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 보이콧 비엔날레 … 9월 10일, 17일, 24일 총 3회 진행
관람객들에게 보이콧 물품 배부해 비엔날레 안에서 퍼포먼스 완성

▲ 보이콧 비엔날레 ‘OFF-LINE’展의 매표소 형태 작품.
9월의 매주 토요일,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을 나와 왼편에 위치한 버스정류장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또 다른 전시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광주지역 예술가들의 모임인 ‘대안공간 RGA(Real young Gwangju Artists) 진행하는 3번째 보이콧 광주비엔날레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OFF-LINE’전이다.

대안공간 ‘RGA'에서는 이번 ‘OFF-LINE'전 3주 동안 10일, 17일, 24일 총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OFF-LINE’전은 광주비엔날레라는 공적 공간을 활용한 설치 작품으로 채워져 있으며, 더불어 광주비엔날레를 찾는 시민들이 전시의 주체로 참여해 그 뜻을 완성하는 전시다.

대안공간 RGA에서는 2012년부터 ‘사업화된 비엔날레’를 비판하며 총 3회의 보이콧 비엔날레 전시를 실시해왔다.

RGA의 박현진(36) 작가, 김은와(34) 작가, 조은애(34) 작가와 백선경(23) 학생이 진행한 이번 ‘OFF-LINE'전은 “다양한 현안을 뒤로 함으로써 광주로부터 단절되어버린 비엔날레를 비판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RGA는 “이번 비엔날레 주제의 뜻이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예술적 상상력’이라고 하는데, 예견이라는 것은 현실에 근간을 두고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비엔날레는 맥락을 이탈해 상상력 그 자체를 강조해 오히려 허구적 망상에 가까워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광주를 표방한다고 해도 5·18민중항쟁만을 다룰 뿐인데, 다루는 방식 자체도 ‘녹두서점’이나 ‘직선은 어떤 느낌일까’처럼 단순하고 피상적인 형태에 머물 뿐이다”며 “또한 5·18민중항쟁 뿐만 아니라 세월호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예술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자각하게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성토했다.

또한 “비엔날레의 ‘소통’은 광주의 지역 예술 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점인데, 지역 예술 단체들마저도 사실 규모가 크고 사업성을 띈 경우가 많다. 기존의 예술 판도를 장악하고 있는 단체와만 진행하는 ‘소통’은 무의미한 짓”이라며 “비엔날레는 물론 지역 예술 단체가 모두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OFF-LINE’전은 광주 비엔날레의 새 로고를 변형시켜 전시회의 로고로 차용했다.

‘소통’과 ‘개방성’을 표방하는 새 비엔날레 로고의 4면에 타인의 접근을 거부하는 ‘OFF-LINE’을 부착했으며, “비엔날레와 외부가 단절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의미에서 비엔날레로 가는 인도 양 옆에 30m 가량의 OFF LINE을 둘러 “비엔날레 전시장이 라인 바깥의 광주와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을 담았다.

특히 ‘공공 미술’을 표방한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이 보이콧 퍼포먼스의 일부가 된다.

‘OFF-LINE’전에서는 비엔날레의 문제점에 대해서 공감하는 관람객들에게 빈 비닐봉투와 브로치를 배부하고 있다.

‘OFF-LINE’전의 로고가 그려진 브로치는 비엔날레에 입장한 관객들이 문제의식을 느꼈을 때 내부에서 착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빨간 끈으로 입구가 봉해진 빈 비닐봉투를 입장하면서 ‘비엔날레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속 빈 강정이다’는 풍자의 메시지에 관객이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관객들을 통해 비엔날레 전시장 안에서 완성되는 퍼포먼스인 탓에 첫날부터 비엔날레 측과 마찰이 일기도 했다.

10일 RGA는 “전시 시작 이후 빈 비닐봉투를 받아 가신 관객분이 다시 돌아오셔서 ‘전시장 입구에서 물품을 압수당했다’고 말했다”며 “투명한 봉투를 압수했다는 것이 의아해 입구로 찾아가 그 이유를 묻는 과정에서 관계자들과 언쟁이 있어 경찰까지 오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당시 비엔날레 측이 우려한 지점은 “봉투가 터져 작품과 관람객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후 사무국에서 나와 대처가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다시 내부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답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해 원만하게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마찰에 대해 RGA는 “비엔날레 측의 검열이 오히려 우리의 전시를 도와준 격”이라고 말했다.

“보여주기 식의 비엔날레가 지향해야 할 ‘소통’을 보여주기 위해 시민들이 봉지와 뱃지를 들고 다니다 ‘이건 아니다’ 싶으면 직접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전시를 준비한 것”이라며 “그런데 비엔날레가 시민들을 검열함으로써 보이콧 의견을 내면 어떤 대응을 받게 되는지에 대해 더 널리 알리게 된 모양새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엔날레의 일부 관계자가 보인 거부 반응에 대해서도 RGA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RGA는 “4년 전에는 독일의 카셀 도큐멘타(카셀 지역의 현대 미술 전시전)에 RGA 구성원들이 함께 찾아가 이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 쪽에서 무척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저희 말고도 사업화된 예술을 비판하는 아큐파이 운동가들을 도큐멘타 쪽에서 광장을 빌려줘서 비판과 보이콧을 진행하게 해줬다”며 “하지만 비엔날레는 3회째 진행하고 있는 보이콧 전시에 대해 다양성의 관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밀어내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OFF-LINE’전에서는 비엔날레를 관람한 관객들이 그 소감을 적을 수 있는 방명록이 준비돼 있었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에 대해 실망한 관람객들은 “예술이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작품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대전에서 광주비엔날레를 보러 온 게 4번째인데 이번이 가장 별로였다” “작품의 경향이 다채롭지 못하고, 해외의 비엔날레에 비해 크게 수준차이가 나는 것 같다” “비전공자로서 너무 어렵고 난해했다” “설명이 부족해서 작품을 관람하기 힘들었다”는 등 다양한 불만을 토로했다.

RGA는 비엔날레의 행보에 불편함을 느끼는 시민들에게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함께 목소리를 내자”며 당부했다.

RGA는 “이런 전시가 사적 재단에서 운영되는 상황이라면 어떤 내용을 담던지 존중할 수 있지만, 공적인 예산을 들여 진행하는 만큼 시민들이 불만을 느낀다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며 “도슨트한테 이야기를 하든, 관계자한테 전화를 하든, 게시판에 글을 쓰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든, 자신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을 하면 여론으로 수렴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이야기했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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