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레즈비언 영화
9일 19시 상영 후 홍소인 프로듀서와 토크

▲ 영화 ‘금욕’ 한 장면.
 안타깝게도 원본 필름은 소실됐지만 프린트의 존재로 국내 최초 퀴어 영화로 평가 받고 있는 영화 ‘금욕’은 1976년 ‘여자와 여자’라는 부제와 함께 개봉한 작품이다. 1976년 당시 국책·반공영화, 문예영화가 붐이었던 시절, 이런 영화가 만들어 질 수 있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장 속에 억류당한 새장 속 여인”인 “불새 같은 여자”와 “이름 모를 작은 산새 같은 여자” 두 여자의 이야기라는 한 정신과 의사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말하는 액자식 구성을 띄고 있다.

스무살에 세 남자로부터 윤간을 당한 시골 출신 김영희와 가학증적인 남편에게 학대를 받고 지금은 혼자 생활 중인 유학파 화가 노미애. 그림의 모델이 돼 달라는 미애의 요청으로 영희와 미애는 한집에서 동거를 시작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통해 가까워지고, 미애는 마치 어머니처럼 때론 연인처럼 영희를 보살피며, 영희가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나 영희가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을 치닫는다.

 중산계층의 유학파 노미희와 시골출신 모델 김영희라는 서로 다른 계급의 여성을 스크린에 배치시켜 남성 폭력에 유린당한 트라우마를 서로 공감하고 치유하다가 새로운 누군가에 의해 두 사람의 관계가 결국 파국에 이르게 된다는 설정은 당시 이성애적 영화에 차용해도 별 무리가 없는 진부함을 연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한국 영화사의 한 페이지에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애가 영희를 마사지 해주는 씬, 영희의 나체에 그림을 그리는 씬, 그리고 “너에게 내 삶 전부를 주었다”는 미애의 대사 등에서 1970년대에 표현하기 힘든 ‘동성애 코드’가 가시화된 까닭이다. 이러한 영화 속 동성애 코드는 한국 퀴어 영화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새장 속에 갇힌 새들은 미애와 영희의 메타포로 작용하며 새장과 철장은 여성을 억압, 구속하는 가부장제와 남성 권력으로 치환돼 이를 비판한다. 또한 영화 ‘금욕’은 미장센에 있어서 다른 작품들과 다른 독특함을 연출한다. 서양의 중세 양식의 건물들, 미애의 집안 구조, 집안을 가득 채운 새와 새장들, 패션모델과 해외 유학파 화가에 맞는 화려한 의상들은 그로테스크함과 화려함을 동시에 보여주지만 때론 조악하다.

 영화 ‘금욕’은 개봉 당시 흥행은 저조했지만 국내 최초 퀴어 영화라는 점과 더불어 1970년대 일그러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욕망의 군상들을 담아냈다는 점, 한국 퀴어 영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재조명의 의의가 있다.

 영화를 다 보고 난후 영화의 타이틀인 ‘禁慾’은 욕망의 절제가 아닌 ‘금지된 욕망’임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영화 ‘금욕’! 1970년대 영화에 대한 향수를 느껴보고 싶거나 이제는 고인이 된 강신성일의 젊은 시절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면 지금 빨리 ‘광주여성영화제’로 발걸음을 돌리시길.

 영화 ‘금욕’은 ‘2018 서울 국제 프라이드 영화제’, ‘2019 서울 국제 여성영화제’에서만 상영된 진귀한 필름으로 이번 ‘10회 광주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다는 점에 크나큰 의의가 있다.

 광주여성영화제 특별 섹션중 하나인 ‘한국영화100주년 여성캐릭터 다시보기’에서 선보이는 영화 ‘금욕’은 9일 토요일 19시, ‘국립아시아전당 극장3’에서 상영하며 영화 상영 후 ‘금지된 욕망을 넘어선 여자들 한국영화 속 퀴어 여성’이라는 주제로 홍소인 프로듀서(여성영상집단 ‘움’ 프로듀서)와의 특별 토크가 있을 예정이다.
정주미<광주여성영화제 프로그램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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