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찬바람 사이 설레는 기다림

 紅梅

 찬바람 스쳐가는 음력섣달
 하얀 눈발 내리지 않는 시간
 붉은미소 살며시 겨울을 보듬고
 금둔사 臘月紅梅(납월홍매) 피네
 
 
 낙안읍성 지나 금전산 자락
 일찍 서둘러 피는 南道의 梅花
 금둔사 紅梅花 처음 만나서
 그 고결한 자태에 그만 흠뻑 젖어든다
 
 
 겨울 한복판에 웅크리고 앉아
 그리도 봄날을 그리워하며
 紅梅를 바라보는 마음이야
 그리움 품에 안은 설레임이다
 
 
 조선시대 象村(상촌) 申欽(신흠)선생은
 梅一生寒 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이라
 매화는 일생 추위에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아직 멀찍이 머뭇거리는 봄인데
 겨울 찬바람사이로 만나는 설레임이
 낙안들녘 지나 臘月紅梅酒 한잔으로
 紅梅 그 향기에 취하고 싶다

 나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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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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