산 운용 잘못으로 인한 8억 원 손실 문제, 숱한 비정규직 문제, 학교통폐합 등 현안들이 지나가고 있지만 전교조나 참교육학부모회 등 여타 단체들이 이를 시민사회의 요구로 끌어안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을 뿐더러 광주교육정책연대의 이번 발족선언은 현재의 선거 판세를 추종하는 수준에서 좋은 정책 자문하는 정도의 역할만 하겠다는 고백으로 읽힌다.

과연 진보는 심판받지 않는 권력이어야 하는가. 권력에 대한 견제와 심판을 포기한 광주의 시민사회는 과연 지속가능한 것인가? 잘못하면 민주인권도시 광주가 무너진다.

지방정부의 잘잘못보다 시민단체의 무기력 때문에 광주가 무너진다. 지난 8년 장휘국 교육감의 진보교육에 대한 심판이 우선 되어야 한다.

광주교육정책연대는 장휘국교육감 체제에 대한 심판의 절차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궂은 소리 듣지 않으려고 싫은 소리 하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시민운동인가? 그런 시민운동이 꾸는 좋은 꿈, 좋은 정책은 어느 순간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고 말 것이다.
배이상헌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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