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타이난 홍성담 작가 전시 안내 포스터
-대만 첫 공식 전시…독일·일본 등 잇따라
-24일, 박근혜 대통령 일정 맞춰 뉴욕 유엔본부 앞 공개도

“제 손을 떠났습니다. 이제 300메가바이트(MB) 파일에 담겨 인터넷을 타고, 세계 곳곳으로 전송될 겁니다. 리프린팅(재출력) 된 그림은 전시장에 걸리고, 외벽에 걸릴 테죠. 그렇게 ‘세월오월’은 세계 시민들을 만나 생명력을 얻어갈 것입니다. 이것이 걸개그림입니다. 여기저기 걸려 많은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는 것이 걸개그림의 역할이니까요.”

2014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부분이 문제가 돼 전시가 무산된 작품 ‘세월오월’의 홍성담 작가가 처음으로 작품 전시 소식을 알려왔다.

걸개그림 ‘세월오월’이 걸리는 첫 번째 전시장은 광주가 아닌 대만이다.

각국의 부름을 받은 ‘세월오월’은 대만 전시를 시작으로 미국 뉴욕, 일본, 독일 등 곳곳에서 선보인다. 특히 뉴욕 전시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쫓아 진행될 예정이다.

사실 대만 전시는 1년 전부터 계획된 것이다. 홍 작가의 오월 연작 판화 전시가 예정돼 있던 차 이번 세월오월 사태가 있은 뒤 전시는 방향을 틀었다.

홍 작가에게 반환 조치 된 ‘세월오월’을 전면에 내세워 전시를 진행하게 된 것.

세월오월이 처음으로 공식적인 전시를 하게 된 대만의 타이난 성공대학 문예당은 오는 18일부터 10월2일까지 오월 연작판화 ‘새벽’과 걸개그림 ‘세월오월’을 함께 전시한다.

특히 오는 24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맞춰 뉴욕 유엔본부 앞 한인들에 의해 ‘세월오월’ 전시가 진행된다.

홍 작가에 따르면 미주 한인사회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평화 시위에 사용하기 위해 걸개그림 전시를 요청해 그림 파일을 전송했다.

홍 작가는 최대 100m까지 확대 출력되는 300MB ‘세월오월’ 그림 파일을 일본과 독일에도 각각 전송했다.

일본에서 홍 작가의 후원회가, 독일 베를린에서는 이주민들의 동포교육을 담당하는 ‘사회교육사업재단’이 ‘세월오월’ 전시 요청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월오월’ 사태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이슈화 된 데는 뉴욕타임즈 아시아판의 보도가 영향을 미쳤다.

뉴욕타임스는 지난8월30일 이번 사태를 조명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 시대까지 그림으로 저항해 온 홍성담 작가의 삶과 광주시의 사태 수습 과정을 보도, “정치권력에 대한 풍자가 범죄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며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에 각국의 예술평론가를 비롯해 미술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해 왔다.

‘세월오월’ 전시를 제안한 대만 타이난 성공대학 문예당 관계자는 홍 작가에게 “아시아 국가 중에서 민주화를 이루며 성장한 대한민국, 그 중 광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당혹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홍 작가는 이번 사태로 드러난 대한민국, 광주의 민낯이 부끄러우면서도 걸개그림 ‘세월오월’의 본 뜻을 이해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기운을 차리고 있다.

홍 화백은 1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반전, 반핵, 평화 등을 주제로 하는 집회나 국가폭력을 다룬 전시 등 ‘세월오월’과 뜻이 통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라도 카피(출력)돼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하며, “특히 국가폭력이 극심한 제 3세계 나라에 작품(세월오월)이 전시돼 작은 희망의 싹을 틔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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