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세문경의 기원은 청동단추가 아니라 천문(天門)

▲ 〈사진149〉 중국 은허 M202호 묘에서 나온 칠각성문 청동단추. 은허는 중국 허난성(河南省) 안양현(安陽縣) 샤오툰촌(小屯村)에 있는 고대 상(商)나라 수도다. 〈사진150〉 청동단추. 경상북도 영천 어은동유적(지금의 영천시 금호읍)에서 나왔다. 지름 2.5㎝ 안팎. 이곳 유적은 1세기 청동기·철기시대 유적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청동거울의 기원은 과연 ‘청동단추’일까?
 
 지금까지 한중일에서 나온 다뉴세문경은 100여 점쯤 된다. 이 거울은 청동검과 함께 청동기문화를 대표하는 유물이라 할 수 있다. 청동거울이 나온 뒤 수많은 학자들이 90년 남짓 연구를 했는데, 안타깝게도 한중일 학자들 모두 청동거울의 기원을 중국 상나라 은허 부호묘(기원전 14-13세기)에서 나온 청동단추(<사진149>)나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오르도스(Ordos, 기원전 10세기)에서 나온 청동단추(銅泡 구리동·거품포)에서 찾았다. 그런데 학자들은 청동단추에 그 기원을 둔다고 하면서도 정작 단추의 무늬는 해석하지 않는다. 그 까닭은 청동거울이든 청동단추이든 거기에 있는 무늬는 ‘기하학적 무늬’이기 때문이다. 기하학적 무늬이기에 더 이상 연구를 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어떤 유물에 대한 연구에서, 더구나 그 무늬가 아주 중요한데도 ‘기하학적 무늬’라 전제해 놓고 연구를 한다면 그 연구 방법이 과연 합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 거울의 본질은 뒷면에 있는 무늬를 푸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랬을 때만이 거울의 정체도 비로소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 학계뿐만 아니라 중국·일본 학자들도 이 거울의 무늬를 단 한마디, 즉 ‘기하학적 추상무늬’라고만 할 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중국학계의 엉뚱한 무늬 풀이
 
 <사진151> 용문공심전(龍文空心塼)은 벽돌인데, 속이 비어 있는 벽돌을 말한다. 이 벽돌은 진나라 때 함양에 지은 궁전 터에서 나왔다. 중국 학계에서는 이 벽돌 그림을 아직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학자들은 가운데 둥근 원판을 옥(璧 둥근옥벽)으로 보고, 거기에 용 몸통이 붙어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들은 후한시대 역사서 《한서(漢書)》 <율력지(律歷志)>에 나오는 구절, “해와 달은 마치 옥을 합친 것 같고, 오성(五星 수·금·화·목·토성)은 꿰어 놓은 구슬과 같다(日月如合璧 五星如連珠=珠聯璧合)”에서 옥(璧)의 뜻을 가져와 옥과 용이 하나가 되어 있으니 완벽하다, 절기가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조화롭다로 해석한다. 하지만 이 풀이는 엉뚱하기 그지없다. 이 벽돌 그림에는 해와 달도, 오성(五星)도 없다. 무늬 해석은 전체 무늬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즉 무늬의 이야기(story)가 한 묶음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해석에는 용과 원판의 관계가 빠져 있다. 왜 둥근 옥인지, 그 안에 있는 수많은 동그라미 무늬는 또 뭔지, 더불어 용 몸통에 동그라미 무늬가 왜 있는지, 용 몸통을 비늘로 하지 않고 왜 빗살무늬로 했는지, 이런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대체 그들은 왜 이것을 해석하지 못하는 것일까.
〈사진151〉 용문공심전(龍文空心塼) 탁본. 길이 117cm. 중국 함양 진궁전 유적지에서 나왔다. 가운데 원판, 천문(天門) 안에 작은 동그라미 무늬를 수없이 그렸다. 이는 천문의 강조라 할 수 있다.

용(龍) 갑골과 금문은 y축에서 본 천문
 
 <사진151> 벽돌 그림은 용의 기원을 말하고 있다. 하늘 천문(天門·원판)에서 용이 태어난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곡옥(曲玉)을 용의 기원으로 보아 왔지만 이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이 천문(天門)은 청동거울의 기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청동거울의 기원이 청동단추가 아니라 천문(天門)이라는 것이다.

 천문은 중국과 한반도 신석기인에게 이 세상 만물의 기원이기도 하다. ‘하늘 속 물(水)’이 이 천문을 통해 구름으로 나오고, 이 구름에서 비가 내려 이 세상 만물이 태어난다고 믿었던 것이다. 즉 천문화생(天門化生), 우운화생(雨雲化生)의 세계관이다. 이것은 앞글 ‘빗살무늬토기의 비밀’ 연재글에서 충분히 밝혔던 것이기도 하다(‘조선백자 자라병과 암사동 신석기인의 세계관’ 참조 바람http://omn.kr/1dw0h).
〈사진152〉 한자 용(龍), 해일(日) 갑골, 용(龍) 갑골과 금문, 위상(上) 갑골과 육서통, 운(云←구름운(雲)의 본자) 갑골. 중국과 암사동 신석기인은 파란 하늘(경계) 넘어 공간을 거대한 물그릇으로 여겼다. 거기서 천문을 통해 구름이 나오고, 그 구름에서 비가 내리는 것으로 본 것이다.

