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상영관 조성”→“대중상영관” 오락가락
“광주극장 생존권보다 ACC 방향성 더 걱정”
ACC “대중 공간으로 변모하기 위한 시도”
“고민 없이 정체성 훼손” 비판 이어져

▲ ACC가 영화 상영관으로 개조할 예정인 문화정보원 내 `극장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최근 문화전당이 광주극장을 발칵 흔들어놨다. 예술영화상영관 운영 계획이 알려지면서, 1k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광주극장이 고사 위기를 느끼게 된 것. 광주극장과 광주영상인연대 중심으로 “민간 영역에서 어렵게 자립한 독립영화전용관 광주극장을 국립기관 ACC가 목조른다”는 성토가 잇따르자, 문화전당측은 입장을 바꿔 “예술영화부터 고전·상업영화 등 상영으로 대중 공간을 모색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역예술인들은 이에 더 아연실색하고 있다. “아시아의 문화·예술 아카이빙이 주 목적인 ACC가 일반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등에서 하는 행사성 영화 상영을 추진할 정도로, 존재 이유를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는 것. “광주극장의 생존권이 아니라 ACC의 방향성이 더 걱정된다”는 말이 회자되는 상황이다.

 16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광주영상인연대 등에 따르면, 문화전당은 문화정보원내 극장3 공간을 다음달 중순까지 영화 상영 전용관으로 개조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ACC는 자문위원회 구성 등을 추진중이다. 이와 함께 ACC는 별도의 문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예술 영화 상영관’을 구상했다. 하지만 이 구상은 문화전당과 70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독립영화전용상영관인 광주극장과 마찰로 이어졌다.

 광주극장과 광주영상영화인연대가 “민간에서 어렵게 자리잡은 광주극장을 국립기관이 고사시키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

 이렇듯 지역문화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문화전당 측은 “ACC가 다룰 수 있는 문화 장르 중 하나로써 영화 상영관을 조성, 예술영화부터 고전·상업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상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ACC로의 시민 접근성이 낮기 때문에, 대중적인 공간으로 변모하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해명에 지역 문화인들은 더 황망해한다. “ACC가 방향성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다. “본 역할을 망각한 ACC의 영화 상영관 설립은 문화계의 복합쇼핑몰이자 지역문화생태계를 훼손하는 공룡이 될 뿐”이라는 지적도 더해진다.

 광주극장 김형수 이사는 “ACC가 단순히 `사람을 끌어모으겠다’는 안일한 자세로 영화 상영관을 설립한다면 차라리 만들지 않는 것이 맞다”고 비판했다. 그는 “광주극장은 독립영화상영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 20여년 동안 영화관의 색채와 상영 프로그램, 행사 등을 기획하고 다져왔다”면서 “그러나 ACC는 최소 1년여 동안의 프로그램 구성조차 없이, 8월 중순 공간 개방을 목표로 상영관 설립을 급박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ACC가 저조한 방문율을 의식해서인지 대중용 프로그램 중심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며 “ACC의 활성화는 문화예술계가 함께 할 고민이지만, 고유 기능을 잃은 채 대중행사로만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면 오히려 광주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의 격을 낮추는 꼴이다”고 비판했다.

 대인예술야시장 전고필 총감독은 “현재 ACC가 영화를 다루는 시선은 단순히 사람들의 걸음을 끌어당길 수 있는 수단에 그치는 것 같다”면서 “이같은 상황은 ACC가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빚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ACC가 설립 취지인 아시아 콘텐츠 라이브러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내부 인력의 잦은 교체로 인해 안에서도 ACC의 방향성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ACC는 시민들의 걸음을 붙들기 위한 개조가 아니라,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문화시설을 확충·보완하는 시설로 거듭나야 한다”며 “대형 연극을 진행하는 ACC가 지역 내 소극장을 잡아먹고 있는 것처럼, 지금의 상영관 개조 계획은 광주의 문화 생태계를 연쇄적으로 망가뜨리는 상황을 조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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