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중심도시 요코하마에서 배운다] <하> 주민과 소통 정책

▲ 린진마쯔리 전경. 도시락과 식재료를 구입하려 코가네쪼의 많은 지역주민들이 참가하고 있다. 주민들간의 교류를 반드시 문화와 예술만으로 하는 것보다 쉽고 친근한 주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오민근, 2010>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7월9일 요코하마에 도착했다. 여장을 풀고 찾아간 곳이 YCC(Yokohama Creative Center이며, 옛 BankART1929사업의 거점공간으로 사용되었음)였다. 여전히 입구 로비에는 요코하마시를 중심으로 인근 도쿄나 타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문화·예술행사 및 활동과 관련한 홍보물들이 수북하였다. 그리고, 일본우선(郵船)회사의 물류창고로 사용되었던 ‘BankART1929NYK’로 갔는데, 마침 당시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그곳에 거주하고 있던 작가와의 대화시간이 1층의 펍(pub)에서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틀 후인 11일 일요일에는 코가네쪼에서 ‘린진마쯔리(동네이웃사람들과의 축제)’가 열렸다. 행사 내용은 주민들이 야채 한 종류를 가지고 와서 물물교환을 하거나, 코가네쪼의 상점주들이 참여하여 자신들이 파는 음식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인데, 500엔을 내고 뷔페처럼 먹고 싶은 것을 골라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많은 주민들이 나와서 줄을 서서 물건을 구입을 하고, 떠들면서 즐겼다. 전철교량 밑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한 곳에서 이러한 행사를 기획한 것도 특이했지만, 문화공간이라는 것이 반드시 문화와 예술만이 아니라, 지역주민간의 소통과 교류를 돕는 역할도 한다는 점이 오히려 인상적이었다.



 동네이웃과 물물교환 축제

 이어서 코가네쪼의 인근의 히노데쪼에서는 ‘2가지 건축프로젝트에 의한 마찌즈쿠리 심포지엄’이 ‘A스튜디오 히노데’에서 열렸다. 비교적 좁은 공간의 작업공방에서 개최되는 지역의 작은 심포지엄이고, 주제가 건축에 관한 것이어서 우리나라에서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들이기 위해 의자들을 붙여서 배열하고, 그 안에서 무려 60여 명의 사람들이 앉아서 발표내용을 듣고 질문도 하였다. 한국에서 이미 유명해진 요코하마시 도시디자인실의 쿠니요시나오유키 선생조차 입구에 서서 들어야 했고, 다른 요코하마시 공무원과 요코하마미술관 학예교육팀 수석연구원도 서서 들었다.

 내 옆에 앉아 있던 나이 지긋한 지역주민들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고맙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비가 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이 지역에서 행해지는 다소 딱딱한 주제의 심포지엄을 끝까지 경청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주민의 참여를 통한 마을만들기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주민 참여 통한 마을만들기 성과

 2가지 건축 프로젝트라는 것이, 건축설계사무소들이 해당 지역에 남아 있는 오래된 목조주택의 공간을 나누어, 자신들의 사무소로 사용하기 위해 공간의 건축적 특성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하려고 하는 가에 대한 구상이었다.

 상세한 답사계획을 만들어 간 것이 아니었던 이번 방문기간 동안, 뜻하지 않게 지역에서 일어나는 여러 행사들에 참여하게 된 데다, 실제로 공간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지역주체들의 행위가 어떻게 일어나는 가를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내게는 큰 의미였다.

 일본에 머무른 10일 동안의 일을 제한된 지면에 모두 담아내는 것은 당연히 어렵다.

 더욱이, 나는 요코하마의 문화예술창조도시 추진현황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내 본래의 연구분야인 ‘지자체의 경관행정(景觀行政)’사례 조사를 위해 요코하마와 역사도시인 가마쿠라를 비롯, 오다와라, 마나즈루의 경관담당 부서를 방문하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문화와 경관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오늘날의 요코하마가 문화예술창조도시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었던 것 중의 하나가 도시디자인이다. 즉, 문화라는 것을 잘 담을 수 있는 좋은 그릇을 잘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그러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도시와 농어촌에서의 문화공간, 예술공간 조성을 목표로 여러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 많다. 서울시의 예술공장(Art Factory)사업, 경기창작센터, 인천아트플랫폼 등을 비롯하여,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유산재창조로 예술창작벨트 조성사업,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어촌 신문화공간조성사업 등이 그렇다. 하지만 여전히 서양은 물론, 요코하마의 사례와 비교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된다.

 강운태 광주시장의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라는 시정목표는 시민들이 어떠한 문화를 어떠한 공간에서 누리며 삶을 꾸려나가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에서 나온 것이라 여기고 싶다.

 오민근 <문화체육관광부 문전성시 컨설팅단 컨설턴트>











 ▲히노데쪼의 작은 작업공방에서 열린 `2가지 건축프로젝트에 의한 마찌즈쿠리’ 심포지엄 모습. 지역주민, NPO관계자, 학생, 공무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 오민근,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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