 <사진151>이 x축에서 본, 그러니까 사람이 땅에 서서 고개를 쳐들고 본 천문과 용이라면 <사진152> 용(龍) 갑골과 금문은 y축(옆)에서 본 천문과 용이다. 여기서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는데, 갑골과 금문에서는 천문(天門)을 <사진151>처럼 둥그렇게 그리지 않고, 반드시 y축에서 본 것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x축에서 본 천문(동그란 천문)은 육서통에 이르러서야 볼 수 있다. 중국 고대인들은 왜 천문을 이렇게 그렸을까. 그것은 해(日)와 관계가 깊다. 중국 고대인들은 해(日)를 동그랗게 그리지 않고 네모 속에 짧은 가로획을 그었다(<사진152> 참조). 이렇게 한 까닭은 거북 배딱지에 송곳으로 글자를 새길 때 동그라미를 새기기 힘들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해(日)와 달(月)과 천문(天門)을 구별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셋 다 모양이 둥근데도 해는 네모지게, 달은 그믐달이나 초승달 모양으로 그렸다. 그리고 천문은 y축에서 본 것으로만 그린 것이다. 세계적인 한문학자 시라카와 시즈카는 y축에서 본 천문을 ‘꽃받침’으로 본다. 이에 대해서는 신석기 세계관과 관련하여 사라카와 시즈카의 한자학을 다룰 때 아주 자세히 다룰 것이다.
 
용(龍)과 구름(云)은 위상(二)에서 비롯한 글자
 
 한중일 한문학계에서는 용(龍) 갑골과 금문에서 아래쪽 152-② ‘구름’은 읽어내고 있으나 위쪽 ①번 천문, 물그릇, 하늘 속 물(水)은 아직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보통 이 부분을 용 ‘뿔’로 보는 듯싶다. 이렇게 된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동한시대(25-220) 허신의 《설문해자》(121)에서 그 내력을 찾을 수 있다.

 허신은 위상(二)과 아래하(二가 뒤집어진 꼴)를 상형글자로 보지 않고 지사문자로 본다. 흔히 지사문자를 눈으로 볼 수 없는 추상적인 생각이나 뜻을 점이나 선으로 그린 기호(symbol) 글자로 풀이한다. 그렇다면 중국 신석기인에게 위상과 아래하 글자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그런 추상적인 것을 나타내는 기호였을까. 그건 아니었다. 그들은 파란 하늘 너머에 커다란 물그릇이 있다고 봤고, 그 그릇에 물(水)이 차 있고, 그 물이 천문(天門)을 통해 시시때때로 구름이 되어 온 세상을 덮었다가 비가 되어 내리는 것으로 여겼다. 근대의 관점으로 보면 이는 지극히 추상적인 사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고대 신석기인에게 이러한 생각은 결코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그것은 언제나 생생한 실제이고 구상이었다.
중국 신석기인의 세계관을 헤아릴 수 있는 글자.

 더구나 중국 신석기인들은 이 세상을 위상과 아래하 단 두 글자로 표현했다. 어쩌면 이 두 글자는 한자 가운데 가장 먼저 생겨난 글자일 가능성이 높다. 또 이 두 글자를 합쳐, 그러니까 위상 아래에 아래하를 붙여 한 글자로 표현한 금문도 있다. 한자학계에서는 이 글자를 상(二) 자로 보고 있다.

 용(龍)과 구름(云) 또한 위상(二)에서 비롯한 글자이다(<사진152-③> 참조). 하지만 허신은 위상과 아래하뿐만 아니라 이 두 글자에서 생겨난 여러 글자, 특히 ‘중국 신석기인의 세계관을 헤아릴 수 있는 글자(위 사진 참조)’를 한일(一)부나 두이(二)부 아니면 다른 여타 부수에 넣어 버렸고, 그 뒤 중국의 신석기 세계관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흐릿해지고 만다. 무엇보다도 허신이 주역의 세계관으로 중국 한자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중국 한자에 깃들어 있는 신석기 세계관은 송두리째 날아가고 만다. 한마디로 허신은 신석기 세계관을 주역으로 전도시켰다고 볼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일단 전도가 일어나면 기원(신석기 세계관)은 순식간에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서는 ‘빗살무늬토기의 비밀’ 연재글 말미에서 아주 자세히 밝힐 것이다.
김찬곤 <광주대학교 기초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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