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사람들은 저마다의 창으로 세상을 본다. 바라보는 내 마음에 따라 꽃 피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희망찰 수도 있고 가장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 보이는 풍경에서 내가 원하는 것만 보고 싶어하는 우리에게, 세월호 유가족의 투쟁은 창을 두드리고 깨고 배에서 탈출하듯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라 한다.

 어느새 5년이 되었다. 세월호라는 배가 바다에 천천히 수장되는 것을 전 국민이 본 이후, 유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까지 많은 이들이 ‘뭐라도 하기 위해서’ 길로 나섰다. 그리고 5년, 우리가 선 지금은 어디쯤이며 무엇인가.

 그동안 ‘금요일엔 돌아오렴’(2015) ‘다시 봄이 올 거예요’(2016)를 통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학생의 육성을 기록하고 알림으로써 이 참사에 대한 사회적 기억과 공감을 확산해온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5주기를 맞아 세번째 책을 발간했다.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는 지난 5년의 시간 동안 참사를 겪은 유가족과 생존자 등 각각의 삶이 어떤 궤적을 그리며 어디에 와있는지 살피는 사려 깊은 기록이다. 유가족이 겪은 경험과 감정을 생생히 기록한 절절한 증언집이자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민낯을 폭로하면서 기억과 고통, 권력의 작동 문제를 파헤친다. (책소개 참고)
 
▲유가족 경험·감정 생생히 기록
 
 그러나 우리가 유가족의 말을 통해 들어야 하는 진상이 있다면 그것은 사건의 진상을 묻는 과정에서 이들이 경험한 것을 통해 드러나는 우리사회의 진상이다. 비록 이들의 삶은 그날의 사건의 순간에 붙박였다고 하더라도 사건의 진상을 물음으로써 지속적으로 이 사회(의 어둠)를 경험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유가족은 우리 사회의 어둠, 심연을 경험하는 사람들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유가족으로부터 들어야 하는 증언은 그 순간에 대한 유가족의 고통이나 견해, 입장이 아니라, 참사 이후 이들이 ‘동시대인’으로서 우리 사회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387쪽)

 흔히들 우리사회는 사회적으로 관심을 일으킬만한 큰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나면 잠시 관심을 가졌다가 곧 ‘피해당사자’의 문제로 전락시켜 버리곤 했다. 그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성찰할 만큼의 여유가 없는 사회분위기도 그렇기만, 아픔에 공감하다보면 보게 되는 사회의 비틀린 구조를 개인이 감당할 자신이 없어 눈감아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이 ‘사회적’참사가 갖는 시대적 의미임을 기억해야 한다. 피해자 개인에게 보상하면 끝나버리는 사건이 아니라, 그런 피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필요하고 실제로 그렇게 변화하는 사회가 되도록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진상규명이란 참사에 얽힌 사실을 밝혀내는 것 이상으로 사회의 모순과 왜곡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5년이 지나는 동안, 사건에 대해 밝혀진 것은 없고 유가족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나아지지 않았다. 누구나 소망하는 작은 행복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현실이다. 아이가 끓여주던 ‘미역국’이 생각나 남은 가족의 생일상도 제대로 차리지 못했던 가족, 온 집안을 뒤져 찾아난 아이의 ‘머리카락’을 고이 간직하는 엄마, 처음으로 구입한 ‘에어컨’을 떠난 아이가 생각나 틀지 못하는 가족, 남은 아이의 ‘졸업’에 맘 편히 축하하지 못하는 부모…그들은 그렇게 일상에서 ‘고통의 단어’를 마주하고 있었다.
 
▲참담한 아픔 넘어 연대·투쟁으로
 
 아이가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구나, 엄마가 외롭게 처져 있게 두지 않고 자꾸 뭔가를 하게 하는구나. 마을로 들어가서 우리가 받은 만큼 봉사도 하고 어려운 분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안산이 우리 아이들로 인해서 바뀌었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안전한 도시, 생명을 하찮게 생각하지 않는 도시로 만들고 싶어요. 그게 내 인생의 목표예요. (325쪽)

 그럼에도 유가족들의 진상규명을 향한 행동은 촛불혁명을 이끄는 계기가 되었고 개인의 아픔을 ‘사회적’참사로 바라보게 했다. 각각의 유가족이었던 이들이 서로를 ‘가족’이라고 부르게 되고 수많은 갈등과 반목, 투쟁의 현장을 경험하면서 ‘다시 만난 세계’는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새롭게 눈뜨고 소외된 사람들과 연대하게 했다. 고통 속에서도 싸우기를 멈추지 않는 유가족들의 용기가 한국사회의 시민들에게 큰 각성제가 된 것이다.

 비록 참담한 아픔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슬픔과 고통이 연대와 투쟁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변화와도 연결된 세월호 참사 5주기.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상규명을 위해 마지막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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