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당신의 삶 돌아보는 시간 가지라”

 지난 7월. 그때부터 수상쩍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으니, 겁이 없을 수밖에. 영화제가 뭐하는 건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무작정 시작한 지 딱 5개월째다. 우리가 만든 영상작품들을 우리만 보지 말고, 많은 여성들과 함께 보자며 소박하게 시작한 일이었다.

 근데 그 5개월 만에 우리는 다 알아버렸다. 영화제는 잠 못 자 얼굴이 누렇게 뜨고, 설거지는 한꺼번에 날 잡아 해치우는 것이며 머릿속은 영화들로 붕붕 떠다니고 눈빛은 날이 갈수록 총총해지는 과정임을…. 바짝 철이 든 것이다. 드디어 우리는 쫄았다

 광주는 올해 여성영화제의 간판을 처음으로 내걸었지만, 이미 서울을 비롯해 인천·청주·천안·익산·부산 저 아래쪽 제주까지 여러 지역에서 참으로 다양한 모양새로 여성영화제가 열렸다.

 12년 전 먼저 길을 떠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부터 광주처럼 초행길에 올라선 곳도 두어 곳 되었다. 반가웠다. 다 물어물어 가는 초짜 동지들이었으니 더 그랬을 터였다.

 늘 그렇듯 초행길은 언제나 서툴다. 대신 눈에 보이는 건 다 신기하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여성영화가 그렇게 많은 지도 몰랐고, 여성감독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렇게 열심히 영화를 찍고 있는 지도 몰랐다.

 필시 그 영화들은 우리들의 이야기일 것임이 분명했다.

 그들도 우리처럼 힘들고, 괴롭고, 아프지만 간절함을 끌어안고 살고 있었으니까.

 왁자하게 소리 내 웃고 눈물 흘리며 한숨 쉬고 또 어깨를 토닥여주는 시간이 될 여성영화제를 광주에서 겁 없이 무식하게 준비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한 편의 영화가 사람을 바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편의 영화가 그 사람의 인생을 돌아보게는 한다.

 광주여성영화제가 상영하는 이 특별한 20여 편의 영화들을 3일내내 기억하고 봐주시라. 한 편 한 편 마음을 다해 선정했고, `나 여기 있어!’ 광주여성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어 주리라.

 따뜻한 시선으로 서로를 보듬어주고, 세상과 멋지게 소통하는 통로. 광주여성영화제가 즐겁게 해야 할 일이다.

 이제 판이 얼마나 커졌는지 알만큼 알았으니, 우리는 해마다 쫄아서 할 거다.

 근데 행복해하며 할 거다. 왜냐하면 광주여성영화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닐 테니까 말이다.

 최순영 <광주여성영화제 기획팀장·끝>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