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소실 전설 속 느티나무…
후계목 식재 행사
생태문화만들기 일환…
주민들 당산제 지낼 계획

▲ 광주 남구 행암동 도동마을 당산나무 후계목(사진 오른쪽).
 “지금은 돌아가고 안계신 어르신들한테 이야기만 들었제.”

 “아 그러던 것이 불이 나가지고 홀라당 태워묵고 우리는 그루터기만 보고 자랐당께.”

 도동마을 주민들의 마을 당산나무에 대한 기억이다. 기억 속에 희미하게만 남아있던 당산나무의 대를 이어줄 후손이 100년만에 탄생했다.

 광활한 논밭 사이 우뚝 서 마을을 지키던 당산나무가 이제는 변해버린 아파트숲 사이에서 마을의 정체성을 드높일 후계목으로 지정된 것.

 사단법인 광주생명의숲은 18일 남구 행암동 도동마을에서 ‘당산나무 후계목 지정 기념비 제막식’을 가졌다.

 도동마을은 본래 밀양 박씨들이 자리잡은 집성촌으로, 400년 역사를 가진다. 옹기(독)를 제작했다고 해서 독굴, 독골이라 부르던 것이 점점 변해 도읍 도(都) 자를 써서 도동마을이 됐다. 전답이 그리 많지는 않아 농사보다는 보따리장사를 주로 했던 마을, 높은 사람은 나오지 않았으나 빈민도 적고 물이 좋아 피부가 좋다는 마을이다.

 이 마을 어귀에 우뚝 솟아 마을 수호신으로 불렸던 게 바로 당산나무다. 이 느티나무는 온통 논밭 뿐인 곳에 조그마한 우산각(지붕이 원뿔로 된 집)을 끼고 있어 마을의 유일한 쉼터 역할을 했더란다.

 그러던 당산나무가 어느날 원인모를 불에 소실되고 만다. 마을의 80~90세 어르신들도 윗대 어르신들에게 이야기로만 전해지는 나무다.

 “우리 어렸을 때는 나무는 없었고 검게 그을린 그루터기만 볼 수 있었어. 그리고 옆에 초가집 정자가 있었지”라는 마을 주민의 증언이 전해진다.

 이런 당산나무가 있던 자리에 마을에서 자란 같은 느티나무가 식재됐다. 후계목이다. 후계목이란 훼손되거나 죽어버린 수목 자리에 유전형질 간직한 수목을 심어 후대에 계승하는 것을 말한다.

 마을 바로 앞까지 개발돼 아파트 숲으로 변해버린 풍경에, 마을의 논과 밭, 우산각은 이제 콘크리트 주차장이 된 곳에서 예전 당산나무가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된 것.

 주민들은 당산나무에 흰 종이띠로 금줄을 만들어 걸었다. 그리고 앞으로 마을의 수호신을 위해 당산제도 지내기로 했다.

 도동마을 통장 장성만 씨는 “감회가 새롭다. 옛 추억이 솔솔 떠오른다”면서 “이곳에 우리 마을이 아직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떠나버린 외지 사람들이 다시 마을을 찾았을 때 기념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생명의숲 김세진 사무처장은 “당산나무는 민속문화의 곳간으로 마을의 수호신, 구심점, 마을문화의 중심체이자 출발점이며, 마을 공동놀이와 잔치의 공간이기도 하다”며 “예전 각 마을마다 있던 당산나무들을 지켜내고 보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도동마을 당산나무 후계목 식재는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광주생명의숲이 진행하는 ‘생태문화마을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 사업으로 도동마을에는 당산나무 후계목 식재와 함께 민족문화재재현행사가 열리며, 광주생명의숲은 남구 관내 노거수 생육상태조사도 함께 진행하게 된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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