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극장과 광주시네마테크는 프랑스 누벨바그를 이끈 감독들 중 유일한 여성감독으로 ‘누벨바그의 대모’라 불렸던 아녜스 바르다(Agnes Varda, 1928.5.30 ~ 2019.3.29)의 회고전을 5일부터 16일까지 광주극장에서 개최한다.

올해 갑작스런 타계 소식으로 전세계 영화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아녜스 바르다는 누벨바그의 유일한 여기수로 91년의 생애 동안 50여 편이 넘는 장·단편의 연출작을 꾸준하고 왕성하게 창작해온 감독이다.

누구보다 먼저 여성의 목소리를 영화에 담기 시작한 선구자였으며, 영화의 형식을 자유롭게 오가며 매번 신선하고 독창적인 작품들을 만들어 낸 혁신적인 연출가였다. 봉준호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2019년 제72회 칸영화제는 그녀를 추모하며 아녜스 바르다가 첫 영화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을 촬영하던 모습을 영화제의 공식 포스터로 지정해 마지막 헌사를 바쳤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타계 전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온 아녜스 바르다의 장편 데뷔작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1955)부터 이별을 고하는 아름다운 유작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2019)까지 9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저예산으로 빠르게 찍은 ‘라 푸앵 쿠르트로의 여행’은 ‘까이에 뒤 시네마’ 세대보다도 5년 일찍 새로운 영화를 발명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바르다를 주목받는 감독으로 만들었고, 1962년 두 번째 장편 ‘5시에서 7시까지의 클레오’ 그리고 1965년 연출작 ‘행복’을 통해 페미니즘과 사회비판을 주제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간의 경계 허물기를 시도하는 진보적인 실험을 내세워 평단의 무한한 지지를 받았다.

 바르다는 1971년 ‘낙태 합법화에 찬성하는 343명의 선언’(Manifeste des 343)에 서명한 여성 지식인이었으며, 1977년에는 자신이 직접 시네-타마리스(Cine-Tamaris)라는 제작사를 설립했다. ‘시네-타마리스’의 첫 번째 작품은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L’une chante, l’autre pas, 1977)였는데,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여성이라는 존재에 찬사를 바치는 이 영화는 15년에 걸친 두 여성의 우정과 여성운동의 과정을 그렸다.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는 바르다 영화 중 가장 분명하게 페미니즘적인 내용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었고, 당시 가열차게 진행되던 여성해방운동에 힘입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2000년대부터 다큐멘터리로 활동 무대를 전환하면서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Les Glaneurs Et La Glaneuse, 2000),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Les Plages D’Agnes, 2008)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디지털 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2015년 아녜스 바르다는 제6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는 2002년 우디 앨런, 2009년 클린트 이스트우드, 2011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에 이어 네 번째 수상이었다.

 광주극장과 광주시네마테크는 “‘주변’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세심한 관찰을 통해 사소한 것들로부터 성찰과 사유의 계기를 찾아내게 하는 아녜스 바르다의 작품들로 지친 일상에 위로와 응원을 받아가는 시간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의 광주극장 062-224-5858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cinemagwangju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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