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적과 어우러진 뛰어난 식생·경관 가치
광주시 인위적 식재로 습지생태 훼손 우려

▲ 마름이 식재된 광주호. 고사하고 있는 마름도 보인다.

 광주호 습지비오톱에서 바라본 가을하늘이 높고 파랗다.

 광주호 습지비오톱은 담양 소쇄원 가는 길에 위치하고 있다. 주차장이 위치하고 있는 주진입로에 400년 된 충효동의 왕버들 세 그루가 아낌없이 반겨준다. 버드나무 중에서 가장 잎이 크다고 하여 왕버들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올 여름에 많은 이들의 그늘이 되어준 왕버들잎은 어느새 낙엽잎으로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충효동의 왕버들은 광주호 습지비오톱을 대표할 수 있는 습지생태경관 중 하나로 수형이 아름답고 양호해 식생가치 뿐만 아니라 경관가치로도 뛰어나다. 초봄에는 연초록의 신록이 주는 아름다운 모습과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주는 그늘, 그리고 가을에는 낙엽이 떨어진 버들가지들의 흔들림이 탐방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충효동 왕버들을 지나 도로를 건너면 바로 광주호 습지비오톱이다. 호수 수면이 있는 곳까지 산책로와 습지데크가 이어져 있다. 습지데크 주변에는 왕버들군락이 울창한 녹음을 자랑하며 자라고 있다. 또한 수변지역에는 자연식생인 갈대숲, 달뿌리풀숲, 애기부들숲, 여뀌숲 등 아름다운 식생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광주호 습지비오톱내에 가장 높은 곳인 조류전망대에 올라 광주호를 바라보니 잔잔한 수면위로 바람결이 스친다. 광주호의 수생태경관이 확트여 마음속까지 상쾌하다.

 

손꼽히는 습지생태경관 체험학습장

 맑은 가을하늘이라 저 멀리 무등산의 천왕봉과 송강 정철의 성산별곡에 나오는 성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성산 중턱에는 정자인 식영정이 보인다. 식영정을 포함해 이곳 광주호 습지비오톱의 주변지역에는 환벽당, 조선 중기의 민간정원인 소쇄원 등 문화유적이 있어 명승경관도 뛰어나다. 무엇하나 빠질게 없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모두 가지고 있다. 특히 왕버들군락지 사이로 보이는 백로류, 갈대숲 사이로 들리는 개개비의 소리는 청명한 가을하늘과 함께 천혜의 습지생태경관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세상에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는 듯이 자신만의 고유한 소리와 빛깔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자연 앞에 자꾸만 고개가 숙여지는 가을이다.

 필자는 2005년부터 매년 학기별로 북구관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생명을 노래하는 숲기행’을 꾸준히 이곳에서 진행해 왔다. 그래서 이곳은 10여년의 습지모니터링 결과와 숲기행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습지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광주광역시의 몇 안 되는 습지생태경관 체험학습장이다.

 매년 봄·가을 2회로 진행하는 ‘생명을 노래하는 숲기행’은 지금도 인기가 많아 인터넷 홍보 10분 만에 신청이 마감될 지경이다. 그 뿐만 아니라 대기하는 초등학교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광주호 습지비오톱이 습지생태경관, 수생태경관, 주변의 명승경관이 뛰어나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다양한 생태계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책로에는 키 큰 느릅나무를 식재함으로써 습지생태경관과 명승경관을 가로막고 주변 자연관찰학습장에는 이름 모를 원예종인 갈대류, 가우라, 코스모스 등 테마별 화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자연배수로에는 노랑꽃창포, 수련 등 외래종인 수생식물을 식재하고 있어 수생태경관을 훼손하고 있다. 특히 수변구역에는 수생태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고 농구장 크기의 둠병을 2-3개소를 만들어서 수면을 꽉 채워 마름을 식재하고 있다. 마름은 쌍떡잎식물의 마름과의 한해살이풀로서 다가올 겨울이면 모두 죽는다. 마름이 일시에 죽고 나면 마름 고사체 때문에 수질오염은 피할 수 없다.

 

정원 조성보다 파편화된 서식지 복원 절실

 이는 광주시가 2년여 공사 끝에 2006년 3월에 광주호소생태원을 완공하고, 이후 현재까지 개발제한구역내에 있는 광주호 습지비오톱을 지속적으로 도시공원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생태타운 조성의 역점사업으로 광주호 습지비오톱을 20만㎡으로 확장하고 예산 105억 원을 들여 테마별 정원, 누리길 및 산책로, 특화숲을 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습지생태경관 훼손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광주호 습지비오톱에 식재된 대부분 외래종은 서식지 파괴 뿐 만 아니라 자생종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는 푸른도시, 백년광주의 자연환경정책에 반하는 것이다.

 광주호 습지비오톱은 생물서식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종다양성이 높은 생물종의 보고이다.

 또한 습지생태경관, 수생태경관, 명승경관이 뛰어난 이곳은 생태계 다양성이 풍부하다는 의미이다. 생태계 다양성은 일정지역 내 생물이 서식하는 서식지의 다양성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생태계 다양성이 높으면 환경적 이질성의 증가로 인해 생물다양성이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생태계의 다양성 혹은 경관의 다양성은 잠재적으로 많은 생물종 다양성을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즉 생태계를 구성하는 서식지가 다양하고 서식지 내 지위가 중첩될수록 그곳에 살아가는 생물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곳의 생물종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공원 또는 정원을 만들기 보다는 종다양성이 높은 지역의 보존과 파편화된 서식지를 복원하는 것과 위협종을 확인하고 모니터링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곳이 습지생태경관지역으로써 우리 아이들에게 다양한 생물들을 만나고 체험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광주호 습지비오톱이면 좋겠다. 이번 주말(15일), 광주호 습지비오톱에서 생태타운 조성을 위한 광주시가 주최하는 가을꽃 축제에 광주시립 교향악단의 야외음악회를 개최한다는데 마냥 좋아할 수가 없는 나 자신 스스로 서글퍼진다.

글=김영선 대표<생명을노래하는숲기행>

사진=최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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