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고, 특별 그룹에 ‘시험지 유출’ 공정성 논란
작년 D고 이어 또…“광주시교육청 대응” 도마

▲ 광주지역 교육단체들이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시험지 유출 재발 사태와 관련 엄중한 처리를 촉구했다.
 광주에서 1년 만에 또 다시 ‘사립고 시험지 유출’ 의혹이 불거져 시교육청이 보완을 약속했던 시험지 관리·감독에 ‘사각지대’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최근 K고 재학 중인 학생이 “교사가 특정 그룹 학생들에게 기말고사 ‘기출문제’가 포함된 유인물을 나눠줬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상황.

 지난해 D고에서 시험지를 빼돌린 행정실장과 학부모가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은 지 1년 만에 비슷한 문제가 발생해 “또 광주…”라는 불명예 딱지가 붙게 됐다.

 특히 이번 시험지 유출 의혹은 몇몇 개인의 일탈이 아닌 학교가 성적우수자로 분류되는 특정 학생 그룹을 상대로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더해지면서 더 큰 공분을 사고 있다. 이 학교는 수년간 주요 대학 진학에서 다른 학교들에 비해 압도적인 실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어서 충격을 더한다.

 9일 광주시교육청과 K고에 따르면, 광주지역 사립고 K학교에서 발생한 ‘시험지 유출 의혹’과 관련해 8일부터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동아리반에서 풀어본 문제와 실제 시험 문제와의 유사성’을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9일엔 문제가 된 5개 문항에 대해 재시험을 치렀다.
 
▲“‘실력광주’ 민낯? ‘성적순’ 기숙사 모순”

 이번 사태는 지난 5일 치른 3학년 수학 시험문제와 관련, 재학생이 “시험문제가 특정 동아리 학생들에게 제공된 유인물에서 출제됐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해당 동아리는 31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대체로 성적을 기준으로 선발된 기숙사생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학 기말고사 시험 중 객관식 3문제, 서술형 2문제 등 모두 5문제(26점)가 이 동아리 학생들에게 미리 제공된 유인물의 문제와 유사하다는 것이 학생들의 대체적인 주장이다.

 이에 시교육청은 최근 3년 간 시험지와 답안지, 기숙사 학생 명단 등 관련 자료와 학생 및 교사를 대상으로 다른 교과에 대해서도 유사 사례가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 전 D고 시험지 유출 건 때처럼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나서야 추적 조사를 하고, 사후 대책을 강구하는 것으로는 ‘땜질식 처방’일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년 전에는 S여고에서 내신 성적 조작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일각에선 “교육청 특별감사에서 학교 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특별반 학생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예상문제 찍어주기’와 같은 행태가 적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학교에 책임을 묻더라도 교육청의 시험 관리·감독 체계에서의 허점을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이번 시험지 유출 의혹과 관련해 9일 기자회견을 연 광주지역 교육단체들은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시험지 유출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 발표한지 1년 만에 또 다시 유사한 시험문제 유출 의혹이 터져 나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광주시교육청의 학업성적 관리와 감독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민호 민중당 광주시당 위원장은 “광주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입시를 강조하는 ‘실력 광주’의 구호와 무관치 않다”면서 “사립학교는 국민혈세가 투입되고 광주시교육청은 이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지만 땜질식 처방으로 무마해 사각지대가 생기는 게 아닌가”라며 시교육청에 자성을 촉구했다.
 
▲“감사 철저, 공정·신뢰성 제고 보완” 촉구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의 박고형준 활동가는 “여전히 교육청과 학교는 명문대 합격률을 높이는 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3년간 연달아 발생한 성적조작, 시험지 유출 사건 등을 보면서 3번의 기회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사건을 책임지지 못할 바에 교육감이 사퇴해야 맞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8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지난해 ‘악몽’을 떠올리는 일이 터져 안타깝고 죄스럽고 ‘스쿨 미투’와 함께 시민들께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수차례 사과하고 재발방지책까지 약속했으나 부끄럽다”며 “엄정하게 조사할 것”을 주문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개인이 몰래 시험지를 빼낸 지난해 시험지 유출 건과는 다른 측면이 많아 접근방식과 대응책이 다를 수 있다”면서 “특별감사가 이번 주 중으로 윤곽이 잡히면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지난해 7월 광주 D사립고교에서 발생한 3학년 중간·기말고사 시험지 유출과 관련해 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며 재발방지책을 약속한 바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사고예방대책으로 ‘시험지 인쇄 기간에는 인쇄실에 휴대폰 등 전자장치 반입을 금지’하고 ‘복수의 인쇄·보안관리자를 지정해 시험지 인쇄 업무를 수행’토록 했다.

 또 교육청은 예산을 지원해 ‘인쇄실 주변에 폐쇄회로(CC) TV 설치’, ‘인쇄실 창문 방범창 설치 의무화’, ‘이중 잠금장치가 설치된 시험지 보관용 캐비닛 교체’, ‘파쇄기 설치’, ‘인쇄 매수 등 로그정보 확인이 가능한 인쇄기 도입’을 시행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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