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보금자리 대인시장, 올해 안에 퇴거 예정

▲ 남유진 네버마인드 대표. 지난 1일 그가 음악창작 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광주음악산업진흥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광주 뮤지션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 준 클럽 ‘네버마인드’가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세 번째로 짐을 싸고 있는 네버마인드에겐 정작 비빌 언덕이 없는 탓이다.

 동네 음악이 살아나는 꿈 하나로 버텨온 15년. 그래서 네버마인드를 지켜온 남유진 대표(광주음악창작소 감독)는 지금, 괜찮지가 않다. 지난 1일 남 대표가 일하는 광주음악산업진흥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네버마인드를 평생 지킬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네버마인드가 그동안 몇 번 문 닫을 위기에 있었어도 장소를 옮겨가며 살아나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벅차네요.”

 그는 지난달 초 건물주에게 연락을 받은 뒤 바로 결단을 내렸다. 새 건물주의 퇴거 종용이 있기도 했지만, 다른 곳으로 옮겨 갈 형편도 마땅치 않아 하루 만에 내린 결정이다. 올해 안에 정리를 마쳐야 한다.

 2002년 전남대 후문에서 문을 연 네버마인드는 중간에 한 번 이사를 하고, 2008년 대인시장으로 옮겨와 지금까지 버텨왔다.
 
▲15년 인디뮤지션 ‘요람’…“광주 음악 생태계 지켜”

 “갑작스런 통보였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곧 현실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방법을 찾아 여기까지 온 거니까요.”

 함께 했던 클럽들이 문을 닫고 지역의 뮤지션들이 서울 홍대 등지로 떠나갈 때도 네버마인드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자리를 지켰었다.

 그만큼 지역의 뮤지션들에게 네버마인드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처럼 뮤지션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은 시절, 네버마인드에서 데뷔무대를 갖는 것은 대단한 일로 여겨졌을 정도.

 현재까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물안 개구리’, ‘김과리’, ‘더티라콘’, ‘윈디캣’ 등은 모두 네버마인드 무대에서 데뷔했다.

 “월세를 마련하려고 공사장에서 노가다를 했어요. 네버마인드에서 만큼은 자생적인 동네 인디씬을 만들어가고 싶었죠. 하지만 이건 돈이 많은 사람들이 해야 하는 사업 같네요.”

 돈 이야기에 쓴웃음을 짓는 그는 사실, 돈만으로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했다. 광주 밴드 음악을 망라해 선보인 ‘컴필리케이션’ 음반과 ‘광주인디뮤직페스티벌(약칭 광인뮤페)’은 소중한 업적이다. 특히 광인뮤페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회를 이어오다 중단됐으나 올해 다시 부활했다.

 “첫 광인뮤페는 지역 음악마니아들과 모금운동으로 시작해서 더 뜻깊어요. 동네 뮤지션들이 서로 경쟁하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사정상 중단됐었죠. 다시 부활하게 돼서 다행이에요.”

 4년 만에 부활한 광인뮤페는 문체부, 광주시가 주최하고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공동주관으로 오는 9일과 10일 지역 뮤지션들은 물론이고 대중성 있는 가수들이 대거 참여한다.

 이 희소식을 전하기 전에 그는 ‘네버마인드 모든 장비를 판매한다’는 작별인사를 전했었다.
 
▲“공공영역 뒷받침 없어 아쉬움, 새로운 길 찾을것”

 지난 달 8일 그는 페이스북에 ‘어렵고 힘든 나날들이었지만, 모두가 꿈만 같던 시설이었습니다. … 돌이켜 보면 모든 음악이 네버마인드로 통하던 아름다운 날들이었습니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제는 음악 하는 환경도 많이 바뀌었어요. 뮤지션들은 더 이상 무대에 대한 갈증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아요. 골방에서도 SNS를 통해 음악을 알릴 수 있고, 음반 제작비는 예전에 비해 10분의 1로 줄었고요.”

 네버마인드의 마지막을 고민하며 가장 생각한 것은 ‘존재의 이유’다.

 “사람을 변화시키고 삶을 변화시키는 게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양한 음악을 지키고 싶었고, 그런 음악이 살아남는 광주를 꿈꿨어요. 이제 네버마인드가 아니라도 새로운 길이 필요하겠죠. 그런 길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칠 때 공공의 역역이 뒷받침을 해주지 못한 것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케이팝으로 점령당한 음악 생태계에서 다양성을 지키는 일 또한 날로 버겁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도 ‘네버마인드’ 정신을 이어가려 한다. 괜찮지 않은 순간에 가장 빛나는 말이 ‘괜찮다’임을 아는 까닭이다. 15년 간 그를 지탱해 온 꿈이 그 증거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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