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속 건진 자기고백의 전언

2017년 여름 계간문예지 ‘미래시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윤미(40,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시인이 첫 시집 ‘바람 우표 서신’(우리글 간)을 펴냈다.

오장육부 바람 들지 않은 곳 없어
바다를 건넜지요
거리를 두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목을 젖히고 바라보던 구름
눈감고 입 맞추던 연인
해질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하나 둘 불이 켜지던 작은 마을

바다 건너 수만 리 달아나면
내가 보이지 않을까요

나약한 꿈을 꾸었습니다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가까이 마주해야 예쁜 것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봐야 영원한 것들

허공에 안부를 묻는 날들이 늘어납니다
삶의 중력을 버티고 있는 동안에는
잡히지 않는 바람 한 줌처럼
돌아올 대답 또한 먹먹하겠지요

예감만 당도할 뿐 보이지 않으니
오늘도 구름에게 바람 우표 붙여 안부 전합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 ‘바람 우표 서신’ 전문

이번 시집에는 사랑에 관한 감정을 절망과 눈물, 연민과 희망의 언어로 육화시킨 시 60편이 실려 있다. 특히 상처로 가득한 지난한 사랑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는 시편들이 눈길을 끈다.

그 대상은 아버지나 자식 같은 가족이기도 하고 우리가 살면서 누구나 겪게 디는 사람 간에 발생하는 상처 혹은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뼈아픈 통증이기도 하다.

김석준 평론가는 시집 해설에서 “시인은 ‘첫’의 애절하고 숭고한 감정을 차근차근 정화 승화시켜가고 있다. 자기에게 충실한 감정의 언어와 대면하며, 자기에게 봉헌하는 문자의 제의를 펼쳐내고 있다”며 그의 시세계를 설명했다.

시인이 언어로 그려내고 있는 사랑은 아름답거나 행복하지 않다. “기억의 새장 속에 갇혀 사는 사람”(‘취생몽사-영화 ‘동사서독’’)처럼 살았고, “바람 매서운 시간”(‘빗소리’)을 속절없이 보냈을 시인의 삶을 유추해본다.

김윤미 시인은 1978년 출생했고,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17년 ‘미래시학’ 여름호에 시 ‘소생의 시간’ 등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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