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허민 교수 “지질공원 활용하자”
정상부 방문자센터·친환경열차 등 제안
김영선 박사 “국립공원 보전하자”
방공포대 이전·정상부 복원 시급

무등산이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된지 6년이 지난 가운데, 무등산의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관심이다.

국립공원 지정 취지에 맞게 ‘자연 보전’과 세계지질공원을 내세운 ‘주민 활용’이 부딪히는 형국이다.

도심 인근 자원임을 활용해 지질트레일·산악열차 등을 설치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반면, 반대편에선 “무엇보다 보전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4일 광주NGO센터 자치홀에서 ‘무등산 국립공원 지정 이후 공원관리 평가 및 개선과제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남대 허민 교수와 사단법인 한백생태연구소 김영선 박사가 발제에 나섰다.

주제는 ‘무등산 국립공원 이슈와 논란, 시급한 개선과제 해결방안’로 두 발제자가 같았다.

내용은 달랐다. 허 교수는 세계지질공원 선정을 계기로 무등산을 세계적인 명물로 만들자는 내용, 김 박사는 정상부 복원 등 보전 과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민 교수 “무등산 정상에 방문자센터 만들자”

허민 교수는 발제에서 “무등산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도심에서 가까운 지리적 이점이 크고, 광주·담양·화순 등을 아우르는 무등산권 세계지질공원이 ‘도심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허 교수는 “우리가 찾는 전세계 유명 관광지 대부분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지역들”이라며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질명소들을 역사문화유적들과 연계해 세계적 명물로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 것이 세계적이라는 자긍심을 심어 주고 국가적 브랜드를 높여 전세계인들이 찾는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명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본보 보도로 논란이 됐던 광주시의 무등산 장불재 친환경 셔틀버스 운행 추진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새로운 시설을 설치하자는 게 아니라 기존 있는 길을 활용해 친환경 이동수단을 도입해보자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소산악열차를 건설하자”고 했다. 이는 허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원효사-장불재 구간을 친환경열차로 연결해 관광객과 관광약자들을 수송하는 방안이다.

무등산 정상부 복원과 관련해서도 다른 주장을 폈다. “지금과는 다른 차원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우리는 왜 몽블랑같은 시설을 정상에 만들 수 없나”라며 “군부대 시설 중 숙박시설이 있는데, 그것을 리모델링해서 방문자센터 기능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관련해선 “지질공원은 그냥 관광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보전을 전제로 한 관광’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선 박사 “정상부 복원 등 보전 과제 시급”

반면 김영선 박사는 “정상부 복원 과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김 박사는 무등산 국립공원의 향후 과제로 ①정상부 군부대 이전 및 복원 ②통신시설 이전 및 복원 ③외래식물 조림지 복원 ④군사통신시설 도로 복원을 제시했다.

무등산 정상부에는 1966년부터 공군 방공포대가 부지 10만8147㎡를 점유하고 있다. 광주시와 국방부, 국립공원공단은 2015년 군부대 이전 협약을 체결하고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전 부지 확보가 어려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여전히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광주 군공항 이전이 확정된 뒤 결정하는 것으로 순위가 밀리면서 장기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4일 광주NGO센터 랄랄라홀에서 ‘무등산 국립공원 지정 이후 공원관리 평가 및 개선과제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또한 중봉과 장불재, 북봉에 설치돼 있는 대규모 방송통신시설 이전 시급한 해결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이 문제도 관계기관 협의 과정에서 사업비 확보 등에 대한 이견으로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김영선 박사는 “무등산은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전환된 사례이기 때문에 사유지가 북한산 다음으로 많고, 그만큼 훼손된 부분도 많아 관리가 시급한 상태”라며 “이외에도 외래식물 조림지 복원, 군사통신시설 도로 복원 등 시급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주장했다.

“시설 이전이 이뤄지더라도 식생 복원에는 100년이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무등산 국립공원은 곡립공원 취지에 맞게 생물다양성 증진과 생태복원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훼손한 생태경관을 복원해 다음세대에게 넘겨주는 사회를 만들자”고 밝혔다.

지질공원 추진에 대해선 허 교수와 다른 견해를 밝혔다. “지질공원은 다른 공원과 중복될 경우 지위를 우선 적용할 수 없다”는 자연공원법을 보면, “자원을 활용가능한 자원에서 보전의 대상으로” 보는 국립공원의 원칙이 우선한다는 주장이다.

김 박사는 “국립공원은 무등산 국립공원사무소에서 관리하고, 별도의 지질공원사무국을 설치해 협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국립공원 구역 밖에 있는 지질명소에 대해선 활성화하고, 전남지역과의 상생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 및 탐방객 분산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지질공원 재인증 앞두고 논의 계속

세계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명소로 만들자는 주장과 자연 보전이 우선이라는 두 축이 엇갈린 가운데, 토론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최지현 사무처장은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이 국가 자연공원 지정 취지라면, 보전이 돼야 지속가능한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전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며 “보전원칙에 벗어난 이용과 활용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시 공익위원회 서정훈 위원은 “지질공원이 가진 가치와 국제적 위상이 유지되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렇지만 기존에 수립돼 있는 국립공원 ‘보호’업무와 크게 상충될 정도로 과도한 활용과 개발이란 이중성의 요구는 무리다. 예를 들어 무등산 지질자원을 통한 도시브랜드화나 관광상품화, 일자리 창출과 창업으로까지 연결지우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밝혔다.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이재창 운동본부장은 “지속가능한 측면에서 가치의 확대를 추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면 시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생산적인 토론을 이어가자”고 말했다.

한국환경생태학회 최윤호 박사는 “현재 무등산국립공원의 탐방로 밀도는 약 21.9m/ha로 북한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며 “탐방로는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치는 수준으로, (지질공원 활용 추진 시) 탐방로 밀도를 증가시키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4년에 한번 지행되는 무등산권 세계지질공원 재인증을 앞두고 무등산의 방향성에 대한 시민사회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는 지질공원, 방공포대 이전, 무등산 주변 고층아파트 문제 등에 대해 특위를 구성하고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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