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기, 시로 읽는 사진]수달래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 “바깥일을 내려놓고 나니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나 선생이 직접 찍은 세상에 시적 감성을 담아 ‘시로 읽는 사진’을 주 1회 연재한다.                                                                                                               <편집자주>


수달래

 오월의 지리산 깊은 계곡
 신록의 연초록 푸르름이
 뱀사골 달궁계곡 물가에 앉아
 
 분홍빛 진한 수달래
 초록빛 봄날을 보듬고 있다
 
 너럭바위 비집고 흐르는
 물길 사이로 다가오는
 하얀 곡선의 허리를 껴안은 채
 
 물가에 피어나는 수달래
 
 봄은 이른 아침부터
 환장하게 고운 분홍빛에 젖어
 그만 치명적인 유혹에 빠진다
 달에 있는 궁전이라
 달궁계곡 물가 바위틈에 앉아
 
 노고단 넘어 오르는 해가
 아직 숨을 고르고 있을적
 
 새벽 여명에 아침이슬 머금고
 분홍빛 꽃잎 화장을 서두르는
 수달래야 수달래야
 어이 그리 그 님 그리워
 지리산 깊은 산속 달궁계곡에서
 세월을 뜨겁게 품고 있는가

 나 상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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