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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가요?
광주시교육청, 배이상헌 교사의 ‘성희롱 수업 배제’ 관련

김옥희
기사 게재일 : 2019-10-11 06:00:00
▲ 김옥희 연구원

최영태 교수님의 남도일보 화요세평<9월30일자>을 잘 읽었습니다. ‘과도한 징계는 폭력’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공권력은 절제돼야 합니다.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수업권이 함께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배이상헌 선생님의 사안을 학습권과 수업권의 문제로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아 보입니다.
 
 이 사안은 교사의 수업에서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낀 학생이 ‘국민신문고 성희롱·성폭력센터’에 피해를 호소한 사안입니다.

학생이 수업중에 성과 관련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데 그걸 수업권 침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마치 ‘내 수업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건 인정할 수 없으니 계속 수업을 하겠다, 내 수업을 침해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학생은 피해를 입었다는데 교사는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학습권·수업권 문제로만 볼 수 없어”

 교육청을 비판하는 세 가지 근거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첫 번째, 성교육용 교재로 추천받은 우수영상을 상영하는 시간에는 성적 수치심을 느끼면 안되는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대학 때 받았던 성과 사회학 수업에서 교수는 ‘교육용 포르노’를 함께 보지 않을 권리를 인정해 주었습니다.

만약 그 교수가 아무 공지 없이 남녀가 함께 있는 공간에서 해당 포르노를 상영했다면 그건 학생에 대한 폭력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초중고 학생에겐 수업선택권과 거부권이 없습니다. 그래서 학생의 성장과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못한 수업들이 정서적 학대행위로 고발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두 번째, 제 생각에 직위해제는 징계가 아니라 ‘신고자와 행위자를 분리하는 법적 절차’로 보입니다. 그동안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는 학생을 최대한 보호하고 비밀누설, 신고자 비난, 화해종용 같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성관련 사안 만큼은 수사 개시 통보 즉시 직위해제를 해왔습니다.

그동안 지켰던 원칙과 기준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것을 지켰다고 비판하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법과 절차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행정기관에게 왜 법과 절차를 지켰냐고 항의하면 그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세 번째, 해당학교 성고충심의위원회에는 피해를 입었다는 학생들이 참석하지 못하는 구조였습니다.

성고충심의위원회에서는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20시간 이상 받고 학생의 발달정도를 고려하여 수업 운영을 하도록 권장’했습니다. 저는 이 결정에 담긴 함의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의 성폭력 전수조사는 1:1 개별면담 방식으로 자신이 ‘직접 보고 겪은 사안’만을 육하원칙에 따라 상세히 기록하게 합니다.

거짓을 기록하면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고 기재내용에 따라 행위자가 징계나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경찰서에 가서 추가진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정확히 공지합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번 전수조사에서 몇몇 학생들은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주는 말을 다시는 듣고 싶지 않으며 교사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저는 학생들이 교사의 교육방식에 대한 단순한 민원이나 진정을 넣은 게 아니라 명백한 피해사실을 신고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민원은 시정해야 하지만 피해는 처벌해야 하는 사안이 되는 것입니다.

▲“1년전 만든 교육부 매뉴얼 지킨 것”

 1년 전 광주를 비롯한 전국의 학교는 스쿨미투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된다는 강력한 의지로 ‘교육부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이 매뉴얼에서 학교 내 성폭력 사안을 외부수사기관에 즉각 신고하도록 한 것은 제 식구 봐주기, 은폐와 축소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교육계 내부 상황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매뉴얼을 지켰다고 기계적이고 무능하고 폭력적인 행정이라고 비난합니다. 1년 전 스쿨미투 때 불관용의 엄격함을 요구했던 분들이 지금은 다른 잣대로 이 사건을 처리하라고 합니다. 그 때는 맞았는데 지금은 틀렸다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교육청 간부들과 담당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인신공격과 인격모독을 하고 있습니다. 행정기관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인신공격과 인격모독까지 감내해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배이상헌 선생님은 자신을 잘 아는 교육감과 정책국장이 이 사안에 손놓고 있다며 마치 동지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부도덕한 사람인 것처럼 비난합니다. 저는 궁금합니다. 교육감과 정책국장이 배이상헌 선생님을 잘 안다면 지위를 이용하여 이 사안에 가이드라인을 내리고 적극적으로 개입해도 되는 지를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 광주광역시교육청은 배이상헌 선생님에게 징계를 내린 게 아니라 다만 법과 절차대로 성관련 사안을 처리하고 있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김옥희 <광주광역시교육청 연구원>
 
 ※필자의 요청으로 도덕교사 배이상헌을 둘러싼 수업중 성비위 논란 관련 기고문을 싣습니다. 필자는 이 글이 교육청의 입장과는 무관한 개인 의견임을 밝혔습니다. 외부 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본보는 이 주제에 대한 어떠한 주장과 반론에도 지면을 할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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