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독립다큐 `땅의 여자’ 상영회

 넉넉한 웃음, 푸근한 인심…, 넉넉하진 않지만 자연에 기대 평화롭게 사는 삶? 전원일기 속 농촌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미디어에 너무 속았거나 너무 안일한 것이다. ‘농촌’이라는 공간은 이중 삼중의 차별이 작동하고 관철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치열하고 뜨거운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여성 농민들은 어떨까. 결혼을 통해 농촌으로 유입된 이주여성농민들은 또 어떨까.

 농촌에는 하루 14시간이 넘는 육체노동에 종사 하면서도 돈 한 푼 손에 못 쥐는 무급 봉사자 ‘여성농민들’이 있다. 온갖 환영들을 거둬내면 그렇다. 농촌의 삶, 그 중에서도 여성 농민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독립 다큐멘터리 상영회가 열린다. 독립영화 감독 권우정 씨가 경남 일대 농촌에서 1년 반 동안 머물며 여성 농민들의 삶을 담아낸 독립다큐 ‘땅의 여자’가 19일 오후 7시 광주시청자미디에센터에서 상영된다.

 광주독립영화협회·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민주노총 광주본부·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가 공동주최하고, 독립영화 상영에 뜻을 같이 하는 개인들과 단체들이 후원하는 자리다.

 2009년 14회 부산국제영화제 PIFF메세나 상 수상, 2009년 36회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다큐 ‘땅의 여자’는 세 여성을 중심 축으로 농촌의 삶을 더듬는다. 대학 때부터 농민운동가를 꿈꿔온 강선희, 캠퍼스 커플인 남편을 따라 농촌에 정착한 변은주, 농활을 통해 땀 흘려 일하는 모습에 흠뻑 반한 부잣집 막내딸 소희주가 그들이다. 대학동창인 세 여자는 나고 자란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왔다. 각자 저마다 꿈꾸고 있는 농촌의 모습을 실현하기 위해 농촌으로 뛰어들었지만 현실은 열정과 신념만으로 벅차다. 또한 때때로 남루하다. 농사를 지으며 희고 곱던 손은 볕에 그을린 채 거칠어갔고, 농민운동을 하며 아이들은 늦은 밤까지 엄마를 기다리는 일이 많아졌다. 그들이 꿈꾼 건 농민의 삶이었지만 그들의 현실은 팍팍한 농민의 삶에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살아가야하는 여성의 삶이 무겁게 더해졌다.

 영화는 이 땅에서 여전히 변방으로 밀려나 있는 두 이름, ‘여성’과 ‘농민’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1여 년에 걸친 행보를 기록했다.

 영화 상영 후에는 권우정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된다. 권 감독은 2000년 민언련 VJ학교 수료하고 ‘다큐인’에 들어가 주로 농촌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2004년 ‘농가일기’를 연출, 국내외 영화제를 통해 선보였고 2005년 9회 인권영화제에서 ‘올해의 인권영화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의 여성농민 부분을 연출했다.

 주최측은 “현재 농업주종사자 중 여성 비율은 약53%에 이르고 있지만 한국 농업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는 여성농민들이 농업 생산의 주체로서 그 이름에 걸맞는 권리와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 농촌의 모습”이라며 “영화는 사회적 관심 밖에 있는 그녀들이 현재 이 땅을 지키고 우리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진정한 대지의 어머니로서, 그녀들 고유의 이름이 기억될 수 있도록 녹록치 않은 그녀들의 삶을 기록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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