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부순환도로 한새봉 관통 백지화와 한새봉 지키기 시민연대’는 13일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새봉 관통 도로계획 철회, 당초 주민과 약속한 우회도로 추진 등을 요구했다.
-한새봉시민연대 “북부순환로 한새봉 터널 백지화” 촉구
-광주시 “한새봉 구간 잠정보류, 주민 의견 수렴할 것”

광주시가 북부순환도로 개설 계획과 관련해 우회도로 약속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한새봉을 관통하는 원안을 추진키로 한 것에 대해 지역 주민, 환경단체 등이 “주민들과의 약속을 뒤집은 광주시를 규탄한다”며 한새봉 관통 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특히, 한새봉의 생태학적 가치를 인정해 농업생태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광주시가 이에 반하는 터널·도로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한새봉두레, 한새봉숲사랑이, 일곡마을회의 등으로 구성된 ‘북부순환도로 한새봉 관통 백지화와 한새봉 지키기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는 13일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새봉 관통 도로계획 철회, 당초 주민과 약속한 우회도로 추진 등을 요구했다.

북부순환도로는 용두동에서 장등동까지 1구간과 2구간으로 나뉘어 추진되는데, 도동고개~일곡교차로 3.5㎞의 2구간은 지난 2012년부터 공사가 진행 중이고, 한새봉을 통과하는 1구간(3.2㎞)은 추진되지 않고 있다.

2007년 북부순환도로 계획 초기부터 공사로 인한 주민 피해, 환경 훼손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온 시민연대는 지난 2013년 강운태 전 광주시장으로부터 ‘한새봉 관통 백지화’ 약속을 받아냈다.

강 전 시장은 2013년 모내기철 직접 한새봉을 찾아 주민들에게 “이 도로(한새봉 관통 도로)는 백지화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같은해 6월 보도자료를 통해 “한새봉 구간에 터널 대신 대체도로를 강구토록 해달라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방안을 강구중”임을 발표하고 일곡동주민센터에서는 ‘일곡~용전~지사초교~본촌~첨단’으로 이어지는 대체도로 주민설명회까지 열었다.

2013년 시민연대의 공개질의에 대한 회신에서도 북부순환도로 1공구의 우회도로 노선계획(안)이 주민설명회를 통해 잠정 확정됐고, 관련 정부부처와 협의를 거쳐 노선계획 변경 등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지난해 수립한 ‘도로정비 기본계획’에는 2013년 광주시의 ‘터널 백지화’ 약속은 사라지고, 한새봉 구간에 터널을 개설하는 원안이 그대로 반영됐다. 한새봉 터널의 대안으로 검토했던 2개 대안(잘산봉 통과안, 우치공원 우회안) 모두 원안보다 환경성·교통성 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광주시의 약속을 믿고 있었던 시민연대는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시민연대는 “광주시의 이러한 행태는 주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가볍게 여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광주시의 이러한 행태가 그동안 도심숲 보전활동의 중요한 성과를 일시에 허무는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주민들이 공동경작하는 개구리논을 중심으로 도롱뇽, 개구리 등 여러 동식물의 안식처로 거듭나고 있는 한새봉은 2010년에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로부터 ‘잘 가꾼 자연문화유산’으로 선정되며 그 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곳이다.

이에 광주시도 광장으로 돼 있던 공원조성계획을 변경해 한새봉을 농업생태공원으로 조성키로 하고,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일곡공원 내 사라져 가는 다랭이논 경작지 보전 및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농업생태 체험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시는 올해 7월까지 북구 일곡동 470번지 일원에 17억9000만 원을 들여 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이렇게 한쪽에서는 공원 조성을 추진하면서 정작 다른 한쪽에선 한새봉을 관통하는 도로 개설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시민연대는 “한새봉 농업생태공원이 만들어진다하더라도 터널이 개설되면 모든 게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터널이 계획된 곳은 농업생태공원 조성이 추진되는 곳과의 거리가 200m에 불과하다. 특히, 해당 도로는 일반도로가 아닌 시속 80㎞의 고속화도로다.

광주전남녹색연합 박경희 사무국장은 “농업생태공원이 조성된다 하더라도 인근에 터널, 도로가 생기면서 지형이 잘라지면 물길이나 동물들의 이동 통로가 끊기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연대는 “한번 훼손된 자연환경은 다시 복원하기 어렵다. 물길이 사라지고, 생명이 사리진 곳에는 결국 사람도 살 수 없게 된다”면서 광주시에 ‘한새봉 터널’ 백지화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대체노선 변경과 관련해 광주시가 그동안 진행한 논의와 절차, 내용 공개도 요구했다.

시민연대는 이날 윤장현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향후 광주시 규탄 캠페인, 한새봉 지키기 서명운동 등에 대한 가능성도 언급했다. 시민연대는 “한새봉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북부순환도로 추진을 바라는 주민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한새봉을 통과하는 1공구의 사업추진을 잠정 보류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주민, 시민단체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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