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너에게’
(사)4·16가족협의회, 4·16기억저장소 엮음 (후마니타스:2018)

 집안 곳곳에서 보이는 너무도 그리운 너의 모습들.
 저녁이면 “다녀왔습니다” 하면서 열고 들어오는 현관문.
 엄마가 힘들다고 하면 “내가 김치볶음밥 해줄께”하며 어설픈 솜씨로 밥을 볶아 주던 너.
 너의 책상에서 식탁에서, 거실 소파에서, 곳곳에 있는 너와 매일매일 대화를 한다.
 사랑하는 나의 딸 혜선아. (103쪽)
 
 보고싶다. 임
 보고싶다. 경
 보고싶다. 빈
 ……
 
▲너의 책상에서, 식탁에서 매일 대화 한다
 
 벚꽃 피는 봄을 보내며 때론 아무런 죄도 없는 벚꽃을 원망도 했었지
 다시 벚꽃 피는 봄이 다가오네.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벚꽃 나무 밑에서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그리워하게 된다. (261쪽)
 
 사랑하는 딸.
 엄마, 아빠한테 사랑스러운 초예가 태어나서 주어서,
 많이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예쁜 모습으로 잘 자라 주어 고맙구나!
 그리고 사랑한단다.
 ……
 먼 훗날 아빠가 우리 딸 찾아갈게.
 우리 딸 초예가 엄마, 아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우리 큰 딸이 “엄마, 아빠 최고”라고 할 때까지 말야
 그때 엄마, 아빠 두 팔 벌려 우리 큰 딸 꼭 안아줄게.
 기다려 주어서 고맙다고….
 그때 다시 한 번 엄마, 아빠 딸 하자. (96-97쪽)
 
▲그때 다시 한 번 엄마, 아빠 딸 하자
 
 엄마가 정신없는 사이에 언니가 벌써 결혼 할 나이가 됐어.
 엄만 벌써부터 걱정이야. 결혼식에서 울까봐
 다른 사람 결혼식만 봐도 네가 웨딩드레스 입으면
 얼마나 이쁠까 싶어 눈물이 나는데 언니 결혼식은 더하겠지?
 네가 있으면 얼마나 좋아할까
 조금 있으면 조카도 태어 날거고
 우리 윤민이가 보고 싶다며 만날 언니네 집에 가자 했을 거야.
 우리 윤민인 아기를 좋아하니까. 참 쓸데없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
 엄만 괜찮아. 네가 보고 싶은 것만 빼면. (328쪽)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서 (사)4·16가족협의회와 4·16기억저장소가 엮어 낸 편지모음집 ‘그리운 너에게’ (후마니타스:2018)를 받아 읽었다. 유가족들이 ‘눈물과 슬픔, 용기와 희망을 꾹꾹 눌러 담아 손으로 쓴 편지’의 사진 일부가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그 투박함이 오히려 더 진하게 마음을 울린다. 다른 사람의 편지를 읽는 일은 몰래 그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괜시리 미안함도 있지만 또 그 사람과 같은 처지가 되게 한다. 안산 단원고 세월호 희생자들의 기억의 교실(현재는 경기도 교육청 별관으로 옮겨졌다)에서, 수많은 이들이 이름을 부르며 마음을 남겨놓은 것을 보다보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이 부름과 이야기는 왜일까 싶다. 4년의 시간동안 온 국민이 마음 아파하며 기억하고 진실을 알고 싶다고 외치고 있는 것은 왜일까. 304명의 희생자는 단지 죽음의 강을 건너간 어떤 이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삶이 이어지고 있는 한 우리의 마음속엔 그들이 별처럼 박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하는 한 그들의 물음에 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이런 참사가 생겨났는가? 다시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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