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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독립’ 청소년들 “진짜 삶을 배운 시간”
대안학교 래미학교 졸업·재학생 4명 공동생활
김우리 ur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8-01-05 06:05:02
▲ 한 달 간의 독립 프로젝트를 완수한 집에서 박혜정, 김민결, 유채연, 최유빈(왼쪽부터) 씨.

 한 달 간의 독립생활을 마친 4명의 청소년들이 특별한 경험담을 공유했다. 짧은 동거기간, 온 몸으로 체득한 ‘독립’의 경험이 소중했던 만큼 아쉬움도 남는 30여 일의 회고담이다.

 동거 마지막 날을 앞둔 지난해 12월29일,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주택가에 자리한 이들의 보금자리를 찾았다. 널찍한 방 한 칸과 거실, 주방 등 여느 가정집과 다름없는 주거공간이었다.

 청소년들이 가족과 떨어져 독립생활을 해 온 그곳엔 어느새 가족만큼 애틋해진 서로가 있었다. 박혜정(19), 최유빈(18), 유채연(18), 김민결(18) 양은 모두 대안학교인 래미학교를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또래들이다.

 혜정: “일단 모이기만 하면 심심할 틈이 없었어요.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티브이를 본 시간이 가장 즐거웠어요. 부모님과는 함께 할 수 없는 것들이니까요.”

 사실 이들이 독립이라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했던 건 부모의 지원이 뒷받침됐다. 래미학교의 학부모 모임 ‘세살백이(세상을 살아가는 102가지 이야기)’가 제안해 결성된 ‘독립프로젝트’가 그 토대다.

 프로젝트에 앞서 일단 저렴한 월세(1인당 3만 원)로 입주가 가능한 보금자리가 제공됐다. 여기에 ‘물리적’, ‘정서적’ 간섭을 최소화하기로 한 부모들의 의지가 보태져 프로젝트는 어렵지 않게 성사됐다.
 
▲알바로 생계비 마련, 청소·식사 등 협동 체제
 
 민결: “예전부터 부모님께서 제가 스무 살이 되면 모든 지원을 끊겠다고 하셨어요. 독립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막상 걱정도 됐죠. 마침 부모님이 독립 기회를 주신다고 했을 때 참여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독립의 토대는 마련됐어도 독립을 유지시키는 건 각자의 몫이었다. 아직 래미학교 재학생인 혜정 외에 세 명은 알바를 해야 했다. 기본적으로 각자 할당되는 생활비 12만 원과 추가로 지출되는 관리비(n분의1)를 내고, 용돈도 쓰려면 자금상황은 빠듯했다.

 유빈: “청소년이 알바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보통 편의점인데, 그마저도 나이가 어리다고 거절하는 경우가 많죠. 힘은 들지만 고기 집에서 채연이와 같이 주 5일 근무해요.”

 알바로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다보니 실제로 이들이 동시간대 집에 모이는 경우는 드물었다. ‘외박 금지’라는 공동규칙에 따라 저녁에 되어서야 한 집에 모이면, 그때 못 다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유빈: “저는 외동이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학교를 그만두고 학교 밖 청소년이 되니 혼자 있게 된 시간은 더 많았죠.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살면서 심심하지 않고 부모님과 다른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공동생활을 위해 서로가 노력해야 하는 것들도 늘어났다.

 채연: “독립을 위해선 금전적인 것뿐 아니라 마음가짐도 중요했던 것 같아요. 힘들게 알바를 하고 집에 오더라도 집안일을 나눠서 할 수 있는 배려 같은 거요. 평소에는 부모님이 다 해주셨던 집안일인데, 여기에선 할 일을 미루면 친구의 일이 돼 버리니까요.”

 요일별로 할 일을 정해 함께 일하는 방식을 택했다. 청소와 분리수거, 설거지 등 처음 해보는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협동’에서 길을 찾기로 한 것이다.

 민결: “학교에서는 청소하는 법, 분리수거하는 법을 따로 배우지 않잖아요. 공동생활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이런 것 같아요. 청소를 효율적으로 하는 법 같은 실전을 배우면 좋겠어요.”

 원래 3개월짜리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이들은 지난해 말 한 달간의 경험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네 명 모두 독립이라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계획하고 있어서다.

▲“집 밖 생활 한계도 느껴”…새로운 도전 예고

 일단 그 출발을 위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피하다고. 어느 정도 독립이 가능해질 때까지 집에 머물거나 가능한 한 오래 머물거나 그것도 선택 사항이다.

 혜정: “노래와 그림이라는 재능을 키워가고 싶어요. 친구들과 살면서 대화를 많이 했고 어느 정도 제 길에 확신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일단 부모님 지원을 좀 더 받아서 배움을 지속하고 싶어요.”

 유빈: “놀이동산에서 알바를 해보는 게 제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에요. 서울 친척 집에서 지내면서 버킷리스트들을 하나씩 실현해볼 계획입니다. 완전한 독립은 아니지만, 이제 가족으로부터 독립은 거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채연: “타 지역은 아니더라도 완전한 독립을 하고 싶어요. 부모님과 같이 지내면 좋은 점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자주 의견이 부딪히고 갈등으로 이어지는 게 서로에게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독립할 계획입니다.”

 민결: “대학에 진학할 마음이 없어서 다양한 경험을 위해 저 자신에게 시간을 좀 주려고 해요. 여행도 많이 하고, 그 과정에서 배움을 찾을 수도 있고요.”

 각자 지어 붙인 SNS 채팅방의 이름 ‘확대가족(유빈)’ ‘한지붕(민결)’ ‘동거인들(채연)’ ‘독립프로젝트(혜정)’는 지속키로 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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