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의 비밀
다뉴세문경의 기원은 청동단추가 아니라 천문(天門)

▲ <사진145>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 뒷면(왼쪽)과 앞면. 지름 21.2cm. 지금은 녹이 슬어 검은빛이지만 처음 만들었을 때는 은빛이었다. 앞면을 반질반질하게 윤을 내 얼굴을 비추어 보았을 것이다.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청동거울이 세상에 나온 지 60년이 지났는데도 우리는 이 거울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거울 뒷면의 무늬는 그때나 지금이나 ‘기하학적 추상무늬’이다. 광주대학교 기초교양학부 김찬곤 교수는 앞으로 6회에 걸쳐 한반도 청동거울의 기원과 거울 뒷면의 무늬, 이 거울에 담긴 세계관은 무엇인지 밝혀 보고자 한다고 전해왔다. 광주드림은 이를 지면게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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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적 추상무늬’란 말의 본뜻
 
 이 거울은 1960년 이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가까이에서 한 군인이 참호를 파다 발굴했다고 전해진다. 이도 최근 2008년에야 밝혀졌다. 그전에는 강원도(또는 원주)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었다. 1960년이면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데, 그동안 학자들은 이 거울을 연구했지만 밝혀낸 것은 거의 없다. 단지 거울의 재질이라든지 선이 1만 3300개쯤 된다는 것만 밝혀진 상태이다. 이 거울의 디자인이 무엇을 ‘구상’으로 한 것인지, 이 거울에 어떤 ‘세계관’이 담겨 있는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우리는 역사 유물을 교과서에서 보면 학자들이 모두 밝혀냈을 것으로 지레짐작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유물이 아주 많다. 이 거울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여러 방송국에서 이 거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최근에 찍은 것은 유튜브에 거의 올라와 있는데, 거울의 정체를 밝혀낸 다큐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는 다뉴세문경 다큐를 볼 때 수없이 듣는 말이 하나 있다. 바로 ‘기하학적 추상무늬’라는 말이다. 이 말은 신석기 미술사를 읽을 때 수없이 나오는데, 이때 우리는 이 말을 다른 말로 한번 번역을 해서 읽어야 한다. 학자들이 선사시대 어떤 무늬를 두고 ‘기하학적 추상무늬’라 하면, ‘아, 이 사람도 모르고 있구나!(I don’t know!)’로 읽어야 한다. (사실 학자들은 이 말을 몹시 하기 싫어하거나 할 줄 모른다) 하지만 학자들이 기하학적 추상무늬라고 하는 것도 나중에 알고 보면 ‘기하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물론 그 무늬는 추상무늬가 아니라 ‘구상무늬’일 때가 많다. 다뉴세문경 무늬도 마찬가지다.
 
기하학적 무늬의 청동거울 Bronze Mirror With Geometric Designs
 
 2007년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은 다뉴세문경 보존처리를 한다. 이 거울은 19조각으로 깨져 있었다. 군인의 삽에 부딪혀 깨졌는지, 아니면 원래 깨져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붙인 곳에 틈이 나고, 더는 미룰 수 없어 다시 분리해 보존처리를 한 것이다. 보존처리는 그해 6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8월까지 14개월이나 걸렸다. 이때 박물관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종합조사를 해 ‘한국기독교박물관 소장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 종합조사연구’(2009)를 낸다.

<사진146> 거울 빛깔이 검은 까닭은 땅속에서 녹이 슬었기 때문이다. 동그라미 부분은 깨진 곳인데 보는 것처럼 은백색에 가깝다. 이 거울은 구리 61.6퍼센트에 주석 32퍼센트다. 청동은 주석 비율이 22퍼센트일 때 가장 단단하다. 그리고 그 이상 들어가면 강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당시 한반도 청동기인들은 이 사실을 알았는데도 지금의 거울 빛깔과 비슷하게 하려고 일부러 주석을 최대치까지 넣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독교박물관.

