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비틀어 치솟은 천년의 기운
스치는 바람 솔숲을 지나는데
천년고도 경주 왕들의 무덤가에
역사의 향기가 물씬 묻어난다
소나무 사이사이로 이어지는
흥덕왕릉(興德王陵) 울창한 솔숲을 거닐고
천년의 세월 흘러온 역사를 지켜본다
경주에서 포항가는 길 안강읍 북쪽
어래산 구릉 경사면에 자리잡은
사적 제30호 흥덕왕릉
울창한 소나무 솔숲을 지나
천년의 기운을 느끼고
온 몸 비틀어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용솟음을 보듬고 있는 소나무들이 장관이다
한 겨울 추위에도 잎을 떨구지 않는
세한송백(歲寒松栢)의 지조와 절개를 말하고
충절과 장수(長壽)를 견주어 말하는 소나무
흥덕왕릉 솔숲에서
바람스치는 소나무 사이를 거닐어
묻어난 천년 역사의 향기에
오늘을 사색하여 본다
나 상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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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