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서구 금호터미널에 정차해 있는 금호고속 버스들. 금호고속을 모태로 지역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으나 2009년 워크아웃으로 고난의 시기를 맞은 금호그룹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에 성공, 그룹 재건의 시동을 걸었다.
-박삼구 회장 우여곡절 끝 금호산업 인수계약 체결
-워크아웃 6년만에…`호남 대표 기업’ 위상 회복 관심
-금호고속·산업 인수전 `승자의 저주’ 되풀이 경계

 호남 대표적 기업인 ‘금호그룹’이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 박삼구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되찾는 데 성공하면서, 그룹 재건의 기틀을 다질 수 있게 된 것. 워크아웃· 구조조정 등으로 그룹이 ‘풍비박산’났던 2009년으로부터 6년 만이다.

 다만, 아직 금호산업을 완전히 인수한 것이 아니고, 금호타이어를 인수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금호고속·금호산업 등 연이은 인수합병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 역시 진정한 재기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금호그룹은 ‘지역의 대표 기업’ ‘자존심’ 등으로 통한다. 2006년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로 이어진 무리수가 원인이 돼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까진 그랬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애정으로 성장했지만, ‘더 큰 무대’를 원했던 금호는 2006년 무려 6조4000억 원을 들여 대우건설을 사들였다. 악몽의 시작이다. 2008년에는 4조 원을 쏟아부어 대한통운을 인수했다.

 이는 고스란히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그것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함께. 이때부터 금호그룹은 ‘승자의 저주’의 ‘대명사’격이 됐다.

 유동성 악화 등으로 극심한 자금난에 빠진 금호가 대우건설을 팔기로 하는 과정에선 ‘형제의 난’이라 불리는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경영권 분쟁까지 불거졌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이 금호그룹이 떨어져나간 계기다. 2009년 12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아시아나항공·금호석유화학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러한 `금호의 몰락’은 지역민들에도 상처를 줬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과거 금호는 광주 전남 지역민들의 도움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룩했지만 지역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우건설이나 대한통운 인수와 같은 무리한 사업 확장과 형제간 갈등으로 인해 스스로 위험을 초래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지난해 금호산업·금호타이어 등이 워크아웃과 자율협약을 졸업한 것을 계기로 박 회장은 그룹 재건에 나섰다.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과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금호산업 모두 매각 절차가 진행된 올해는 이러한 박 회장에겐 일생일대 기회이자 위기였다.

 상대적으로 금호고속은 수월하게 되찾을 수 있었다. 두 기업에 모두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 회장은 먼저 지난 5월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 컨소시엄(IBK펀드)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100%를 4150억 원에 인수했다.

 문제는 그룹 계열사들의 지배구조에 정점에 있는 금호산업이었다. 아시아나항공 등 그룹 계열사들의 경영권이 줄줄이 따라오는 `프리미엄’ 탓에 인수비용이 1조 원에 육박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박 회장 입장에선 반드시 잡아야 하는 금호산업이었다. 잡지 못하고 다른 곳에 넘어가면 자칫 그룹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초 채권단이 1조213억 원의 가격을 제시해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박 회장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계속된 협상 끝 `181억 원’까지 가격차이를 좁힌 박 회장은 24일 채권단이 최종 제시한 7228억 원을 수용, 금호산업 인수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룹재건의 최대 고비를 넘은 셈이다. 지역 경제계는 “호남 유일 대기업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만큼,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인수대금을 내야하는 문제가 남았고,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을 연이어 인수한 데 따른 뒷감당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박 회장은 재무적 투자자 등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자금을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 인수전을 지켜봐 온 지역 경제계와 시민단체는 “금호산업 인수로 승자의 저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 회장 역시 금호산업 인수와 관련해선 “인수합병 이후가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현재는 금호그룹의 틀 밖으로 나가있는 금호타이어를 되찾아야 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금호타이어는 42% 지분을 확보한 채권단이 최대주주다. 박 회장과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보유한 지분은 9%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지분매각 타당성 검토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내년에 매각 절차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채권단이 충분히 금호타이어의 `몸값’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진 매각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업계에선 금호타이어 인수비용이 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다 일부 해외 타이어업체에서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것 역시 순탄친 않을 전망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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