 <사진146>은 ‘다뉴세문경 종합조사연구’ 논문 사이사이에 있는 간지 부분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구절은 ‘Bronze Mirror With Geometric Designs(기하학적 무늬 청동거울)’란 말이다. 연구자들은 이 거울의 무늬를 처음부터 ‘기하학적 무늬’라고 아주 못을 박고 논의를 펼쳐 나간다. 거울의 정체를 풀 수 있는 것은 무늬인데도 그들은 거울의 무늬를 ‘기하학적 무늬’라 하면서 더는 문제 삼지 않는다. 이 한 구절은 지금까지 다뉴세문경을 놓고 이루어진 모든 논의의 민낯이라 할 수 있다.

<사진147> 다뉴세문경 고리. <사진148> 다뉴세문경 동심원 확대 사진.

이 거울은 과연 ‘태양(해)’을 상징할까?
 
 <사진145> 청동거울을 ‘다뉴세문경’이라 한다. 다뉴(多紐 많을다·끈뉴)는 말 그대로 끈을 꿸 수 있는 고리(紐)가 많다는 말이다. <사진145> 거울 뒷면을 보면 가운데 약간 위쪽 두 곳이 튀어나와 있다. 이 튀어나온 꼭지에 구멍이 <사진147>처럼 옆으로 나 있다. 이 구멍 두 개에 줄을 꿰어 묶고, 그 사이로 손을 넣어 손바닥으로 받치고 얼굴을 봤던 것이다. 또는 줄을 길게 해 목에 걸기도 했을 것이다. 이렇게 줄을 꿸 수 있는 고리를 ‘뉴(紐 끈뉴)’라 한다. 이 거울은 뉴가 두 개지만 어떤 거울은 다섯 개, 많게는 아홉 개까지 달린 것도 있다. 그리고 ‘세문경(細文鏡 가늘세·무늬문·거울경)은 가는 무늬 거울이라는 뜻이다.

 이 청동거울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배우는 역사 교과서 청동기 시대 편에 늘 실려 있어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이 거울은 흔히 ‘태양(해)’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다. 더구나 몇 해 전 김양동은 ‘한국의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지식산업사, 2015)에서, 우리 겨레가 고대부터 태양을 ‘숭배’했다고 하면서 빗살무늬토기의 빗살무늬를 ‘빛살’무늬로 보고, 이 거울의 빗금무늬 또한 ‘빛살’로 해석한다. 그러자 이 가설은 그대로 ‘환단고기’를 믿는 사람들에게 건너가 거의 정설이 되어 굳어져 버렸다. 하지만 한반도 신석기인과 청동기인이 ‘태양’을 숭배했다는 근거는 없고, 물론 유물도 없다.
 
한반도 청동기인, 컴퍼스를 쓰다
 
 <사진148>은 다뉴세문경 동심원을 확대한 사진이다. 가운데 두 동그라미를 보면 다른 동그라미와 달리 엉성하게 되어 있다. 그 까닭은 이렇다. 동심원은 모두 22줄로 되어 있는데, 청동기인은 톱니가 20개 달린 컴퍼스(그림쇠)를 만들어 동심원 무늬를 새겼다. 가운데에 쇠를 찔러 고정하고 빙 돌렸던 것이다. 이렇게 하면 동그라미 골이 20개가 된다. 청동기인은 컴퍼스를 뺀 다음 쑥 들어간 송곳 자리를 끝이 뭉툭한 무늬새기개로 잘 메꾼 다음 그 무늬새기개로 두 원을 그렸다. 그래서 가운데 두 원이 정밀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으로 보아 청동기인은 거푸집을 만들 때 활석(무른 돌)에 새긴 것이 아니라 고운 흙이나 모래가루를 반죽해 그 위에 새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활석 가루를 반죽해 새긴 것으로 짐작한다. 활석을 서로 문질러 갈아 가루를 내고, 그것을 반죽해 평평한 거푸집 평면에 고르게 바른 다음 살짝 굳었을 때 정밀한 자와 컴퍼스 같은 그림쇠로 무늬를 새겼을 것이다. 그리고 활석 가루를 반죽할 때 마르더라도 갈라지지 않게 도토리나 식물줄기에서 나오는 녹말 성분 즙 같은 것을 넣었을 것으로 본다.
김찬곤 <광주대학교 기초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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